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대비하자”…고개 드는 안전자산 투자

금·배당주·엔화 등에 투자자 관심…경기 좋아질 경우 손실 가능성도

2018-12-24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금과 배당주, 엔화 등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미국 기업의 실적 우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현실화, 중국 기업의 부채 누증 등에 따라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이다. 이미 이러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자금 유입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시장 예측과는 달리 글로벌 경기가 반등할 경우 안전자산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어 투자 위험 요인으로 분석된다.

금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경제위기가 발생하거나 달러 가치가 떨어질 때면 금값은 상승했다. 미국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2018년 10월부터 하락세를 보인 시기에도 금은 빛을 발했다. 실제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0월1일(이하 현지 시각) 온스당 1191.7달러였던 국제 금선물 가격은 12월18일 온스당 1251.8달러로 5.4% 상승했다. 같은 기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1%가량 하락했다.  

 
12월18일 오전 종로에 위치한 한 귀금속 취급점 모습 ⓒ 시사저널 임준선

 

증시 변동성 확대 때마다 조명 받는 ‘금투자’

국제 금값이 꿈틀대자 국내 금 관련 펀드들의 수익률도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월18일 기준으로 이전 세 달간 11개 금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5.0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이 -12.34%,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6.67%인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적이다.

이에 따라 금 관련 자산에 대한 수요 역시 최근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금펀드의 설정액 증감 추이를 보면 최근 3개월 동안 설정액이 294억원 증가했다. 이는 주식형펀드 중 시장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펀드에서 2821억원,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1593억원의 설정액이 줄어든 것과는 반대되는 양상이다. 금펀드는 연초 기준으로 봤을 땐 106억원 순유출로 집계됐을 정도로 2018년 초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9년 글로벌 경기 상황이 더 악화할수록 금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되거나 멈출 수 있는데, 이는 달러 약세를 자극해 결론적으로 금 가격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 KB증권, 하나금융투자, 현대차투자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들은 2019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될 수 있는 만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3회에서 2회로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시장 예상과는 달리 경기 흐름이 양호하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날 경우 금 자산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은 경제 악화 시의 헤지(hedge·위험회피) 수단으로, 경제가 좋은 상황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큰 차익을 기대하기보다는 헤지 수단으로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다.

배당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배당주 투자는 일반 주식보다 높은 현금 배당을 통해 정기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향후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도 노릴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주가가 크게 내리면서 배당금이 주가의 몇 퍼센트(%)인지를 나타내는 시가배당률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만큼 배당 투자의 효율이 높아진 것이다.

국내 기관 중에서 큰손으로 꼽히는 연기금은 이미 배당주 매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 11월1일부터 12월18일까지 고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인 ‘ARIRANG고배당주’를 934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는 같은 기간 연기금의 코스피 순매수 종목 상위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기금은 이 기간 배당 성향이 높은 맥쿼리인프라 종목도 385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의 배당주 투자도 늘고 있다. 공모 펀드 시장에서도 배당주 펀드로 자금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59개의 배당주 펀드 설정액은 최근 3개월 동안 1372억원 순증가했다. 최근 1개월 기준으로도 200억원의 자금이 배당주 펀드로 유입됐다.

그러나 이 역시 리스크는 존재한다. 배당주도 주식이다 보니 글로벌 증시가 더욱 침체될 경우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투자한 기업이 실적 변화에 따라 2018년 배당을 줄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삼성증권은 2019년 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주요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2018년 대비 5.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이익 성장 예측치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이슈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도쿄에 위치한 한 증권사 모습 ⓒ 연합뉴스

 

배당주 시가배당률 높아지면서 기관도 매수

엔화 역시 대표적인 안전자산 중 하나로, 최근 경제 상황을 반영한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기적으로 통화 가치 상승 가능성이 점쳐지는 까닭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11월28일자 보도에 따르면, 울리히 로이히트만 코메르츠방크 분석가는 달러-엔 환율이 2020년 말 달러당 96엔까지 내릴(평가절상)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글로벌 투자기관인 모건스탠리의 분석가들은 달러-엔 환율이 2020년 말까지 94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12월19일 기준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12엔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들이 엔화 가치 상승을 예상하는 배경에는 경기침체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뿐만 아니라 금리 인상, 매입자산 축소 등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 미국의 금리 인상 여력 축소에 따른 달러 약세 전환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엔화를 예금으로 투자할 경우 이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달러 투자와 비교해 매력이 줄어드는 부분으로 지적된다. 더불어 엔화 가치가 달러당 90엔대로 상승하려면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재난적인 이벤트’가 발생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해 환차익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