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선 ‘기술강국’ 일본 못따라 잡는다”
과학계 국책과제 신청자도, 심사위원도 ‘비전문가’ 투성
2019-08-15 권한상 부경대 신소재시스템공학과 교수‧일본 도호쿠대 공학박사
비전문가가 전문가로 버젓이 행세
필자가 프랑스 국립과학원에 근무했던 시절 전공분야 국가과제를 신청하고 심사를 받으러 갔을 때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일은, 규모가 큰 국책과제가 아니었음에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연구자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관련 분야의 대가들이었다. 이러한 심사위원 인력 풀에선 설령 과제가 선정되지 않더라도 참가자들에겐 명확한 객관적 이유와 분석이 제시된다. 적어도 비전문가에 의한 주관적 심사는 일어나지 않기에 선정된 과제 역시 본질에 맞게 진행된다. 그 결과 역시 소중한 데이터베이스가 될 수 있다. 다만 대한민국에서 과연 과학기술 대가들이 국가를 위해 본인의 소중한 시간을 희생하며 작은 국책과제 심사에 관심을 가질지에 대해선 씁쓸한 의문이 남는다.줄줄 새는 국가 연구과제 예산
이러한 원천적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국가 연구과제 신청 시 연구 책임자들은 적어도 자신의 전공과 유사도가 높은 연구과제에 신청을 해야 하고 심사 역시 관련 분야 전문가에 의한 객관적인 평가가 진행돼야 한다. 관련 전공분야에 대한 판단의 평가는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국책과제의 연구책임자는 박사급 인력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즉, 신청하는 국가 연구과제가 본인의 학위 논문과 유사성이 있는지 설령 학위 연구와 매칭이 안되더라도 적어도 3년 이상 관련 분야 연구를 수행해 전문성을 확보한 경력이 있는 지만 파악 하더라도 비전문가가 국책과제를 수주하는 문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박사학위자의 연구주제는 해당 학위 수여 대학에 모두 전산화돼 있다. 해외 학위자들 역시 학술진흥재단에서 발행하는 박사학위 신고필증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 또한 심사위원들의 전문성 역시 이러한 학위논문의 주제로부터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관련 연구분야 경력 역시 출판 논문과 그동안 수행한 국가연구과제들이 있다면 더욱 더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문성을 띤 인력 풀 시스템의 구축과 과학기술계의 특수성이 고려된 법령이 수반된다면 적어도 비전문가에 의한 비전문가의 심사라는 병폐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국가연구과제 시스템에서 생산되는 연구 결과물은 대한민국을 원천소재기술 강국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