빅데이터 분석 결과 보니 이건희 별세 이후 ‘상속세’ 부정어↑
역대 최고 상속세 규모에 “부당하다”vs“당연하다” 갑론을박
2020-10-26 조문희 기자
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로 역대 최고치인 10조원 이상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속세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 제도가 부당하다는 주장과 당연하다는 주장이 충돌하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1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2251억원이다. 삼성전자 보통주 4.18%, 삼성전자 우선주 0.0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 삼성라이온즈 2.50% 등이다. 이를 모두 상속받으면 현행법상 최고 실제 상속세율은 65%로, 상속세만 10조 6000억원에 달한다.
상속세 부담액이 천문학적 규모에 달하는 만큼, 삼성 오너 일가가 세금을 당장 현금으로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등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조달하거나 공익재단에 일부 지분을 출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현재까지 삼성가 내에서 이 회장의 지분 처리 방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시사저널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이건희 회장의 별세 이후 온라인상에서 상속세와 관련한 부정 의견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다음소프트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를 통해 상속세 관련 감성어 추이를 살펴보니, 10월2주차(10월12~18일) 19%에 불과하던 부정어 비율이 이건희 회장이 사망한 3주차(19일~25일) 들어 45%로 늘었다. 2.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실제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에서는 상속세율과 관련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부모가 피땀 흘려 모아 놓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준다는데 왜 국가가 탈취하는가. 공산주의 같다”고 비판했다. 지나친 상속세는 기업의 경제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주를 이뤘다. 반면 “삼성은 국가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받은 기업이다. 어쩔 수 없는 부의 재분배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팽팽하게 맞섰다.
한국 상속세 법정 최고세율(50%)은 일본(55%)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OECD 국가 중 상속세를 폐지한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회원국의 평균 상속세율은 15% 수준이다. 특히 상속증여세법 제63조3항에 따라, 최대주주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30%를 가산해 최고세율이 65%까지 치솟는다. 때문에 재계와 보수 야권은 ‘징벌적 세율’이라는 이유를 들어 상속세 폐지 및 인하를 요구해 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상속세 인하에 대한 입장은 단호한 편이다. 재벌 대기업의 상속‧증여세에 대한 잇따른 탈루 의혹으로 국민 정서가 부정적인 상황에서 구태여 논란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거여야소 상황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상속세 폐지 및 인하가 추진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