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가족들…아빠는 딸을, 아들은 엄마를 때렸다

아동학대·노인학대 통계 봤더니…가정 내 폭력 80% 이상 코로나19로 가정폭력 노출↑ “이웃에 적극적인 관심 기울여야”

2020-06-17     조문희 기자
가정 폭력은 노소(老少)를 가리지 않았다. 가정 내 상대적 약자인 아동과 노인에게 가족들은 가혹했다. 해마다 3만여 건 이상의 아동·노인학대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중 80% 이상이 가정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시사저널 이종현

아동학대 가해자는 아빠, 노인학대 가해자는 아들이 많아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발생한 아동학대 피해사례 2만4606건 중 76.9%가 부모에 의한 학대로 집계됐다. 여기에 친조부모와 형제자매 등 친인척 비율(4.5%)까지 합치면 81.4%가 ‘가족’에 의해 학대당했다. 나머지 15.9%는 선생님 등 대리양육자 비율이었다.  특히 아동학대 가해자의 상당수는 ‘친부’였다. 2018년 부모에 의해 발생한 아동학대 사례 중 가해자가 친부인 경우가 1만747건으로, 43.7%를 차지했다. 친모는 7337건으로 29.8%였다. 이어 계부 2%, 계모 1.2%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노인학대 역시 가해자가 가족인 경우가 대다수다. 서울시가 지난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생한 노인학대 사례 1963건 중 가정 내에서 벌어진 학대는 92.3%로 나타났다. 학대 가해자의 비율을 보면, 아들이 37.2%, 배우자 35.4%, 딸 11.8% 순이었다. 피해자는 여성인 경우가 더 많았다. 지난해 서울시 학대피해노인 중 81.5%가 여성이었다. 2018년 아동학대 건수 중 51.8%가 여자아이 사례였다.
ⓒ 시사저널 양선영

가정폭력 경종 울려도 해마다 건수↑

문제는 이 같은 가정폭력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 건수는 2015년 4만대를 기록하더니 2018년 4만1905건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아동학대 건수는 2만4604건, 노인학대는 5188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에 비해 각각 2.1배, 1.3배 늘어난 수치다.
ⓒ 시사저널 양선영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취약계층 아동과 노인이 가정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실제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던 지난 3~4월 경찰에 접수된 아동 학대 의심 신고 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3~17% 가량 줄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면서, 학교 선생님이나 의료진 등 신고의무자들의 의심 신고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정 내 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꼼꼼한 감시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럴 때일수록 시민의 감시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웃이 폭력당하는 정황을 묵과하지 않고 작은 멍 자국이라도 신고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생각을 갖고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