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 묶어놓고 참혹한 학대…외벽타고 탈출한 창녕 소녀

쇠사슬 풀린 틈타 베란다 난간 넘어 옆집으로 탈출 계부와 친모, 의붓동생 3명 임시보호 명령에 반발하며 투신 소동

2020-06-11     이혜영 객원기자
계부와 친모의 학대를 못 이겨 도망쳐 나온 경남 창녕의 초등학생 A(9)양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계부와 친모의 참혹한 학대를 견디다 못해 도망친 경남 창녕의 9살 초등학생이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호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계부와 친모는 또 다른 자녀 3명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저항하며 자해 소동을 벌였다.   11일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계부 B(35)씨와 친모 C(27)씨는 A양이 집에서 탈출을 감행하기 이틀 전부터 A양의 목에 쇠사슬을 채운 뒤 베란다 난간에 고정해두고 방치했다. A양에게 집안일을 시키거나 화장실에 가는 등 특수한 경우에만 쇠사슬을 풀었다.  지난달 29일 A양은 쇠사슬이 잠시 풀린 틈을 타 베란다 난간을 통해 외벽을 넘어 옆집으로 이동했다. 탈출 당시 A양의 집에는 친모와 동생들이 있었으며, 계부 B씨는 없었다. 잠옷 차림에 맨발로 빌라 밖까지 나온 A양은 한 도로를 뛰어가다 최초 신고자인 주민 D씨에게 발견돼 경찰에 신고됐다. 발견 당시 A양은 눈에 멍이 들고, 손가락에는 심한 물집이 잡혀 있는 등 신체 곳곳이 훼손된 상태였다. A양은 아동기관과 경찰 조사에서 "계부가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지고 학대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양의 거주지를 압수수색 해 학대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프라이팬과 쇠사슬, 자물쇠, 플라스틱 막대기 등을 확보했다. 한편 전날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은 A양의 의붓동생 3명에 대한 임시보호 명령을 내렸다.  계부와 친모는 이 결정에 반발해 주거지에서 신체 일부를 자해하거나 4층 높이에서 투신을 시도했다. 경찰은 두 사람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의 추가적인 자해, 자살 시도를 우려해 응급 입원 조치하고 예정된 조사를 연기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로 예정돼 있던 이들에 대한 직접 조사는 당장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에서 계부와 친모에 학대 당한 초등학생 A(9)양이 거주했던 빌라. A양은 이 빌라의 베란다 난간을 넘어 외벽을 통해 옆집으로 탈출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