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4억원대 마약 신고했는데 포상금 350만원”
포상금, 상한액에 크게 미달…‘이상해’ 글 올렸다가 경찰관에 고소당해
2019-03-05 주재한·이승욱 시사저널e. 기자
퀵서비스 기사 신고로 대형 마약범죄 소탕
현행 ‘마약류보상금 지급규칙’(법무부령)에서 규정된 포상금 상한액은 ‘사건 기준가액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일 경우 최대 2000만원에 달한다. 이 규칙은 포상금액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신고 또는 고발내용의 정확성 △사건에 직접 기여한 공로 △사건의 난이도 △범죄의 경중과 규모 △압수 또는 몰수한 마약류의 양 △사건 기준가액, 실제 국고수입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A씨가 받은 신고포상금은 350만원에 불과했다. 포상금액 상한액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A씨에게 경찰(서울지방경찰청)은 50만원, 검찰(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300만원을 각각 포상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상한액에 크게 못미치는 포상금이 산정되자 A씨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국민신문고에 진정도 넣었으나 ‘진정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공적조서 및 지급결정문 등 제공해 주겠다던 관련 서류는 끝내 받아보지 못했다. 의문을 풀지 못한 A씨는 지난해 11월18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5차례에 걸쳐 자신의 경험을 인터넷에 올렸다. 글에는 마약 제보 과정 외에도 경찰의 부실한 수사, 언론 보도를 통한 제보자 신원 유출 문제, 포상금 수령 과정에서 느낀 문제점 등이 담겼다. A씨의 문제제기는 단순히 포상금액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포상금 지급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었다. 포상금이 경찰 수사관 개인 명의 통장에서 신고자에게 타행이체 됐다는 점이다. 마약류 보상금 지급규칙에 따르면, 포상금은 검찰청 또는 검사 명의로 지급돼야 한다. 이 규칙 제18조에는 ‘보상금은 당해 사건을 종국 처분한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신청인에게 지급한다’거나 ‘익명으로 보상금 지급결정이 된 경우에는 신청검사가 수령해 대상자에게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A씨가 본지에 제공한 통장사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6년 5월20일 ‘서울지방경찰청’ 명의로 된 경찰 포상금 50만원을 입금받았다. 정부기관 명의 계좌에서 이체됐다는 의미인 계좌이체 방식이 ‘재정이체’로 표기돼 있다. 반면 검찰 포상금 명목으로 같은 해 7월22일 입금된 300만원은 명의자 이름 없이 ‘타행이체’ 방식으로 이체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300만원은 A씨의 신고로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B경위가 개인 명의로 이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익명으로 포상금 지급을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검찰청 또는 검사가 직접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애당초 지급된 포상금액이 적절한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B경위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검찰에서 전달받은 포상금을 A씨에게 그대로 이체해 줬다. A씨뿐만 아니라 같은 해 포상금 지급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다”면서 “절차적 하자는 검찰에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만약 제가 포상금 일부를 빼돌렸다면 이미 구속됐을 것이고 문제 삼을 만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시사저널e가 접촉한 복수의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B경위의 주장과 배치되는 설명을 내놓았다. 20년 가까이 마약수사를 해 온 한 경찰 간부는 “검찰청 포상금을 경찰이 대신 수령해 지급하는 사례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 마약 관련 부서 관계자도 “법 규칙상 검찰청 또는 검사가 직접 신고자에게 현금 또는 계좌이체로 포상금을 전달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다만 이들은 “경찰이 검찰청 포상금을 대리 수령해 신청인에게 전달하는 경우도 실무적으로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청 포상금’을 경찰이 계좌이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