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윤한덕 선생님은 과로했다. 그러나 왜 과로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우리 모두 그런 사람에게 모질도록 무관심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니까 안타깝다고들 한다. 정부나 병원이 진정성 있는 관심을 보였다면 그는 죽지 않아도 됐다."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사망에 대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 교수의 울분 섞인 말이다. '일하려는 사람'을 정부와 병원이 지원해주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윤한덕 선생님과 같이 열심히 일하는 의사가 많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다. 그것이 의사의 사명이든 도리든, 일 좀 하려고 발버둥 친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런 무관심이 그런 의사를 과로사로 내몰았다"며 "윤한덕 선생님은 환자 치료보다 상황 일을 봤다. 환자 처치가 안 될 때 이를 해결해주는 상황 일 같은 것이다. 낮에는 이런저런 회의에 불려 다녔고 밤에 행정 업무를 봤다. 평촌이 집인데, 야간에 상황 업무를 볼 사람이 없으니 집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주말이나 이번 명절도 마찬가지다. 상황 근무를 서기 위해 멍하게 모니터를 보다가 숨을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고된 하루하루가 힘들어 여러 차례 사표를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때마다 말렸던 이 교수에게 그것이 후회처럼 다가온다.
이 교수는 "너무 힘들어했던 윤한덕 선생님은 그동안 사표를 여러 번 썼고, 그때마다 나는 말렸다. 그가 너무 힘들어해서 2014년엔 간호사 1명을 파견 보내 1년 반 동안 그를 돕도록 했다"며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그에게 예산을 주고, 병원은 그런 사람에게 여러 사람을 붙여서 힘을 보태야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은 설 전날인 2월4일 그의 사무실 책상 앞에 앉은 자체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를 발견한 사람은 병원 관계자가 아니라 그의 배우자였다. 가족과 함께 고향에 가기로 한 윤 센터장이 주말 내내 연락이 닿지 않자 배우자가 병원을 찾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