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세진’ 경찰, 역대 최다 당선자 배출하나

[4·15 총선 경찰 출신 출마 후보자 25명 분석] 민주당 7명, 통합당 14명

2020-03-02     조해수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힘을 키운 경찰이 기세를 몰아 4·15총선에서 역대 최다(顶多)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여파가 총선에 영향을 미쳐 검찰·경찰 개혁이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여당에서는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임호선 전 경찰청 차장 등이 검찰과 경찰의 지속적인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야당의 경우, 경찰 출신 김한표·윤재옥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에 반대하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검찰 장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 등록자와 각 당의 공천 신청자 등에 따르면 2월27일 현재 경찰 출신 출마자는 모두 25명에 이른다. 더불어민주당에서 7명이 뛰고 있으며 통합당에서는 14명, 국가혁명배당금당 3명, 국민의당 1명으로 나타났다. 경찰 안팎에서는 21대 총선에서 역대 최다 당선자가 배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최다 당선자를 배출한 것은 20대 총선으로 표창원(더불어민주당), 김한표·윤재옥·김석기·이만희(새누리당), 권은희·이동섭(국민의당), 이철규(무소속) 등 모두 8명이다.
ⓒ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뉴시스·연합뉴스

20대 국회 8명 넘어설까

19대 국회의 경우 이완구(새누리당)·김한표·윤재옥·권은희 등 4명이었고, 18대에서는 이무영 의원(무소속)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이인기 의원(한나라당) 혼자 활동했다. 17대는 이인기, 서재관(열린우리당) 등 2명에 그쳤고 16대의 경우 엄호성·유흥수·이완구·이인기·이해구(한나라당) 등 5명이 당선됐다. 21대 국회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검찰 개혁을 마무리하고 경찰 개혁을 새롭게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경찰 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야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경찰 출신들이 21대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검찰·경찰 개혁 전선의 최전방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황운하 전 청장은 2월24일 “국리민복을 위해 검찰과 경찰을 바로 세우겠다”며 대전 중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황 전 청장은 경찰 수사권 독립의 아이콘으로 인식되는 인물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전담한 수사구조개혁단 단장을 맡기도 했던 황 전 청장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주장하며 오랫동안 검찰과 대립해 왔다. 결국 지난 1월13일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은 1차 수사 종결권을 획득했다. 황 전 청장의 또 다른 별명은 ‘검찰 저격수’다. 황 전 청장은 검찰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왔다. 그는 검찰을 “조직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마피아 집단”이라면서 “검찰은 조직의 이익을 위해 (사건 조작을 통해) 누구든지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검찰은 오래전부터 나를 표적 삼아 공격해 왔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도 검찰이 꾸민 허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황 전 청장은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청와대의 하명을 받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황 전 청장은 “무죄 선고가 나왔을 때 기소한 검사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금처럼 마음대로 기소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주장하는 것처럼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의 분리가 필요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 검찰 개혁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임호선-경대수, 검경 맞대결 관심

지난해 말 퇴임 후 불출마를 시사하기도 했던 임호선 전 차장은 2월16일 “검찰과 경찰 개혁을 추구하는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는 당과 지역 주민의 요청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며 충북 증평·진천·음성 출마를 선언했다. 임 전 차장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2002년 청와대 치안비서실 행정관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경찰 개혁 과제를 진두지휘했다. 충북 증평·진천·음성은 3선에 도전하는 검사 출신 경대수 미래통합당 의원의 지역구다. 임 전 차장 대 경 의원의 본선 대결이 성사될 경우 검찰 개혁을 둘러싼 검경 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야당에서는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김한표 의원이 눈에 띈다. 경남 거제시에서 3선 도전에 나서는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날카롭게 비판해 왔다. 1월10일 추미애 장관의 검찰 고위급 인사로 이른바 ‘윤석열(검찰총장) 사단’이 좌천되자, 김 의원은 “추 장관은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를 상대로 ‘수사와 기소를 주장했던 수사 책임자 윤석열 팀장을 내치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가 나오겠냐’고 맹렬한 비난성 질의를 했다. 그 장본인이 지난날을 까맣게 잊고 ‘추로남불’을 하고 있다”면서 “검찰 개혁의 시작은 절대권력자로부터 인사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청와대는 더 이상 추잡한 인사를 통해 검찰을 장악하려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3선 도전에 나서는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을)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핵심 사안 중 하나인 공수처 신설을 반대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말 공수처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두 번째 주자로 나서 “검찰 개혁은 검찰권 남용을 방지하고 정치 중립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공수처는 ‘옥상옥’ 검찰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기존 검찰 권한을 제한하고 검찰의 인사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의원은 “공수처 수사 대상 7000명 중 야권 인사는 150명이라고 하지만 공수처 인원은 60~70명으로 하명 사건이나 (공수처가) 원하는 사람을 수사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야권 인사를 집중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