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극기 부대 “박근혜라도 ‘가짜 보수 지지’ 지시할 수 없다”

태극기부대 “우파, 미래통합당 찍으면 나라 망한다”

2020-03-17     조해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위대를 자처했던 태극기부대가 ‘거대 야당에 힘을 합쳐 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뜻을 어기고 각자도생을 선택했다. 태극기부대들은 미래통합당을 ‘가짜 보수’로 규정하고 군소 우파정당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탄핵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김평우 변호사는 “이번 총선의 의미는 ‘문재인 공산정권’과 싸울 진짜 보수를 국회로 보내는 것”이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도 가짜 보수를 지지하라고 지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태극기부대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확정된 2017년 3월10일을 잊지 않기 위해 매년 ‘3·10 항쟁’ 기념 행사를 갖고 있다. ⓒ뉴시스
박 전 대통령은 3월4일 옥중 자필 편지를 통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면서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태극기부대는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남은 열성 지지층이라고 여겨져 왔다. 태극기부대의 뿌리가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대이며, 지금도 태극기부대는 “박근혜 석방”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극기부대조차 박 전 대통령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태극기부대 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편지가 공개됐을 때부터 ‘조작 의혹’이 일었다. 특정인 또는 특정세력이 4·15 총선의 공천과 승리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사칭했다는 것이다. 이는 태극기부대가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통합을 얼마나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평우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놓고 ‘태극기 시민들은 불만을 접고 황교안 대표와 미래통합당을 지지하기 바란다’는 뜻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주장은 무지하고 유치하다”면서 “이번 총선의 진정한 의미는 보수를 위장해 공산주의자들과 상습적으로 타협하는 가짜 보수들을 청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의 공천 잡음은 태극기부대가 등을 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민중홍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은 “박 전 대통령의 편지로, 모든 공은 미래통합당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주사파-전교조 출신까지 공천을 주면서, 오히려 친박-태극기 성향의 후보들을 학살했다”고 주장하면서 “태극기부대는 미래통합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태극기부대가 미래통합당과 멀어지면서 보수우파 성향의 다른 정당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은 “미래통합당이 애국 시민들의 뒤통수를 쳤다. 공천이 아닌 사천이고, 결국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4·15 총선에서 기독자유통일당을 지지한다. 많은 태극기 시민도 같은 생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도이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 사무총장 역시 “혈육보다도 중요한 것이 이념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면서 “북한과 문재인 정부를 척결하는 데 앞장서 온 정당을 지지해야 한다. 기독자유통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극기의, 태극기에 의한, 태극기를 위한’ 비례대표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태극기부대의 SNS 단체대화방에는 이를 촉구하는 글들이 빼곡하다. “황교안이 박근혜를 배신하는 흔적들이 드러나면서 지지도가 내려가고 있다. 비례(대표)까지 미래통합당과 같이 가면 ‘폭망(대실패)’이다. 자유공화당과 기독자유통일당은 함께 투합해 비례대표를 내길 호소한다.” “미래통합당의 공천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태극기 세력이 단 한 석이라도 국회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정당의 이름으로 비례대표를 당선시켜야 한다. 정의당을 위해 만든 것 같았던 제도(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태극기 우파세력이 활용하기에 딱 좋아 보인다. 미래통합당의 공천 잘못을 지적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공개하면 된다. 호떡집(미래통합당)에 불을 지르자.” 물론, "태극기부대가 박 전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정광용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 회장은 “태극기부대는 무조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命)을 따라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번 총선뿐만 아니라 더 큰 미래를 내다보고 보수 대통합을 지시한 것”이라면서 “분열은 이적 행위다. 태극기부대는 결코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 미래통합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야만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추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