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시대] 트롯계의 히어로 임영웅, 광고판도 흔들었다

진(眞) 필두로 광고계 점령 나선 트롯맨들…팬들의 ‘역(逆)러브콜’도 주목

2020-06-07     조유빈 기자
임영웅은 커피를 좋아한다. 7년 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부터 카페 모카를 즐겨 마셨다. 그가 커피 모델이 됐다. 모델이 되어 달라고 기업이 먼저 러브콜을 보낸 것이 아니다. 팬들이 기업에 ‘역(逆)러브콜’을 보내면서 이뤄진 섭외다. 임영웅은 평소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매일유업의 컵커피 바리스타룰스를 좋아한다고 밝혀왔다. 《미스터트롯》 출연 이전부터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바리스타룰스가 자신의 ‘최애’ 커피임을 알렸다. 그가 공연을 다니며 마시는 이 커피를 팬들은 ‘영웅커피’ ‘영웅님 커피’라고 불렀다. 애정은 구매로 이어졌다. 팬들은 ‘영웅커피’를 자발적으로 구매하고 ‘인증’했다. 이제부터 프랜차이즈 커피를 버리고 ‘영웅커피’만 마시겠다는 팬들도 나타났다. 특히 임영웅이 좋아하는 모카맛은 편의점에서 자주 동났다. 그에 그치지 않았다. 팬들은 매일유업에 임영웅을 모델로 기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루 수십 건의 요청이 들어왔다. 팬들을 통해 임영웅의 영향력을 확인한 매일유업은 그를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그렇게 ‘비공식’ 홍보대사로 활동해 왔던 임영웅은 매일유업 바리스타룰스의 공식 얼굴이 됐다. 매일유업은 이렇게 말했다. 정직하게 커피 본연의 맛을 살린 제품과, 기교 없이도 노래 본연의 맛을 살리는 임영웅의 궁합이 최고라고. 임영웅은 모델로 섭외된 공을 팬들에게 돌렸고, 매일유업은 임영웅을 사랑하는 팬들을 소비자로 확보하게 됐다.
임영웅은 매일유업 바리스타룰스의 공식 얼굴이 됐다. ⓒ매일유업

연령대·업종 구애받지 않는 러브콜

‘겸손하다. 신뢰감을 준다. 팬들을 배려한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타이면서도, 소비력이 강한 중장년층 팬덤이 특히나 탄탄하다.’ 모델로서 임영웅이라는 가치를 높이는 요소들이다. 이 강점을 바탕으로 임영웅은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특히 연령대와 업종에 구애받지 않고 러브콜이 온다는 점이 다른 톱스타들과 다르다. 당대의 유명한 젊은 스타를 주로 기용하는 자동차 광고부터 중년이나 노년층의 배우들이 주로 맡는 임플란트와 건강식품 광고, 남성 트로트 가수에게는 생소한 화장품 광고까지 따냈다. 그가 섭렵하는 광고의 영역은 공식 팬클럽인 영웅시대의 팬덤만큼이나 넓다. 임영웅은 3월에 3건, 4월에 4건의 광고계약을 체결하면서 2개월 연속 ‘광고계약을 가장 많이 한 스타’가 됐다. 매일유업, 쌍용자동차, 한국야쿠르트, 리즈케이, 편강한방연구소, 청호나이스, 웰메이드, 덴티스, 클라비스, 청년피자 등 임영웅이 활약하는 광고는 10개에 이른다. 인기는 ‘영웅 효과’로 나타난다. “인생이 막 재밌어지기 시작한다”는 카피로 시작하는 임영웅의 첫 광고. 지난 4월 임영웅을 모델로 발탁한 쌍용차의 중형 SUV G4 렉스턴 화이트에디션 광고였다. G4 렉스턴 화이트에디션 1호차는 임영웅의 우승상품이자 그의 첫 차다. 슈퍼스타로 거듭난 그의 인생 2막을 잘 표현한 카피라는 것이 쌍용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가 출연한 화이트에디션 출시 광고는 264만 뷰(유튜브 채널 기준)를 넘겼고, G4 렉스턴의 5월 판매량은 전월 대비 61% 증가했다. ‘영웅 효과’를 본 쌍용차는 6월3일 신차 구매계약 고객을 대상으로 임영웅의 브랜드 화보 ‘REXTON Ⅹ Im Hero’를 증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단순한 광고가 아니다. 임영웅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영상이 곧 광고가 된다. 세정 웰메이드가 지난 4월 선보인 임영웅 CM송 ‘트롯웰송’이 대표적이다. 임영웅이 “사랑의 웰메이드 국민의 웰메이드”를 열창하는 유튜브 영상은 129만 회나 재생됐다. 영상에서 임영웅이 입고 나온 스트라이프 린넨 셔츠의 3주일간 판매량은 영상 노출 전에 비해 510%나 늘어났다. 웰메이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임영웅 스타일 기획전’을 열고, 기획전 내 제품을 구매할 경우 브로마이드를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하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웰메이드 홈페이지에서는 “임영웅님이 입은 셔츠를 보고 구매했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쌍용차는 임영웅과 G4 렉스턴을 담은 브랜드 화보 ‘REXTON x Im Hero’를 제작했다. ⓒ쌍용차 제공

