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선발 통상적” 당·청의 섣부른 해명, 일 더 키운다
청와대 이어 민주당도 팩트보다 감정적·단정적 대응 앞세워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DNA)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김의겸 대변인)
청와대 측이 전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 사건을 두고 한 말들이다. '억울하고 답답한 속내를 적확하게 표현했다'는 긍정 평가보단 '팩트(fact) 없이 너무 섣불리,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이 더 많이 뒤따랐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말꼬리 잡기식 공방이 지루하게 펼쳐졌다. 급기야 제1야당은 '탄핵' 표현까지 입에 올려 파장을 일으켰다. 애초 청와대가 불필요하게 '정부 유전자'를 논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더 나아가 이만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얼핏 민주당 원내행정기획실에서 작성한 것처럼 보이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청와대에서 작성하거나 최소한 청와대에서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진상 은폐에 협조하기 위해 만든 게 분명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은 문건 첫머리에 김태우 수사관이 청와대 특감반원으로 선발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통상적인 파견 인력 충원 절차에 따라 소속 기관인 법무부의 추천을 받고 면접 및 인사 검증을 거쳐 선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태우는 법무부 내에서도 비위 첩보 수집 능력이 있는 수사관으로 알려졌다"며 "이번 사태는 사적인 목적이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사전 예측이 불가능했던 측면"이라고 덧붙였다.
작성 하루 뒤 상반된 대검 감찰 결과
더불어민주당 문건이 작성된 바로 다음 날 대검찰청 감찰본부(정병하 검사장)는 상반되는 수사 내용을 발표했다. 김태우 수사관이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던 지난해 5~6월 건설업자 최두영 신영기술개발 회장을 통해 청와대 특감반 파견 인사청탁을 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김 수사관의 청탁을 받은 최씨는 또 다른 민간인에게 그의 프로필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필이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해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후 김 수사관은 실제로 청와대에 파견됐다.
감찰본부는 프로필을 전달받은 민간인이 청와대와 어떤 관계인지, 김 수사관의 청탁을 청와대에 대신 전달했는지 등은 감찰 범위에 벗어난다며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간인에 대한 인사청탁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어서 이 혐의에 대해 별도의 수사의뢰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의혹을 속시원하게 밝혀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조국 수석은 오는 12월31일 김태우 사건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다. 조 수석이 운영위에 나오는 것은 2017년 5월 취임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이 운영위에 나오는 건 1988년 이후 이번이 여섯 번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월28일 "더는 거짓 주장에 놀아나는 국회의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자유한국당은 국회 운영위 소속 의원들을 청와대 특감반 의혹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당청에 대한 총공세를 펼치기 위한 전력 보강 목적이다.
앞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2월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산하에서 일어난 사찰을 보고 '국기문란 행위로 탄핵이 가능한 사안이다'라고 했는데, 이번 일은 탄핵감이 아닌지 답해야 한다"며 "이번 사안은 총리실이 아닌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에서 일어난 것을 비춰보면 더 위중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