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사상 유례없는 압승을 거뒀지만, 여권 내에선 묘한 긴장감도 감돈다. 지나친 대승이 다음 선거를 감안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경계심이 그것이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4월16일 선대위 회의에서 “지금 민주당은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라면서 군기를 다잡았다.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일정한 간격으로 승리와 패배를 번갈아가며 반복했던 기억 때문이다.
실제 당시 제1 야당이던 한나라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이 2000년 4월 총선과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막상 6개월 후에 벌어진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게 패하며 정권 탈환에 실패했다. 민주당 역시 2002년 12월 대선 승리에 이어 2004년 4월 총선에서도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이 152석으로 과반의석을 달성하는 대승을 거뒀지만, 2006년 6월 지방선거에서 대참패를 당한 이후 이듬해 12월 대선마저 패하면서 정권을 보수진영에 내줘야 했다.
정권을 잡은 한나라당 또한 2008년 4월 총선까지 3연승으로 승승장구하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패했다. 하지만 새누리당(통합당의 전신)으로 다시 당을 재정비하고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잇달아 승리하며 정권 연장에 성공했다. 절치부심한 민주당은 자만에 빠진 새누리당에 2016년 4월 총선에서 대역전극을 이뤄낸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5월 대선과 1년 후의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대승을 거두며 다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그리고 이번 총선까지 압승을 거두며 4연승을 구가했다. 하지만 이런 압승이 오히려 2년 후에 있을 차기 대선에서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경계론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