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인권유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신고센터 생긴다

오거돈 부산시장, 형제복지원 피해자 사과 3개월 만에 이뤄지는 첫 지원 행보

2018-12-24     부산 = 김완식 기자
군사정권 시절 대표적인 인권 유린인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실질적인 창구 역할을 할 피해신고센터가 문을 연다. 


지난 9월 오거돈 부산시장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 이후 3개월여 만에 이뤄지는 첫 부산시 차원의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지원 행보다. 부산시는 도시철도 2호선 전포역사에 형제복지원사건 피해신고센터 ‘뚜벅뚜벅’ 사무실을 마련하고 12월 26일 오전 11시 개소식을 갖는다.

센터의 명칭은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한종선 대표의 의견에 따라 ‘뚜벅뚜벅’으로 했다. 공간은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이 사건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피해자 상담도 할 수 있는 장소와 회의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지역의 복지시설에서 내무부 훈령 410호(’87년 폐지)에 의거 부랑인 단속이란 명분하에 무고한 시민을 강제로 가두고 강제노역과 폭행을 일삼은 인권유린 사건이다. 당시 사망자 수만 55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부산시는 피해자 지원과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 마침내 12월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과거사 정리 기본법’ 개정을 심의할 예정이다.

최근 문무일 검찰총장은 피해자들에게 1987년 형제복지원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 무마 행위 등에 대해 사과를 하고 관련자 처벌을 위한 재판을 다시 열 수 있도록 비상상고를 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시민위에 권력은 있을 수 없다’는 신념으로 형제복지원 사건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루어질 때까지 피해자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사 청산에 뚜벅뚜벅 앞장서 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오거돈 부산시장(왼쪽). ⓒ부산시


형제복지원 사건 전담조직 운영…행정부시장 직속·사회통합담당관실 조사 업무 총괄

이처럼 부산시가 형제복지원 사건 해결을 위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는 형제복지원 사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현재 형제복지원 사건 전담조직을 운영 중이다. 지난 9월 오거돈 부산시장이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사과와 진상규명을 약속하고, 사건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데 대한 후속 조치다.

전담조직은 실질적인 운영을 위해 행정부시장 직속으로 하고, 인권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통합담당관실에서 피해자 사실조사 등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사건 자료수집, 피해자 심리상담 등은 관련 부서와 협업체제를 구축한다.

부산시는 그간 형제복지원 피해자 측과의 협의에 따라 피해자 모임의 사무공간 제공 및 상담창구 운영, 각 기관에 산재해 있는 형제복지원 관련 자료 수집 등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11월 말부터는 피해자 면담을 통한 사실조사를 실시해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 후 신속한 진상규명이 될 수 있도록 증빙자료를 사전 확보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형제복지원 사건 해결을 위해 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재정적 지원을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전담조직을 구성한 만큼 피해자 측과 계속 소통하며 사건 해결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11월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남 자리에서 피해자들 사연을 듣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