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로 갈린 대한민국…슈퍼여당이 탄생한 4가지 이유 [시사끝짱]
범여권 189석 vs 범야권 111석…여권 기록적 압승 배경은
2020-04-16 조문희 기자
정권심판보다 국난극복 통했다
여권의 압도적 승리에는 코로나19 관리에 대한 긍정평가가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유권자들의 정치적 관심도가 높아진 데다, 문재인 정부의 감염병 대응 능력에 대한 내·외신의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면서 지지율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보수야당에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이나 조국 전 장관 가족의 비리,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을 부각시키려 했지만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16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수세에 몰려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정국으로 위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원래대로라면 정권심판론이 우세할 때이지만 코로나19 정국으로 인해 국정 안정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견제세력은 지리멸렬…황교안은 자질 부족
야당이 지리멸렬했던 것도 어부지리로 민주당의 압승을 도왔다. 탄핵정국의 오명을 깨끗이 씻지 못했던 탓일까. 통합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친박 세력을 공천 배제하는 파격을 선보였지만, 선거운동 막판 막말 파동이 터지면서 이미지 세탁에 실패했다. 김종인‧박형준 등 중도 성향의 인사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는데도 결과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통합당의 얼굴인 황교안 대표가 지역구에 출마한 게 패착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황 대표는 정치1번지인 서울 종로구에 출마해 이낙연 전 총리와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여론조사 기간 내내 이 전 총리에 밀리다가 결과적으로 18.4%포인트 차로 크게 뒤졌다(이낙연 58.3%, 황교안 39.9%). 이에 대해 김만흠 원장은 “황 대표가 ‘지는 싸움’에 전면으로 나서면서 오히려 대안 세력으로서의 신뢰를 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결국 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초유의 居與 상황…민주주의 퇴화 우려도
한편 거여 상황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칫하면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다당제를 채택했지만 사실상 자민당이 늘 표를 싹쓸이 해 ‘1.5당제’라고 불린다. 일본의 민주주의는 높게 평가받지 않는다. 김 원장은 이 같은 사례를 들며 “독재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총선 결과가 양당체제를 강화하고 지역주의를 심화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한 상황이다. ‘진보는 좌파, 보수는 우파’라는 말처럼 21대 총선 결과는 정확하게 동서로 갈렸다. 김 원장은 “승자독식하는 지금의 선거제도는 민심을 왜곡하기 마련”이라며 “사표 역시도 국민의 선택 중 하나이기에 유권자들의 민심을 차분히 살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