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통·물류 시장을 움직인 큰 손 중 하나는 방탄소년단(BTS)이었다. 5일 대한통운이 자사 택배 송장 정보를 분석해 발간한 ‘일상생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BTS 관련 굿즈 물량은 전년 대비 321% 증가했고, BTS의 광고 효과에 따라 제품의 판매량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 시장 뿐 아니라 유통 시장의 지형도까지 흔들면서, BTS는 'BTS 효과'를 단단히 입증하고 있다.
BTS가 착용한 스포츠 헤어밴드 물량은 36% 증가했고, 콘서트 티켓이나 앨범 판매 물량이 생필품 판매량을 앞지르기도 했다. 특히 11월 판매된 팬클럽 공식 굿즈인 ‘아미(ARMY) 멤버십 키트’와 12월 판매된 ‘2020 시즌스그리팅’ 제품이 큰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12월 비타민 제품 레모나의 물량은 급증해 전월보다 무려 택배가 190% 늘었다. BTS 멤버들의 얼굴이 새겨진 BTS 패키지의 판매 영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BTS와 팬덤 아미는 물류 흐름 변화를 주도하며 진정 파워풀한 존재임을 입증했다"며 "나만의 취미를 즐기는 것은 물론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가고, 팬으로서의 나를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 새로운 소비자의 등장"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20일 판매를 시작한 BTS 레모나 패키지는 약국 유통 1시간 만에 초도 물량 완판을 기록했고,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과 중국 타오바오 입점 이후에도 완판을 기록했다. BTS의 인기에 힘입어 경남제약은 2019년 매출 448억원을 달성했다. 하나금융투자는 BTS 모델 기용 이후 1분기에만 70억원 이상 레모나 판매가 예상되며, 올해 레모나 매출은 450억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패션기업도 BTS 효과 누려
BTS를 모델로 섭외해 빛을 본 회사들은 또 있다. 패션기업 휠라는 지난해 10월 BTS와 글로벌 모델 계약을 맺었다. 휠라는 지난해 12월30일부터 올해 1월5일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일대 5곳의 대형 디지털 광고판에 2분마다 BTS가 등장하는 옥외 광고를 송출했다. BTS 공연 중에도 옥외광고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노출됐다. 광고 효과를 수치로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세계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 휠라 측의 설명이다.
L&P코스메틱의 화장품 브랜드 메디힐도 BTS 효과를 톡톡히 본 대표 업체다. 지난해 BTS와 협업한 한정판 마스크팩은 약 3시간 만에 완판됐다. 10월 두 번째 협업 제품인 '메디힐 티트리 케어솔루션 에센셜 마스크 이엑스 BTS 에디션'은 8분 만에 품절을 기록하며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BTS가 착용하면서 인기를 끈 제품도 있다. 국내 패션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SJ그룹의 실적이 긍정적인 이유는 BTS가 애용하는 패션 브랜드 캉골 덕이다. 실제로 멤버 제이홉과 지민이 착용한 털모자는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SJ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6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성장했고, 매출 역시 59.6% 오른 1096억원을 기록했다. SJ그룹의 캉골 매출 의존도는 76%에 달한다.
BTS는 사회 전반적으로 큰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BTS 데뷔 후 10년(2014~2023년)간 총 56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생산유발 효과는 약 41조860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약 14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