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가면 금연이나 절주 등 ‘하지 말라’는 충고를 듣곤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하는 행동 가운데 조금만 신경 쓰면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될 만한 것들도 적지 않다. 시사저널은 전문의들의 의견을 종합해 ‘건강하게 살기 위해 일상에서 해야 할 행동 10선’을 선정했다.
자신에게 맞는 몇 가지라도 실천하면 지금보다 현저하게 건강해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현재 건강을 유지할 수는 있다. 프랭크 후 하버드대 교수는 “긍정적인 생활습관 변화는 언제 해도 늦지 않다. 심지어 70세 이상이라도 건강 식단을 먹고 신체활동을 하는 등 건강한 생활 스타일을 실천하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루에 물 8~10잔 마시기
커피·주스·탄산음료·맥주는 역효과
건강 유지에 필수인 물을 우리는 매일 마신다. 세계보건기구의 하루 물 섭취 권장량은 1.5~2리터(8~10잔)다. 우리가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은 음식을 포함해도 1리터 남짓이다. 소변·호흡·땀으로 배출하는 수분은 약 2.5리터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약 1.5리터(약 8잔) 이상의 물을 더 섭취해야 한다.
우리는 식사 후나 이따금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신다. 이때는 이미 몸에 물이 부족해 수분 밸런스가 깨진 이후다.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습관을 갖는 게 건강 유지에 이롭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잔만 마셔도 잠을 자는 동안 피부를 통해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하고 수분 균형을 유지하는 데 좋다. 이지영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는 “물에도 영양소가 있다. 산소와 미네랄 등이 녹아 있어 물을 마시면 수분 보충과 함께 미네랄도 섭취할 수 있다. 그러나 물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은 오히려 해롭다. 물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체내에 물이 축적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드물지만, 물을 5리터 이상 마시면 저나트륨혈증과 같은 전해질 불균형이 발생해 두통이나 의식장애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커피, 주스, 에너지 음료, 이온 음료, 탄산음료, 맥주 등은 물을 대신할 수 있을까. 맥주나 커피와 같은 음료를 마시고 물을 충분히 섭취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주스나 이온 음료에는 전해질 성분이 있어 이를 섭취하면 우리 몸은 체내 수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세포에 있는 수분을 혈액으로 이동시킨다. 따라서 세포 내 수분 부족 현상이 생긴다. 음료를 많이 마셔도 갈증을 느끼는 이유다.
커피·녹차·술은 이뇨작용을 촉진한다. 수분을 자주 몸 밖으로 배출할 수밖에 없다. 자칫 탈수 현상과 전해질 불균형이 생겨 근육 경련, 두통, 어지럼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신현영 한양대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주스, 커피, 이온 음료, 맥주 등을 마시는 것은 물을 마시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 음료수는 열량과 당분이 높아 비만해질 가능성도 크다. 열량이 없는 물이 건강에 좋다”고 강조했다.
하루 50분 빨리 걷기
평소 많이 움직이는 습관 필요
건강 유지에 운동이 효과적이라는 의학적 증명은 차고 넘친다. 그렇다고 격렬한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힘든 것보다 자신의 체력에 적당한 수준의 운동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적당한 수준의 운동으로는 일반적으로 땀이 촉촉하게 나는 유산소 운동이 제격이다. 유산소 운동은 몸의 지방을 태워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데 탁월하다. 하루 250kcal(밥 한 공기 열량)를 소모하는 것이 좋은데, 빠른 걸음으로 50분가량 걸으면 된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평소 걸을 때 빨리 걷도록 한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운동은 건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생활 습관이다. 평소보다 숨이 조금 더 차는 정도의 운동을 일주일에 5일, 하루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근력 운동은 1주일에 2일 이상 해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운동은 뼈 건강을 지키는 데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관절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좋지 않다.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으로는 걷기, 고정식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이 있다. 이승훈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춤추기, 에어로빅, 조깅, 줄넘기, 계단 오르기 등 체중이 실리는 운동을 하면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발끝으로 서기, 아령 들기 등도 좋다”고 소개했다.
유산소 운동에 덧붙여 근력 운동도 같이 하면 더 효과적이다. 이는 근육량이 늘어남으로써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일상생활에서 조금 더 신체를 움직이기라도 해야 한다. 강희철 교수는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일상에서 되도록 많이 움직여야 한다. 걸을 때도 빨리 걷는 등 맥박 수를 올리는 신체활동이 좋다”고 말했다.
