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유명 매장의 줄서기, 인상에 남을 경험 소중히 여겨
[이인자의 진짜일본 이야기] 호화 경품으로 유명한 찻집 이게타의 ‘하쓰우리’가 추대 받으며 지속되는 비결
2019-01-10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추첨은 12월31일 오후 6시부터 시작했습니다.
“이 시간부터 추첨 번호대로 줄을 서서 1월2일 아침 7시까지 자리를 지키는 게 조건인데 괜찮겠습니까?”
추첨을 위해 줄을 선 40여 명의 사람들에게 일일이 묻습니다. 그믐날 저녁부터 설날인(일본은 양력설을 지냄) 초하룻날은 물론 다음 날 아침까지 이틀 밤을 꼬박 노숙해야 하는 행사니만큼 확인할 만합니다.
“네! 물론이지요! 텐트를 준비했기에 아무 문제없습니다.”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다케우치 요시아키(竹内義明·80)씨의 답변입니다. 1년 전 1474호에 저는 “정초 새벽 뿜어나온 ‘후쿠부쿠로’ 열기”라는 글에서 호화 경품으로 유명한 센다이(仙臺)의 고급 차를 취급하는 찻집 이게타(お茶の井ケ田)의 하쓰우리(初売り)를 소개했습니다. 1만 엔 이상 물건을 사면 그보다 더 값나가는 경품을 덤으로 받게 되는 시스템입니다. 긴 시간 기다리면서 자리를 봐주는 걸로 시작해 친구가 되고 먼 곳에 사는 친척 같은 사귐이 이어지는 걸 소개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함께 줄을 서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더 보고 싶다고 글을 맺었지요. 그래서 다수의 연구실 학생들과 줄을 서게 됐습니다.
이전까지는 온 순서대로 순번이 정해졌는데 이번에는 추첨으로 바뀌었습니다. 찻집 이게타는 명가답게 센다이의 상가 아케이드의 가장 중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급 점포들을 이웃하고 있고 연말연시 장식은 화려하지요. 그믐날 명절 준비로 분주히 오가는 인파와는 대조적으로 가게 옆 처마 밑에 줄을 서서 하쓰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행렬은 이미 유명한 모습이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줄이 길어져 주변 상점에 폐를 끼치는 거며 엄동설한에 고령의 손님들이 노상에서 날을 새우기에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까 주최 측은 항상 걱정이었다고 합니다. 방한과 안전을 위해 텐트는 필수품이 됐다고 합니다. 12월31일부터 추첨을 하기 때문에 손님은 31일 저녁 6시보다 먼저 줄을 서서 고생하는 것을 막게 됐고, 31일부터 하쓰우리까지 상점가는 휴일이기에 이웃 점포에 폐를 끼치는 일도 적어졌습니다.
아무리 멀리서 일찍 도착해도 추첨으로 경품 결정
주최 측에서 공정한 추첨을 했습니다. 혼자 온 사람, 부부, 커플, 친구와 짝으로 온 사람, 가족 모두 참여한 사람, 그리고 우리처럼 귀성하지 않은 학생 등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작년까지 저만 참석하고 딸아이는 반대파였는데 올해는 해 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왔어요. 그런데 엄마 따라 집에 안 가고 텐트에서 잠도 잔다고 하네요.” 부부와 아들딸 네 가족이 함께 온 40대 남자는 딸이 함께 있어주는 게 마냥 좋은 모양입니다. 아마도 부인과 아들은 추첨만 참여하고 돌아갈 모양입니다. 추첨은 모인 사람 한 명당 권리가 있기에 가족의 경우 유리합니다. 그날 2박째 노숙을 각오하고 추첨에 응한 사람은 34명이었습니다. 1번에서 3번까지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대(大), 4번에서 20번까지 중(中), 그리고 21번에서 100번까지 소(小) 박스를 받게 됩니다. 추첨제로 바뀐지 모르고 일찍 줄을 서기 위해 멀리 타지에서 전날 도착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도야마(富山)에서 12월30일에 왔는데 31일부터 추첨한다는 걸 가게 앞에 도착해서야 알았어요. 인터넷에 안내를 했다고 하는데 잘못 찾았어요.” 아무리 멀리서 그리고 일찍 도착했다 해도 추첨으로 경품의 크기가 정해집니다. 다행히 30일 아이치현에서 온 작년 1착이었던 다케우치씨가 4번 표를 뽑았습니다. 모였던 사람들이 박수를 칩니다. 가족이 함께 온 사람들은 좋은 번호가 뽑히길 바라며 침을 삼키면서 주목합니다. 안도와 한탄의 소리를 뒤로하며 추첨을 마쳤습니다. 추첨을 마치자 술렁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질문과 답변이 터져 나옵니다. “26번인데 작년에 이미 소(小) 박스를 받았고 이틀 밤이나 지새울 걸 생각하니 힘들어 돌아가려 합니다. 이 표를 돌려주고 가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옆에 있던 제 연구실 학생이 말합니다. “중(中) 박스를 받을 수 있는 번호를 갖고 있는데 26번 분에게 양보해도 되나요?” “네, 손님들 사이에서 납득되는 일이면 좋습니다.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는 일이 아니니 좋습니다.” 제 연구실 학생들은 8번, 10번, 15번, 16번을 뽑아 중 박스 4개를 얻을 권리가 주어졌습니다. 그중 15번과 16번을 소 박스를 받을 사람에게 양보하게 됐습니다. 기왕이면 함께 밤을 같이 새우고 싶은 사람에게 준다며 작년에 가장 눈에 띄었던 사람과 같은 또래로 보이는 20대 남자에게 양보하더군요.
아무도 차 박스 안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