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인터뷰] 이수진 “나경원, 경력만 길 뿐 협치 몰라”

[총선 격전지 동작을 르포]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서울 동작을 후보 “6년간 쌓인 지역구 현안, 민주당 ‘원팀’으로 풀어낼 것”

2020-03-30     박성의 기자

[편집자 주] 서울 동작을은 여야가 총선에서 구축한 서울벨트(격전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이자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가 5선에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양승태 사법부 농단을 폭로하며 정치권에 등장한 판사 출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맞수로 등판했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인지도 높은 보수 거물과 지지율 높은 정치 신인 간 혈투에 더욱 뜨거운 시선이 모이고 있다. 시사저널은 두 후보의 지역 유세 현장을 밀착 동행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사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막 목소리가 크게 나와서….” 3월25일 오전 10시40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이수진 민주당 후보는 “목이 많이 잠겼다”는 기자의 말에 민망한 듯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늘 아침에 (출근) 인사를 하고 왔는데, 주민들이 눈만 맞춰줘도 그게 그렇게 고맙더라”며 “(유세가) 힘들지만 죽기 직전까지 해 보려 한다”며 두 손을 꾹 쥐어 보였다. 이 후보의 결의에 찬 대답에 당 사무소를 찾은 한 지지자가 “이수진 파이팅!”이라고 호응하자, 이 후보가 부끄러운 듯 미소 지었다. 이처럼 ‘정치 신인’ 이 후보에겐 출퇴근길 시민들의 눈인사부터 열혈 지지자의 응원까지 모두가 신기하고 생경한 일이다. 다만 ‘맞수’를 평가할 때만큼은 다르다. 나경원 후보를 평가하는 날 선 말에서, 경력 19년 판사의 관록이 묻어났다. 이 후보는 “그분(나 후보)은 협치를 할 줄 모르는 정치인”이라며 “경력은 짧지만 민주당과 ‘원팀(one team)’을 이뤄 지역 발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3월24일과 25일, 이 후보의 일정을 밀착 취재하며 그의 정치관과 동작구 지역 민심을 살폈다.
ⓒ시사저널 이종현

“나경원 후보는 ‘원팀’을 만들 수 없다”