신현영 교수는 “신체를 움직인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이 80대가 됐을 때 건강에 확실한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 줄이는 너그럽고 긍정적인 사고
글쓰기·눈물·노래 등 자신만의 방법 찾아야
병에 걸리면 그 이유를 스트레스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건강 유지에 이롭겠지만,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스트레스와 맞닥뜨렸을 때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흔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화가 난다. 혈압이나 당뇨가 없어도 화를 많이 내면 심장병 위험이 3배 증가한다. 그렇다고 화를 참으면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다. 또 화를 참지 않고 뿜어내면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지만, 사실은 화를 밖으로 내보내기 전에 자신의 몸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그 사실을 누군가에게 얘기하거나 글로 써볼 필요가 있다. 말이나 글로 화난 내용을 풀어가면 사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하늘이 인간에게 준 명약인 눈물을 흘려본다. 콧물이 나올 정도로 소리 내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는 것도 눈물을 흘리는 과정에서 몸속의 긴장과 높아진 압력이 해소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화나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평소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습관을 붙이는 게 좋다.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할수록 스트레스를 잘 풀 수 있다. 김범경 교수는 “늘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삶의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명상·요가·댄스·심호흡 등 평소 자신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운동이든, 취미생활이든, 여행이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활용하면 체내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활력 있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예컨대 노래 부르기도 좋은 방법이다. 신현영 교수는 “스트레스를 바로 해소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흡연·음주·약물 등처럼 건강에 해를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면역력을 위한 기본 습관 ‘충분한 수면’
하루 6~8시간 숙면을 위해 빛과 소음 차단 필요
‘잠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수면은 건강 유지를 위한 기본이다. 잠이 부족하면 면역체계가 붕괴된다. 밤에 숙면하지 못한 사람의 세포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항체를 생산하지 못한다. 잠을 자는 동안 멜라토닌이라는 면역 증강 물질이 분비되는데, 새벽 2시 즈음이 가장 활성화될 때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수면이 몸의 전반적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수면이 불충분하면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피로감이 쌓이면 우울증 등 정신 건강 합병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된다”고 말했다.
정신적 또는 신체적 과로가 모두 스트레스다. 이를 한 번에 해소하는 방법은 잠이다. 강희철 교수는 “수면은 신체 건강 유지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관리의 좋은 수단”이라고 말했다.
수면은 양과 질이 모두 중요하다. 충분한 시간 잠을 자되, 그 시간에는 깨지 않아야 한다. 하루 6~8시간 자는 게 건강 유지에 적합하지만, 어떨 수 없이 평일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주말에라도 보충해야 한다. 강희철 교수는 “하루 8시간 정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 지방에서 시행한 대규모 연구에 의하면, 하루 7~8시간 잠을 잔 사람의 수명이 더 길었다. 숙면을 취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효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숙면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빛과 소음을 차단하는 것이다. 신현영 교수는 “수면 시간은 인생의 낭비가 아니라 건강을 위한 투자다. 충분한 시간 확보와 숙면이 가능한 장소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예컨대 암막 커튼을 쳐서 빛과 소음을 차단해야 숙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타민C 보충 위해 채소·과일은 통째로 섭취
마늘·양파로 장 건강 유지
제철 채소와 과일은 더할 나위 없는 건강식품이다. 시금치와 같은 녹색 채소는 비타민의 보고여서 비타민 영양제를 따로 먹을 필요가 없다. 녹색 채소를 먹으면 베타카로틴·비타민K·칼륨·엽산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얻을 수 있다. 미국영양사협회(ADA) 연구에 따르면 녹색 채소는 기형아 출산, 심장병, 고혈압,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강희철 교수는 “식물 속에 풍부히 들어 있는 다양한 영양소를 피토케미컬이라고 한다. 이를 섭취하기 위해 진한 색깔의 채소를 끼니마다 한 컵 정도, 간식으로 두 차례 정도 먹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그리고 호두·땅콩·아몬드 등 견과류를 먹으면 심혈관계 질환을 20~30% 감소시키고, 당뇨병과 암의 발생을 억제하고 인지기능을 좋게 한다”고 설명했다.
