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사람들은 왜 불륜을 저지를까…성의학 전문가 분석

사랑 호르몬 고갈돼도 새 모습으로 다가가면 ‘유사 효과’ 나타나 

2020-04-25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사랑, 배신, 증오, 복수를 다룬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부인이 우연히 알게 된 남편의 불륜으로 시작한다. 이 글은 불륜 부부에 대한 정신의학적 혹은 심리학적 분석이 아니고, 성적 도덕에 대한 강의도 아니다. 비뇨기과적 시각으로 본 불륜에 대한 아날로그적 해석으로 몇몇 장면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성의학적 해석이다.

#장면① 이태오가 설명숙을 만나서 고민을 호소한다.

이태오: 선우를 사랑하는 감정과 다경이를 사랑하는 감정은 서로 다른 색깔인데 내가 미치겠는 건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한다는 거야.

설명숙: 이게 웬 궤변이냐? 두 사람을 동시에 어떻게 사랑해? 너무 뻔뻔한 거 아니니?

이태오: 이해 안 되지?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 싶지? 난 진심이라고. 둘 모두한테.

ⓒJTBC
두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사회규범과 도덕으로는 얼토당토않은 궤변으로 보이지만 인간의 본능으로는 가능한 일이다. 당연히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마찬가지다. 예쁜 여자에 설레거나 섹스 충동을 느낄 때 괜히 주책이 아닐까 걱정하는 중년 남성이 있다. 중년 여성도 비슷한 행태를 보이니까 남녀의 차이는 아니다. 섹스 충동은 어느 정도가 정상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으므로 이런 충동에 탐닉하거나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의학적으로는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혼 10년 차 이상인 남녀를 대상으로 성적 환상에 대해 조사한 결과,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을 대상으로 성적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는 대답이 남녀 모두에서 80%였다. 상상의 대상은 남녀가 달랐는데 여성은 영화배우나 아이돌 등 남자 연예인이었고, 남성은 실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반 여자였다. 어떤 형태든 성적 환상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성의 활력에 도움이 되고 상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 성생활 횟수도 많고 쾌감 정도가 더 크다.

#장면② 지선우와 손제혁이 둘만의 만남을 가진다.

손제혁: 세상에는 두 종류의 남자가 있어. 바람피우는 남자와 그걸 들키는 남자. 본능은 못 이기거든.

지선우: 본능은 남자한테만 있는 게 아니야.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인 식욕과 성욕은 생명체의 존재 이유이자 건강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영향을 받는 욕구다. 남성은 20대 초반에 성욕이 가장 크고, 여성은 30대 후반에 성욕이 가장 크게 나타난다. 성별이나 연령대별 성욕 차이를 의학적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 때문에 30대 초반까지는 성욕이 억제되다가 임신에 대한 부담에서 해방되는 30대 후반이 되면 성욕이 강하게 표출된다. 생물학적 혹은 진화론적, 사회문화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성욕 차이를 밝히려는 연구가 많이 있었다. 성욕은 여성보다 남성이 훨씬 더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남성과 여성의 성욕은 큰 차이가 없다. 성욕은 주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조절된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많은 양의 남성호르몬을 가지고 있어 성욕도 강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성욕은 남성호르몬의 기능 중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에 반드시 남성이 여성보다 성욕이 더 강한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서서히 줄어들지만 남성은 계속 남성호르몬이 분비되므로 나이에 상관없이 성욕은 유지된다. 여성은 폐경이 되면 난소에서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지만 부신에서 남성호르몬은 계속 분비되므로 여성 역시 나이가 들어도 성욕이 유지된다.

#장면③ 호텔에서 밤을 지내고 새벽에 지선우가 일어나서 옷을 입는 것을 보며 제혁이 말한다.

손제혁: 벌써 가려고? 한 번 더 할까 했는데.

ⓒJTBC
하룻밤에 몇 번씩 했다며 정력을 자랑하는 남성이 있는데 많이 해서 좋다는 건 단지 본인만의 생각일 뿐이다. 많은 여성은 성교 횟수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횟수는 섹스의 즐거움이나 만족감과는 관계가 없다. 섹스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결과는 두 사람 모두의 만족감이다. 섹스에서 얻어지는 쾌감은 하늘에 별이 보이고 종소리가 들리는 황홀함이 아니라 ‘상쾌하고 즐거운 느낌’을 받는 것이다. 성생활은 배려와 소통이므로 상대방의 정신적·육체적 컨디션에 따라 적절하게 하는 것이 좋다. 많은 남성의 착각은 음경의 발기가 필수적인 남성과 달리 여성은 신체 구조상 언제든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여성은 육체적·생리적으로 반응해야 하고 사랑의 감정·친밀감·분위기 등 정신적 요소도 필요하다. 섹스에서 남성은 육체적 감각에 충실하고 여성은 정서적 교감과 사랑의 느낌을 중요시한다. 남성의 섹스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여성은 복잡하고 미묘하다. 남성은 음경에서 섹스가 시작되고 여성은 뇌가 먼저 반응해야 성적 흥분이 되고 몸이 반응한다.

#장면④ 집에 돌아온 지선우가 손제혁과 하룻밤을 보낸 사실을 이태오에게 말한다.

지선우: 막상 하다 보니까 짜릿하더라. 너랑 할 때는 못 느꼈는데.

