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쒀서 남 줄라”…여‧야, 공천 반발 ‘무소속 출마’에 골머리

당 지도부, '복당 불허' 방침에도 "살아서 돌아오겠다" 무소속 출마 러쉬 격전지에 '집안 싸움' 벌어지자…"상대주자만 어부지리" 당내 고민 커져

2020-03-21     박성의 기자
4‧15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모두 ‘공천 잡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천 결과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주자들 탓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총선 '시계 제로' 상황에서, 같은 진영 내 경쟁자의 가세는 자칫 상대 진영 후보의 ‘어부지리 결과’를 안길 수 있다. 이에 각 당이 교통정리를 시도하고 있지만 배수진을 친 탈당 공천 탈락자들이 잇따라 총선 완주 의지를 밝히면서, 당 지도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민주당, 격전지 무소속 출마에 ‘어부지리’ 우려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씨가 2월17일 경기도 의정부시청에서 4·15 총선 무소속 출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1년 전부터 체계를 갖춰온 ‘시스템 공천’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공천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구 후보들이 당 공천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고 나선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우리 당에서 4·15 총선 출마를 준비하다가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할 시 영구 제명하겠다"며 엄포를 놨지만, 무소속 출마자들의 뜻을 굽히지 못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지역구는 ‘의정부갑’이다. 지난 17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가 "민주당이 의정부 시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며 경기 의정부갑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월 '아빠찬스' 논란이 불거진 뒤 출마를 포기했지만 두 달만에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이 30대 소방관 출신 오영환 예비후보를 전략공천하자, “전혀 연고도 없는 후보를 공천했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문 전 부위원장은 17일 오전 의정부시청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예비후보 사퇴후 민주당 중앙당에 의정부시와 걸맞은, 의정부 시민과 당원동지들에게 떳떳한 후보를 보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면서 “민주적 절차와 공정한 경선이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했던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당원동지들을 배신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무소속 출마를 결행할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비통한 심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의정부갑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6선을 한 민주당 텃밭이다. 그러나 지난 20대 총선 당시 결과를 보면, 21대 총선에서는 격전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총선에서 문희상 의장은 42.84%의 득표율로 당선됐는데, 강세창 당시 새누리당 후보 득표율(38.07%)과 불과 4.47%P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문 전 부위원장이 가세해 민주당 표심이 갈릴 경우, 통합당 주자로 나선 강세창 후보가 ‘어부지리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우려다. 여기에 공천 배제된 3선 중진 민병두 의원도 서울 동대문을 무소속 출마를 확정했다. 앞서 민주당은 과거 '미투' 논란으로 정밀심사 대상에 오른 민 의원을 공천 배제하고, 동대문을 지역구를 청년우선 전략지역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민 의원은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는 뜻에 공감한다"면서도 "연고와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선거 30일 전에 내려보내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반발했다. 통합당으로선 기회다. 민 의원이 끝까지 완주하면 진보 측 후보 2명과 이 의원 간 3자 구도로 선거가 치러진다. 민주당의 표심 분열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동대문을은 19대 국회에서 민병두 의원이 당선되기 전까진 홍준표·권영우·김영구 전 의원 등 보수진영 인사들이 이 지역을 지켜왔다. 통합당은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한 이혜훈 의원을 내려보내 지역 탈환에 나선다.  

통합당도 ‘텃밭 TK’ 공천 여진 계속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가 17일 오후 대구 수성못 이상화 시인의 시비 앞에서 오는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구을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미래통합당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총선을 목표로 '임시 동맹'을 맺었던 각 계파와 각 당들이 공천 결과에 "사심이 담겼다"며 잇따라 반발하고 나섰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낙천인사 중 상당수가 탄탄한 지역 기반을 갖춘 전‧현직의원인지라 '표 분산'을 우려하는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통합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컷오프에 반발한 무소속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현역 의원 가운데 곽대훈(대구 달서갑) 의원이 지난 13일 가장 먼저 무소속 출마에 나섰으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전날 대구 수성을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17일 대구 수성못에서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협잡‧기망 공천의 희생양이 되어 광야에 홀로 서 있다. 홍준표를 살려줄 곳은 오직 내 고향 대구뿐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민 여러분만 믿고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왔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줄곧 통합당의 공천에 피해를 봤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잘못된 협잡 공천과 대선 경쟁자 쳐내기라는 일부 세력의 불순한 음모 때문에 잠시 당을 떠나 광야로 나가고자 한다”며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홍 전 대표와 상대하게 된 이인선 통합당 예비후보는 보수 분열을 우려했다. 이 예비후보는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총선에서 보수우파의 힘을 하나로 모아 자유대한민국과 시장경제질서를 무너뜨린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겠다”며 “홍준표 무소속 후보에게는 자신을 키워준 통합당을 배신한 책임, 보수우파를 분열시킨 책임, 대구를 자신의 대권 소모품으로 여긴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날을 세웠다. 홍 전 대표에 이어 통합당 대구 북구갑 공천에서 배제된 정태옥 의원도 18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이날 통합당 대구시당 당사에서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반드시 살아서 당에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통합당 공관위는 대구 북구갑에 정 의원을 컷오프하고 양금희 전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을 단수공천했다. 정 의원은 “당을 위해 대변인과 정책위 부의장으로 최선을 다해 헌신했고 패스트트랙 대치과정에서 정식 기소될 정도로 보수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져 투쟁했다”며 “(공천관리위원회가)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지역 연고도 없는 서울 TK(대구·경북) 인사를 내리꽂은 것에 대해 당원과 주민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석연 통합당 공관위 직무대행은 18일 공천 결과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한 인사들의 복당 불허를 황교안 대표에게 정식으로 요구했다. 김형오 전 위원장도 입장문을 내어 “낙천에 대한 서운함과 불만 때문에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는 여당과 정권에 승리를 바칠 뿐”이라고 공개적인 만류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