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승차공유 갈등 속, ‘타다’를 타다
[르포] “택시보다 편하다” 호평 이어지는 가운데 요금 차이마저 줄어…결국 법정공방으로 번질듯
2019-02-22 공성윤 기자
음악, 향기, 침묵, 편의, 그리고 안전
타다 기사는 시급 1만원을 받고 일하는 계약직 프리랜서다. 같은 이유로 승차거부도 없고, 승객의 목적지가 기사에게 미리 뜨지 않으니 그럴 수도 없다. 2017년 서울시에 신고된 택시 불만 2만2420건 중 승차거부는 6906건으로 30%를 차지했다. 불친절(33%, 7567건)에 이어 빈도가 두 번째로 높았다. 취재를 앞두고 만난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이런 말도 했다. “타다 기사님들은 인터뷰하기 쉬울 거에요. 서둘러서 운전하지 않으니까요. 대화를 더 나누고 싶다면 일부러 돌아가도 됩니다. 물론 요금은 좀 나오겠죠.” 약 25분 뒤 목적지에 도착했다. 요금은 9800원. 미리 앱에 등록해놓은 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동일 시간대에 같은 경로를 네이버 지도로 찾아봤다. 택시를 탈 경우 예상 요금은 8400원. “타다가 택시보다 10~20% 비싸다”는 회사 측의 예상은 얼추 들어맞았다. 2월 16일부턴 요금 차이가 더 줄어들었다. 이날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라서다. 퇴근 시간엔 타다와 택시 요금이 비슷할 때도 있었다. 이날 오후 5시 기자는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에서 타다를 이용해 동대문 신설동으로 갔다. 33분 동안 약 8km를 달리고 낸 요금은 1만1300원. 네이버 지도에 따른 택시 요금은 1만1500원이었다. 택시 요금은 거리·시간을 모두 따지는 ‘병산제(竝算制)’로 계산되는 반면, 타다 요금은 거리만 기준으로 하기 때문인 걸로 보인다.계속되는 갈등…카풀 이어 타다와 ‘2라운드’ 돌입한 택시
이처럼 승차공유 서비스의 입지가 확대되면서 택시의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전자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타다가 시범운영을 시작한 작년 10월엔 합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태영 택시조합 기획정책팀 주임은 2월20일 시사저널에 “타다에 대한 반대 입장은 이전부터 계속 내비쳐왔다”며 “그러다 국토부가 자의적으로 타다를 법 테두리 안에 끌어들이자 고발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택시의 위기감은 극단적 선택으로 표출되고 있다. 우버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는 미국 뉴욕에선 2017년 택시기사 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12월과 올 1월 택시기사 2명이 분신자살했다. 2월11일엔 기사의 세 번째 분신시도가 있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전·현직 간부 9명은 2월11일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박재욱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타다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다. 고발 대상엔 VCNC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대표도 포함돼 있었다. 앞서 카카오 카풀은 ‘자가용 유상운송 논란’과 택시업계의 반발을 넘지 못하고 중단됐다. 하지만 타다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 대표는 2월18일 페이스북을 통해 “타다는 여객자동차법에 의거한 지극히 합법적인 서비스”라고 반박했다. 또 고발인에 대해선 업무방해와 무고 혐의로 법적 대응하는 걸 고려중이라고 밝혔다.설 자리 좁아지는 택시…해결방법은?
갈등을 봉합할 방법은 없을까. 타다 기사 최씨는 이와 관련해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고 싶은 사람은 타다 대신 택시를 타면 된다”고 했다. 법정 속도에서 다소 자유로운 택시가 기동성 측면에선 유리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택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중요하게 거론된다. 이태영 주임은 “택시 서비스 개선을 향한 목소리가 큰 걸 안다”며 “여성전용택시 등 승객의 입맛에 맞는 브랜드 택시를 내놓으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반대로 타다 측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있다. 기사들이 돌아다니면서 호출을 받는, 이른바 ‘배회영업’이다. 이 자체가 법적 용어는 아니다. 여객자동차법상 위법 여부를 따질 수도 없다. 단 이태영 주임은 “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표준약관은 렌터카의 반환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며 “원칙상 렌터카 서비스인 타다는 영업이 끝나면 차고지로 돌아가야 하지만 실제론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타다 측은 “특정 공간에서 대기하다 콜을 받으므로 괜찮다”는 입장이다. 기사들은 그 공간을 ‘대기지’라 불렀다. 이는 차를 잠시 세워둬도 괜찮은 생활도로 등으로 지정된다고 한다. 단 기자가 타다 기사들과 얘기해보니, 대기지에 가기 전에 손님을 태우러 우회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이 타다를 고발한 근거도 여기에 있다. 끊이지 않는 갈등 속에 타다는 먼저 택시업계에 손을 내밀었다. 2월21일 타다 운영회사 VCNC는 "준고급 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을 오는 4월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인택시나 개인택시를 타다의 파트너로 모시겠다는 전략이다. 파트너가 된 택시기사들은 기존 타다의 매뉴얼대로 차를 운행하게 된다. 요금은 현재 타다보다 최고 20% 정도 높게 책정될 예정이다. 올해 1000대 도입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