남성역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등장하는 이 후보의 선거사무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직사각형의 커다란 선거 현수막이다. 손가락 하나를 든 이 후보의 사진 아래 노란 글씨로 ‘진짜는 하나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후보가 만든 각종 선거 공보물과 현수막에는 이 ‘진짜’라는 문구가 유독 많이 등장한다. 그가 말하는 ‘진짜’가 궁금했다. 점심 약속을 위해 10분 뒤 선거사무소를 나서야 한다는 그를 붙잡고 물었다. “진짜와 가짜 정치의 차이는 무엇인가?” “법원에 있으면서 하나 자부할 수 있었던 것은 진정성이다. 어떤 일을 해도 마찬가지지만, 정치도 결국 진정성이 있어야 ‘진짜’다. 선거철에만 표를 바라고, 지역구에 호소하다가, 정작 국회에 입성해서는 민생을 돌보지 않는 이들과 나는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를 처음하는 입장에서 남과 비교하는 정치를 하고 싶지는 않다. 당장은 지금까지 지켜온 소신과 양심으로, 앞으로 어떻게 동작을 발전시킬 것인가를 주민들에게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 ‘가짜’를 말하는 그의 말에 주어는 없었다. 다만 그가 내세우는 공약 중 상당수는 동작을의 현역 의원인 나경원 후보를 ‘저격’하는 내용이다. 일례로 그의 사무실 1층에는 ‘나, 떨고 있니?’라는 제목의 포스터 7종이 걸려 있다. 포스터에는 ‘네티즌들은 그들을 토착왜구라 부른다. 이번 선거를 한·일전이라 거침없이 표현한다’ ‘그녀는 강남4구 같은 말 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나 후보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친일 논란’과 나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내세운 ‘강남4구 일류동작’ 구호를 저격한 셈이다. 이 후보는 “다른 후보를 의식할 겨를이 없다”면서도 나 후보에 대한 직언(直谏)을 서슴지 않았다. “(나 후보가) 정치 경험은 더 길지만 지난 6년간 한 일들을 보면 지역 구민의 평가가 좋지 않다. 이번에도 동작을 강남4구로 만들겠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을 보면 특별한 게 없다. 앞서 동작에서 진행된 많은 사업도 (의원이 아닌) 시나 구 단위의 자방자치단체가 주도한 것이다. 그분(나 후보)의 경력을 내가 갖췄다면 난 더 잘 해냈을 자신이 있다.” 이 후보와 나 후보 모두 21대 총선에서 교육정책을 메인 공약으로 내세웠다. 나 후보는 ‘강남 8학군’ 수준의 고등학교 유치를 공언했고, 이 후보는 동작 지역을 초·중·고교와 대학교까지 모두 갖춘 ‘원스톱 교육특구’로 만들겠다고 했다. 두 정책 모두 ‘사이즈’가 크다. 이 후보는 민주당 계열 지자체 의원들과 ‘협치’를 하지 않는 이상, 큰 규모의 지역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이창우 동작구청장과 동작갑 김병기 국회의원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지역에 와보니 할 일이 많다. 우선 교육이 가장 큰 문제고, 교통난도 심각하다. 이런 문제들을 빨리 빨리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결국 정부, 지자체의 협조가 필요하다. 버스 노선을 마련하고, 녹지를 깎아야하는 큰 사업일수록 정부와의 협치는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나는 (여당 의원으로 당선된다면) 동작구, 서울시, 교육청과 ‘핫라인’을 연결해 ‘원팀’을 구성할 것이다. 그분(나 후보)은 절대 다른 당(민주당)과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동작구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피켓을 들고 유세 중인 이수진 후보 ⓒ시사저널 이종현

‘보수 텃밭’ 뒤집힐까…여론조사에서 우세

이 후보의 자신감엔 근거가 있다. 최근 각 언론사들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가 나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동작을은 12년째 보수정당 소속 의원이 꿰차고 있는 지역구다. 그 중심에 나 후보가 있었다. 선거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이 후보 캠프가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 이유다. 다만 ‘정당의 후광’일 뿐, 이 후보 개인의 지지도로 이룬 결과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영입 인재 출마 지역구는 말 한마디 잘못하면 판세가 확 뒤집힐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실제 마주한 동작을의 민심은 ‘중립’에 가까웠다. 3월24일 이 후보가 방문한 동작구보건소 앞에서 만난 동작구 ‘토박이’ 김순애씨(64)는 “(이 후보가) 누군지 모르겠다. 나이 든 사람들이야 당연히 ‘퍼런 당’(민주당)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먹고살기 어려우니까 한 번쯤 (의원을) 바꿀 때가 되었나 싶긴 하다”고 전했다. 이어 25일 숭실대 앞에서 만난 박주민씨(27)는 “(이 후보와 나 후보) 둘 다 너무 큼직한 정책들만 내놔서 그런지 20대들에게 확 와닿는 정책이 없다”며 “아마 투표 직전까지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의 물음표에도 이 후보는 ‘필승’을 다짐했다. 무엇보다 선거 때마다 반복됐던 공천갈등이 많이 잦아든 덕에, 민주당의 '구심력'이 과거보다 세졌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 전략 공천에 반발했던 강희용 동작을 지역위원장과 허영일 전 행정안전부장관 정책보좌관 등은 최근 마음을 바꿔 이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그는 “(동작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매번 졌던 이유는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분열 때문이었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굉장히 높았던 지역구”라며 “이번에는 통합된 후보가 (민주당에서) 나왔다. 유세 중 만난 한 할아버지가 ‘이번에 떨어지면 나가 죽어!’라고 그러더라. 이게 바로 동작을의 민심”이라며 웃어 보였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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