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업체의 의문투성이 ‘코로나19 백신 발표’

모더나, 임상시험 데이터 공개 안 해 신뢰성 추락

2020-06-03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미국의 한 바이오기술 업체에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전세계적인 유행 속에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이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업체의 발표와 관련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기술 업체 모더나는 지난달 18일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mRNA-1273) 1상 임상시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피험자 45명 전원에게서 코로나19 항체가 생겼고, 8명에게서는 중화항체(항원에 결합해 활성을 무력화하는 항체)도 형성됐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600명이 참가하는 2상 임상시험 진행에 대한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상태다. 또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도 7월에 시작할 계획이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백신을 공급할 것이라는 게 모더나 측의 전망이다. 동물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은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최소 3단계(1~3상)로 진행한다. 이번 임상시험은 모더나의 의뢰로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가 진행했고,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연구 책임자다. 파우치 박사는 18~55세 건강한 성인 45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45명을 15명씩 3그룹으로 나눴다. A그룹에 항원 용량을 25㎍(마이크로그램), B그룹에 100㎍, C그룹에 250㎍을 투여했다. 그 결과 45명 모두에서 항체가 형성됐다는 것이 모더나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첫 번째는 항체에 대한 의문이다. 피험자 45명에서 형성된 항체가 어떤 항체인지, 양성률은 얼마인지, 항체가 어느 정도 지속하는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3월20일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의 말을 듣고 있다. ⓒAFP 연합

연구 책임자의 논평도 없는 임상시험 결과

연구팀은 4주 후에 백신을 한 차례 더 투여했다. 모두 2차례 투여한 셈이다. 그리고 2주가 지난 6주 차에 피험자의 상태를 관찰했다. 모더나 측은 A그룹(25㎍ 투여군) 15명 모두에게 항체가 형성됐고 B그룹(100㎍ 투여군) 10명에게도 항체가 생겼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를 무력화시키는 중화항체가 A군(25㎍ 투여군) 4명과 B군(100㎍ 투여군) 4명에서 형성됐다고도 했다. 보통 면역력이 생겼다는 말은 중화항체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목에서 두 번째 의문이 생긴다. 8명만 검사해 중화항체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45명 가운데 8명만 중화항체가 관찰 됐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의문은 항체가 생긴 피험자들의 나이다. 만약 항체 형성자가 젊은 층에 집중돼 있다면 코로나19에 취약한 중년층 이상에 큰 효과가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 의문은 임상시험 결과 발표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모더나 측은 이번 임상시험 결과를 보도자료 형태로 공개했다. 일반적으로는 임상시험 연구 책임자가 백신의 부작용과 효능을 분석해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것을 근거로 보건 당국에 다음 단계인 2상 임상시험 승인을 신청한다. 다섯 번째 의문은 임상시험 연구 책임자의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므로 다소 비정상적인 과정으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 책임자인 파우치 박사의 논평이 없는 것은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