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4억원대 마약 신고했는데 포상금 350만원”

포상금, 상한액에 크게 미달…‘이상해’ 글 올렸다가 경찰관에 고소당해

2019-03-05     주재한·이승욱 시사저널e. 기자
시가 4억원대 신종 마약을 몰래 유통하던 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범죄 신고자가 수사기관의 신고포상금(공로보상금) 액수와 지급 절차 등에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관련 규정과 달리 사건 담당 경찰 수사관이 검찰청 차원에서 지급하는 신고포상금을 신고자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확인돼 수사기관의 허술한 신고포상금 지급 제도를 두고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신고자 A씨 증언과 시사저널e 취재 결과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16년 초 퀵서비스 기사 A씨의 제보로 신종 마약인 일명 ‘TG(Tears of God·신의 눈물)’를 거래하던 마약사범들을 일망타진했다. TG는 미국에서 유행하던 액체형 마약이다. 이아무개씨 등 일당 8명은 미국 체류 중인 박아무개씨와 공모해 2015년 8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TG 약 4370mL(시가 4억원 상당)를 밀수입했다. 이들은 TG를 손세정제통(236mL)에 담아 정상적인 국제우편물인 것처럼 국내로 발송했다. TG는 액체이다 보니 통관 X선 등에 적발되지 않았다. 이씨 등은 TG를 10mL 안약통에 4mL씩 옮겨 담은 후 통당 25만원~35만원에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의 1·2심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총 223회에 걸쳐 TG 1636mL를 팔았다. 이씨 등은 퀵서비스로 TG를 유통시켰다. 지난 2015년 9월 처음 이씨의 물건을 배달한 A씨는 이후 10여 차례 같은 내용의 퀵서비스 콜이 뜨자, 이듬해 1월 경찰에 첫 신고를 했다. 마약범죄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A씨는 이씨는 물론 TG 구매자들의 전화번호, 주소 등을 경찰에 넘겼다. 경찰은 같은 해 2월 A씨의 도움으로 TG 일부를 증거물로 채취할 수 있었다. 경찰은 A씨의 신고로 입출금·배송자인 이씨를 파악했고, 이후 공급자 및 자금관리·연락·판매자, 중간유통자, 매수자들을 검거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2018년 10월 대만 조폭, 일본 야쿠자, 한국 마약상 등 3개국이 연루된 필로폰 조직이 한국 경찰에 붙잡혔다. (기사의 특정 사실과는 관련 없음) ⓒ 연합뉴스

퀵서비스 기사 신고로 대형 마약범죄 소탕

현행 ‘마약류보상금 지급규칙’(법무부령)에서 규정된 포상금 상한액은 ‘사건 기준가액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일 경우 최대 2000만원에 달한다. 이 규칙은 포상금액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신고 또는 고발내용의 정확성 △사건에 직접 기여한 공로 △사건의 난이도 △범죄의 경중과 규모 △압수 또는 몰수한 마약류의 양 △사건 기준가액, 실제 국고수입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A씨가 받은 신고포상금은 350만원에 불과했다. 포상금액 상한액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A씨에게 경찰(서울지방경찰청)은 50만원, 검찰(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300만원을 각각 포상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상한액에 크게 못미치는 포상금이 산정되자 A씨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국민신문고에 진정도 넣었으나 ‘진정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공적조서 및 지급결정문 등 제공해 주겠다던 관련 서류는 끝내 받아보지 못했다. 의문을 풀지 못한 A씨는 지난해 11월18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5차례에 걸쳐 자신의 경험을 인터넷에 올렸다. 글에는 마약 제보 과정 외에도 경찰의 부실한 수사, 언론 보도를 통한 제보자 신원 유출 문제, 포상금 수령 과정에서 느낀 문제점 등이 담겼다. A씨의 문제제기는 단순히 포상금액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포상금 지급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었다. 포상금이 경찰 수사관 개인 명의 통장에서 신고자에게 타행이체 됐다는 점이다. 마약류 보상금 지급규칙에 따르면, 포상금은 검찰청 또는 검사 명의로 지급돼야 한다. 이 규칙 제18조에는 ‘보상금은 당해 사건을 종국 처분한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신청인에게 지급한다’거나 ‘익명으로 보상금 지급결정이 된 경우에는 신청검사가 수령해 대상자에게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A씨가 본지에 제공한 통장사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6년 5월20일 ‘서울지방경찰청’ 명의로 된 경찰 포상금 50만원을 입금받았다. 정부기관 명의 계좌에서 이체됐다는 의미인 계좌이체 방식이 ‘재정이체’로 표기돼 있다. 반면 검찰 포상금 명목으로 같은 해 7월22일 입금된 300만원은 명의자 이름 없이 ‘타행이체’ 방식으로 이체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300만원은 A씨의 신고로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B경위가 개인 명의로 이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익명으로 포상금 지급을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검찰청 또는 검사가 직접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애당초 지급된 포상금액이 적절한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B경위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검찰에서 전달받은 포상금을 A씨에게 그대로 이체해 줬다. A씨뿐만 아니라 같은 해 포상금 지급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다”면서 “절차적 하자는 검찰에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만약 제가 포상금 일부를 빼돌렸다면 이미 구속됐을 것이고 문제 삼을 만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시사저널e가 접촉한 복수의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B경위의 주장과 배치되는 설명을 내놓았다. 20년 가까이 마약수사를 해 온 한 경찰 간부는 “검찰청 포상금을 경찰이 대신 수령해 지급하는 사례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 마약 관련 부서 관계자도 “법 규칙상 검찰청 또는 검사가 직접 신고자에게 현금 또는 계좌이체로 포상금을 전달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다만 이들은 “경찰이 검찰청 포상금을 대리 수령해 신청인에게 전달하는 경우도 실무적으로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청 포상금’을 경찰이 계좌이체 왜?

시사저널e는 A씨에 대한 포상금 지급결정문, 공적조서 등을 확인할 수 있느냐고 검찰청에 문의했으나, 당사자가 아니면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조만간 정보공개 신청을 통해 공적조서 및 지급결정문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A씨는 최근 B경위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그는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서 조사도 받았다. B경위는 고소 이유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A씨가 포상금액에 불만을 품고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올렸다. A씨의 주장 중 상당부분이 허위”라고 말했다. 신종 마약 사건 신고자에서 피고소인 신분이 된 A씨는 “목숨을 걸고 마약범죄를 신고했고, 포상금이 적절하지 않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인데 고소까지 당하니 착잡하다”면서 “경찰 조사 과정을 통해 당시 행정집행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제대로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