영양소 파괴를 줄이기 위해 채소를 갈거나 즙을 짜는 방식보다는 통째로 먹는 것을 권장한다. 권혁수 교수는 “한 종류보다는 다양하고 신선한 채소를 섞어 먹으면 다양한 비타민과 필수 미세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다. 생야채가 싫으면 저온에서 살짝 데치면 채소의 질긴 촉감을 부드럽게 하면서도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간편하게는 밥솥을 보온으로 해 놓고 채소를 기호에 따라 10분에서 1시간 정도 놔두면 적당하게 익힌 영양소 많은 채소를 섭취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마늘이 유방암과 난소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루에 3~6쪽의 마늘을 먹는 사람은 암에 걸릴 확률이 30% 줄어든다는 것이다. 권혁수 교수는 “음식에서 마늘과 양파를 빼놓을 수 없다. 마늘과 양파가 면역력을 증가시킨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추천하고 싶다. 비타민B·C 함량이 매우 높고 섬유질이 많아 장내 유산균 증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칼슘 보충 위해 우유 마시기
뼈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습관
나이를 먹을수록 뼈 건강 유지가 숙제다. 특히 골다공증이 생기면 쉽게 골절될 수 있다. 골다공증 예방에는 칼슘·단백질·비타민D가 필요하다. 특히 칼슘 섭취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하루 칼슘 권장량은 800~1000mg이지만, 국내 50세 이상의 하루 칼슘 섭취량은 470mg으로 조사된 바 있다. 식사만으로 충분히 보충하지 못하므로 우유를 마시는 게 좋다. 우유 한 잔(200mL)에는 칼슘이 200~300mg 들어 있다. 이승훈 교수는 “설사 등으로 우유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의사와 상담한 후 칼슘제 섭취를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타민D 합성을 위한 15분 햇볕 쬐기
면역력 높이고 각종 질환과 골다공증 예방
우리 몸은 햇볕을 받으면 피부에서 비타민D를 만든다. 비타민D는 뼈를 튼튼하게 만들기 때문에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에 좋다. 최근엔 암·당뇨병·심장병 등 질병 위험과 암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데도 비타민D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비타민D는 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필요하다. 권혁수 교수는 “많은 면역세포에는 비타민D를 인지할 수 있는 수용체가 있다. 최근 만성염증성 질환들이 비타민D 부족과 관련이 있다는 역학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지내고, 실외에서 활동할 때도 피부 노화나 피부암에 대한 걱정으로 햇빛을 피한다. 이 때문에 체내 비타민D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65세 이상의 비타민D 필요량은 젊은 사람보다 3~4배 증가한다. 최근엔 젊은 사람도 5명 중 1명꼴로 혈중 비타민D 농도가 낮다. 연구에 의하면, 비타민D가 부족한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10대보다 고혈압과 고혈당 위험이 각각 2.4배와 2.5배 높다. 이승훈 교수는 “비타민D는 태양의 자외선을 받아 피부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외출하지 않는 노인, 일조량이 적은 지역에 사는 사람은 햇빛을 받는 야외활동이나 일광욕을 해야 한다. 자외선차단지수(SPF) 8 이상의 강력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일광욕을 하더라도 비타민D 합성에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비타민D의 90% 이상은 햇볕을 받아 보충하고, 일부는 고등어와 연어 같은 등푸른생선과 우유를 통해 섭취한다. 비타민D 영양제를 반드시 먹을 필요는 없다. 박민선 교수는 “부족한 비타민D를 영양제로 보충할 수도 있지만, 영양제란 본래 몸에 존재했던 것이 아니므로 병적인 상태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영양제보다는 자연에서 보충하는 것이 최근 건강관리 추세다. 자외선 지수가 지나치게 높은 시간대를 피해 하루 15분 정도 햇볕을 받으면 암과 뇌졸중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에 두 차례 고기·생선 섭취로 단백질 보충
스쿼트 등 하체 운동으로 엉덩이·허벅지 근력 유지
중년 이후부터 근육이 빠져 근력이 떨어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단백질을 조금 더 많이 먹고 근력 운동도 꾸준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단백질은 닭고기, 생선, 기름이 적은 소고기, 돼지고기로 보충할 수 있다. 미국 예방의학저널에 발표된 관련 연구 5편의 공통점은 100g짜리 생선을 일주일에 두 끼만 먹어도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황새치와 같은 수은 함량이 높은 생선을 피하고, 고등어와 같이 수은이 적은 다양한 종류의 생선을 선택하면 좋다.
신체에서 가장 큰 근육 중 하나가 둔부와 허벅지다. 이 부위의 근력을 키우는 데는 스쿼트와 같은 하체 운동이 매우 좋다. 다만, 비만이라면 무릎관절에 부담이 올 수 있으니 자전거 타기로 대체해도 된다. 박영석 분당서울대병원 비만대사센터 교수(외과)는 “환자에게 단백질을 많이 먹고 근력운동을 짧게라도 하라고 권한다. 근육이 늘어 기초대사량이 증가하면 살이 쉽게 찌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인이나 암 환자는 근손실증이 매우 위험한데,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네 의원 활용 주치의 두기
예방접종·건강검진으로 상태 파악, 질병 예방
한국만큼 의료기관 문턱이 낮은 나라도 흔하지 않다. 건강보험 체계도 잘 갖춰졌다. 이런 점을 잘 활용하면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활용 방법으로는 주치의를 정하고, 예방접종을 확인하고, 건강검진을 챙기는 것이다.
