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부따' 강훈 “진심으로 사죄”

신상 공개 결정 후 처음으로 모습 드러내 시종일관 고개 숙인 채 울먹이며 “죄송하다” 법원, 강군 측 신상 공개 집행정지 신청 기각

2020-04-17     이혜영 객원기자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공범 중 한명인 '부따' 강훈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시사저널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주빈(24)의 공범 '부따' 강훈(18)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17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강군을 검찰에 송치했다. 강군은 지난 9일 구속됐으며, 전날 경찰은 강군에 대한 신상 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나와 취재진 앞에 선 강군은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하다.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혐의를 인정하나', '신상 공개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나' 등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미성년자인 10대 피의자 가운데 신상 정보가 공개된 것은 강군이 처음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전날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강군의 이름과 나이, 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했다.

경찰은 "범죄 수법이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다수의 피해자에게 지속해서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등 범죄가 중하다"며 "국민의 알 권리, 동종 범죄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강군 측은 이에 반발해 같은 날 오후 서울행정법원에 신상 공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강군의 신상 공개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이 강군의 명예, 미성년자인 강군의 장래 등 사익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하므로 신상을 공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강군은 텔레그램에서 '부따'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며 '박사방' 회원을 모집·관리하고 범죄 수익금을 조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료 회원들이 입장료 명목으로 암호화폐를 입금하면 이를 현금화해 조씨에게 전달하는 등 일종의 '자금책' 역할을 했던 셈이다. 앞서 조씨 측은 '부따' 등 3명을 '박사방' 공동 운영자로 지목했다. 검찰은 강군의 신병을 넘겨받는 대로 주요 증거물과 공범 진술 등을 종합해 보강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