성적 만족은 육체적·정신적·감성적·사회적 행복 전부를 의미하지만 섹스의 과정과 형태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 남자의 성 생리에는 정신적인 요소보다는 섹스 과정에서 느끼는 육체적 감각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육체적 행동이나 자극 없이 이성적 사고만으로 섹스하는 남자는 드물다. 남성과는 달리 여성은 섹스를 통해 상대방과 교감하고 친밀감을 느끼려고 한다. 여성은 섹스에서 배려와 공감, 분위기 등 정서적 요인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육체적 자극보다는 감정이 먼저 작동해야 성적 흥분이 따른다. 뇌에서 이성적으로 섹스를 시작할 수 있는 여자들이 육체적인 성적 능력도 뛰어나다.

#장면⑤ 남편의 배신에 자신도 바람을 피우고 난 후 지선우가 하는 이야기다.

지선우: 여자라고 바람피울 줄 몰라서 안 피우는 게 아니야. 다만 부부로서 신의 지키며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제하는 거지.

#장면⑥ 호텔에서 지선우를 대신해 기다리던 고예림과 남편 손제혁이 만난다.

고예림: 마음을 주지 않았으니까 떳떳하다는 거야? 내가 그렇게도 싫으니?

손제혁: 당신이 싫다기보다는 지루한 게 싫다는 게 맞겠지.

고예림: 내가 지루할 때 당신은 뭐 했는데? 서로 부족한 거 채워주면서 재미를 찾아가는 게 부부 아닌가?

부부의 세계에서 드라마의 흐름은 배신과 복수를 통해 사랑과 부부의 본질을 보여주려 하고 사랑의 배신, 즉 불륜에 관해 비교적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는 장면들이다. 초반부터 드라마는 불륜이란 ‘아내는 모르는(혹은 모른 척해 주는) 남자만의 전유물이라는 것은 단지 남자만이 가진 어리석은 꿈’이라고 이야기한다. 왜 결혼 후에는 남녀 모두 서로에게 열정적이지 못하고 다른 이성을 탐하는 것일까. 미국의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와 영부인이 양계장에서 닭들이 교미하는 것을 봤다. 영부인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교미하는 수탉의 정력에 감탄하자 자존심이 상한 대통령이 수탉이 같은 암탉하고만 하느냐고 물으니 양계장 주인이 매번 다른 암탉과 한다고 답했다. 이 일화를 빗대 남성이 새로운 파트너를 통해 성적 자극이 상승하는 현상을 ‘수탉 효과’ 혹은 ‘쿨리지 효과’라고 한다. 1955년 시카고대학의 프랭크 비치 교수가 수탉의 교미에 관한 실험 결과를 기술한 저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수탉 효과는 심리적·신체적·생리적 탈진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어도 더 할 수 없는 심리적 피로다. 재미있는 것도 반복하면 지루해지고 맛있는 음식도 자꾸 먹으면 맛이 없어지는 것처럼 성적 매력도 반복하다 보면 자극이 줄어든다. 뇌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은 육체 및 정신적 자극 때문에 분비되는 도파민에 의해서인데 같은 자극이 반복될 경우 도파민 분비량이 감소한다. 더욱 강한 자극을 받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다시 도파민 분비가 증가해 쾌감을 느끼게 된다. 남자와 여자 모두 생리적으로 사랑의 유효기간이 있다. 사랑에는 페닐에틸아민, 노르에피네프린, 엔도르핀 등 화학물질이 작용한다. 페닐에틸아민은 뇌에 작용해 열정을 일으키고 행복감에 젖게 만든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아드레날린 생성을 촉진해 심장을 뛰게 만들고 엔도르핀은 즐거움과 기쁨의 느낌을 준다. 사랑의 호르몬은 대개 수명이 1년 반에서 2년 정도이고 이 수명은 여자보다 남자에게서 더 짧다. 생명체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종족 번식이다. 더 강하고 더 많은 후손을 만들기 위해 알맞은 상대를 선택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수단이 짝짓기다. 수컷은 자신의 씨를 가능한 한 많이 퍼뜨리려고 다수의 암컷과 관계를 맺고 암컷은 강하고 능력 있는 최고의 수컷을 찾는다. 인간은 종족 번식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섹스를 활용하는 유일한 생명체이고 도덕과 문화, 사회적 규범의 제약을 받지만 생명체로서의 본능이 불륜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다정한 스킨십·대화·감정으로 권태기 극복

불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남녀 모두에서 가장 많은 불륜 이유는 ‘현재의 연인보다 더 끌리는 상대’를 만나서라고 한다. 그래도 불륜까지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도덕심이고 가정과 아이들, 주변 사람의 시선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다. 어떠한 형태이든 한번 바람을 피운 사람이 다시 저지를 확률이 불륜 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3배 이상 높다고 한다. 성적 관심이나 욕구는 남녀 모두 나이와 관계없이 비슷하게 유지된다. 성은 존재감을 찾아주고 활력을 유지해 건강과 행복을 주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이다. 수탉 효과나 사랑 호르몬의 고갈로 인해 권태기가 오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서로의 문제를 솔직히 표현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면 흡사 새로운 파트너를 만난 듯한 유사 효과(quasi-effect)가 생긴다. 흥분과 열정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이 감소하더라도 다정한 스킨십이나 대화, 친밀한 감정으로 또 다른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이 뇌하수체에서 분비된다. 수탉 효과나 사랑의 유효기간이 있다 하더라도 부부가 함께 노력해 극복할 수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부인과의 섹스에는 문제가 없는데 외도하면 발기가 안 된다는 이유로 진료실을 찾는 남성이 가끔 있다. 보통은 내연녀와의 섹스에서는 더 강하게 잘하려는 조바심과 심리적 위축으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다. 이런 남성에게 의학적인 해결책을 알려주어야 할지, 외도를 하지 말라는 도덕적 권유를 해야 할지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