편안하고 믿을 만한 주치의가 한 명 정도는 있는 게 건강 유지에 좋다. 특히 동네 의원의 의사를 주치의로 삼으면, 이상 증상이 생겼을 때 손쉽게 상담할 수 있다. 주치의는 내 건강 이력을 잘 알고 있으므로 나에게 필요한 약을 처방할 수 있다. 신현영 교수는 “주치의를 두면 건강에 나쁜 습관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고, 특정 질환의 치료 후 합병증에 대한 주기적인 체크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성 질환의 위험이 급증한다. 인플루엔자·폐렴·대상포진에 대한 예방접종을 챙길 필요가 있다. 주치의가 있으면 필요한 예방접종과 시기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건강검진 자체가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고 특정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건강검진의 가장 효과적인 영역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암 조기 발견이다. 강희철 교수는 “이 가운데서도 암 조기 발견과 치료에 따른 이득은 막대하다. 국내 암 5년 생존율이 거의 70%로 미국이나 일본 등 의료 선진국보다 높은 것도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상 30분 후 아침밥 먹기
집중력·소화력·체중 조절에 탁월
왜 모든 의사는 아침밥을 챙겨 먹으라고 권할까. 정훈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아침 식사의 효과는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무엇보다 뇌 기능, 소화 기능, 체중 조절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뇌신경 한 가닥의 능력은 컴퓨터보다 못하다. 그러나 실타래처럼 엮인 뇌신경 세포는 컴퓨터가 흉내 낼 수 없는 능력을 발휘한다. 뇌가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당분이 필요하다. 따라서 ‘오전 집중력’은 아침밥이 결정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실제로 아침밥을 먹은 사람이 수학이나 논리학처럼 집중이 필요한 문제를 풀 때 실수가 적다는 사실은 세계 여러 연구로 확인된 바 있다. 아침을 먹은 사람은 덜 피곤하고 체력적으로 더 빠르게 움직이며, 더 튼튼한 지구력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다. 박민선 교수는 “아침밥을 먹은 날과 먹지 않은 날 오전 집중력의 차이는 크다. 직장인과 학생은 피로하다고 영양제를 찾을 게 아니라 아침을 챙겨 먹는 게 보약”이라고 강조했다.
아침을 먹으면 위산 등 각종 소화효소와 호르몬이 분비되고 위장 운동이 활발해진다. 특히 변비가 있는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에 가는 것보다 아침 식사 후에 변을 보는 것이 좋다. 흔히 아침을 점심이나 저녁보다 적게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의의 의견은 다르다. 정훈용 교수는 “아침 식사를 적게 먹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저녁을 적게 먹고 아침 식사를 충분히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를 여는 아침 식사가 낮의 활동을 위한 에너지원이라면, 저녁 식사는 잠자는 동안만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침 식사는 체중 조절에도 효과적이다. 아침밥을 먹으면 점심과 저녁을 적게 먹을 수 있어 체중 증가의 기회가 낮아진다. 또 충동적으로 간식을 먹는 횟수도 줄일 수 있다. 특히 비만한 사람이 한 끼를 굶으면 다음 끼니뿐만 아니라 길게는 3일까지 음식을 많이 먹어 체중이 더 증가한다.
매일 아침밥을 준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아침밥을 잘 챙겨 먹으려면 우선 식사를 간단히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시리얼·빵·우유·주스 등 단순한 메뉴로 아침을 먹는 것을 시도할 만하다.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한다면 콩으로 만든 우유 대용품이나 요구르트 음료를 마시거나, 유당을 제거한 우유를 이용하면 된다. 일본이나 홍콩처럼 국내에도 직장 근처에 아침 식사를 파는 음식점이 많아졌다. 이런 식당에선 입맛에 맞는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도 있다. 정훈용 교수는 “아침에 깨어나자마자 식사를 하면 입맛도 없고 소화가 잘 안된다. 가장 적절한 아침 식사 시간은 잠에서 깬 지 30분에서 2시간 사이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을 한 후에 아침 식사를 하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이지영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 신현영 한양대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정훈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승훈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박영석 분당서울대병원 비만대사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