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있는데 반려동물 키워도 될까
[따듯한 동물사전] 털·기생충 등 우려, 상당 부분 근거 없거나 부풀려져
2019-09-17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매년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10만 마리를 넘어서고 있다. 혼자 살 때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결혼하면서, 그리고 임신과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반려동물을 파양하거나 유기하는 사례도 적잖다. 배우자의 반대나 태어날 아기의 건강에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 등이 주요 이유다. 반려동물과 아이를 함께 키울 때 분명 신경 쓸 부분, 유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사람들이 우려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근거가 없거나 부풀려져 있다.
그중 한 가지는 반려동물의 털에 관한 것이다. 개와 고양이 털이 배 속에 있는 아이 혹은 신생아의 호흡기에 치명적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자궁경부는 매우 두꺼운 근육으로, 평상시에는 꼭 닫혀 있어 동물 털이 태아에게 도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신생아는 미세한 털이나 먼지에 호흡기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게 좋지 않다. 털이 많이 날리는 경우 신생아의 공간과 반려동물의 공간을 어느 정도 분리해 주는 게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털은 호흡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걸러지고 배출된다. 또 반려동물 털이 아이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신생아 때부터 적어도 1년 동안 2마리 이상의 반려동물과 함께 지낸 아이는 6~7살쯤 알레르기 발생 확률이 일반 아동보다 반으로 줄어들고, 면역력도 높아진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알레르기 증상이 있더라도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동물 털이 원인이라고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다.
‘아이 정서 발달’ 위한 반려동물 입양은 피해야
반려동물을 통해 감염되는 기생충에 대한 두려움 또한 사실과 다르다. 한때 ‘고양이 기생충’으로 불리며 임산부의 유산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던 톡소플라즈마는 사람이 종숙주인 고양이를 통해 감염될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 다섯 살 어린이가 개 회충에 감염돼 시력을 잃었다는 사례가 방송을 타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이 또한 개를 통해 감염됐다고 단정 짓기 힘들다. 또한 개나 고양이의 기생충은 구충제만 먹이면 100%에 가깝게 예방할 수 있다. 반려동물과 아이가 함께 자라면서 얻을 수 있는 이로운 점이 많다. 우선 친밀감과 유대감이 형성돼 심리적인 안정을 준다. 다른 생명에 대한 배려와 존중 그리고 책임감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반려동물을 그냥 키운다고 무조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반려동물의 행동학적 특성을 이해하고 건강 관리에 필요한 여러 가지 책임을 충실히 이행했을 때만 얻을 수 있다. 자신의 생활환경 변화, 특히 결혼과 임신·출산 시기에 반려동물을 버리거나 파양하는 행동은 근본적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와 책임감 부족에서 비롯된다. 애초에 반려동물을 들일 때 반려동물로부터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만 생각했을 뿐 그 동물에게 해 줘야 할 것, 끝까지 책임져야 할 것 등에 대한 생각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혹시 자녀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반려동물 입양을 고민하는 가정이 있다면 절대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반려동물을 그 자체로 사랑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반려동물로부터 무언가 얻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이라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서로에게 상처만 남길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