노래와 광고 접목해 소비자 공략

“이것은 광고인가 뮤비인가”라는 극찬이 이어진 것은 청호나이스의 정수기 세니타의 광고 풀 영상이었다. “맑은 물처럼 투명한 얼음처럼 내가 지켜줄게요”라는 노래 가사, 임영웅의 피아노 연주, 휘파람 소리, 제품 영상이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했다는 평이다. 3월부터 임영웅을 자사 모델로 검토했던 청호나이스는 지난 4월말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청호나이스는 올 4월까지 정수기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한 바 있다. 임영웅 광고가 나간 이후 판매량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5월 가수 브랜드평판에서 임영웅과 영탁이 방탄소년단에 이어 2·3위를 차지했다. 트로트 가수가 아이돌들을 제치고 순위권에 오를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진(眞)을 필두로 트롯맨들이 광고계를 점령하고 있다. 트로트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팬덤의 영역이 넓어졌고, 모델로서 트로트 가수들의 가치도 함께 높아진 것이다. 특히 업계는 역경을 딛고 성공한, ‘스토리가 있는’ 이들의 이미지가 브랜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한다. 《막걸리 한잔》을 불러 큰 사랑을 받았던 영탁. 무수한 사람이 영탁의 이름으로 막걸리가 출시되면 좋겠다고 했고, 그 바람은 현실이 됐다. 영탁은 예천양조와 모델계약을 맺었다. 신기하게도 이미 예천양조가 지난 1월 특허출원을 마친 막걸리 브랜드가 ‘영탁’이었다. 그렇게 영탁 막걸리는 영탁을 만났고, 하루 매출 150만원이던 막걸리 매출은 1500만원으로 늘어났다. 예천양조는 마케팅을 적극 추진하며 영탁 막걸리 전국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영탁은 빙그레 아이스크림 슈퍼콘 모델로도 발탁됐다.
영탁은 예천양조와 모델계약을 맺고 영탁 막걸리 광고에 나섰고, 이찬원은 정관장 굿베이스 광고 모델이 됐다. ⓒ예천양조 유튜브 캡쳐·KGC인삼공사 공식 유튜브 캡쳐
‘찬또배기’ 이찬원은 정관장 굿베이스 광고모델이 됐다. 브랜드의 주 고객층인 20~40대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것을 고려한 것이다. 이찬원은 화장품 웰더마의 모델로도 발탁됐다. ‘트로트계 조각미남’ 장민호는 일동후디스의 성인건강영양식, ‘태권트롯’ 나태주는 전자랜드, ‘국민손자’ 남승민은 일화의 보리탄산음료 맥콜의 광고모델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광고업계에 적극적으로 가수를 어필하는 트로트 팬들의 ‘역러브콜’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팬들은 가상 광고나 ‘합성 짤’ 영상 등을 만들어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가 해당 브랜드의 광고모델이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팬들의 염원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까. 임영웅과 같은 사례가 또 나올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