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이 극찬하고 평생 즐긴 ‘소울 파트너’

[서영수의 Tea Road] 황차 중 유일하게 중국 10대 名茶에 오른 ‘쥔산인전’

2018-12-24     서영수 차(茶) 칼럼니스트

쥔산인전(君山銀針)은 황차(黄茶)로서 유일하게 중국 10대 명차에 선정됐다. 1954년 열린 독일 라이프치히 박람회에서 금상을 받은 쥔산인전은 이 같은 명성에 힘입어 1957년 중국 10대 명차로 등극했다. 쥔산인전은 후난성(湖南省)을 대표하는 명품차로서 당나라 문성공주가 티베트로 시집갈 때 보물로 가져간 차다. 찻잔 속에서 피어난 연기가 백학처럼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고 해서 당나라 명종이 이름 붙인 백학차로 알려지기도 했던 쥔산인전은 당나라 시절부터 청나라 말기까지 황실공차로 명성을 떨쳤다.


청나라 말기까지 황실공차로 명성

 
황차의 대명사 쥔산인전 ⓒ 서영수 제공

 

쥔산인전은 쥔산(君山)도를 중심으로 둥팅호(洞庭湖) 일대에서 생산된다. 4000년 전부터 만들어진 쥔산인전은 처음에는 녹차로 생산됐지만 황차로 만든 차가 유명해지며 녹차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고 있다. 쥔산도는 ‘둥팅호의 진주’로도 불린다. 풍성한 스토리를 간직한 문화유적지와 72개 산봉우리를 보유한 쥔산도는 중국 정부가 최고 등급으로 인정한 5A급 관광지다. 서울보다 5배나 큰 둥팅호는 중국에서 가장 큰 호수였지만 밀려드는 퇴적물로 호수 면적이 급격히 줄어들어 지금은 중국에서 3번째로 큰 담수호로 밀려났다. 후베이(湖北)와 후난(湖南)이라는 행정구역도 둥팅호의 북쪽과 남쪽에 있다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쥔산인전의 고향 쥔산도의 경우 갈수기에는 배가 아닌 차를 타고 갈 수 있다. 36개 정자와 48개 사당 가운데 악양루(岳陽樓)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장관이다. 시성(詩聖)과 시선(詩仙)으로 쌍벽을 이룬 당나라 시인 두보와 이태백이 앞다퉈 ‘등악양루(登岳陽樓)’라는 유명한 시를 발표해 둥팅호의 매력을 예찬한 덕에 쥔산도와 악양루는 역대 중국 문인들의 필수 탐방 명소로 각인됐다. 물을 만나면 춤추는 찻잎으로 소문난 쥔산인전과 눈물 흘리는 대나무로 불리는 소상반죽(瀟湘斑竹)은 쥔산도를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쥔산인전은 초봄에 갓 돋아난 어린 새순을 황차로 가공하면 하얀 솜털이 화살과 같이 뾰족한 찻잎을 가득 덮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은침(銀針)처럼 뾰쪽하게 생긴 첨차(尖茶)에 따뜻한 물을 부으면 찻잎이 수직 상승했다가 가라앉기를 세 번 반복한다. 당나라 사람들은 ‘삼기삼락(三起三落)’한다고 하며 최고급 쥔산인전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황차 등급은 찻잎의 등급과 채취시기에 따라 크게 황아차(黃芽茶), 황소차(黄小茶), 황대차(黄大茶)로 나뉜다. 몽정황아(蒙頂黃芽)와 곽산황아(藿山黃芽)가 쥔산인전과 더불어 최고 등급의 황아차로 인정받고 있다.

쥔산인전은 4000여 년 전 순(舜)임금의 황비, 아황(娥皇)이 차 종자를 처음 심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황은 요(堯)임금의 장녀로서 동생 여영(女英)과 함께 순임금에게 시집보내졌다. 갑작스러운 순임금의 죽음을 비통해한 두 황비가 흘린 피눈물이 대나무에 적갈색 얼룩으로 남아 소상반죽이 되었다 한다. 쥔산도에서 나오는 소상반죽은 중국에서는 열녀의 상징이다. 쥔산도는 둥팅호에서 가장 큰 섬으로 원래는 둥팅(洞庭)산으로 불렸다. 중국 단오절의 기원이 된 굴원(屈原)이 둥팅산에서 순제의 죽음을 애도하다 물에 빠져 자결한 두 명의 황비를 추모해 ‘군자의 덕을 갖춘 산’으로 칭송한 다음부터 ‘쥔산’이라고 불리면서 섬의 이름이 쥔산도로 격상됐다.  

 
어린 시절 은사와 함께 샤오산을 둘러보는 마오쩌둥 ⓒ 서영수 제공


쥔산인전은 마오쩌둥(毛澤東)의 소울 파트너였다. 1959년 6월25일 후난성 샤오산(韶山) 생가를 찾은 마오쩌둥은 쥔산인전을 한 모금 마시고 “이 차는 맛있다, 정말 좋은 차다”며 칭찬을 멈추지 못했다. 마오쩌둥의 감탄사는 지금도 쥔산인전을 홍보하는 대표 카피다. 7년 후 정치적 생명을 걸어야만 하는 중대결단이 필요했을 때 마오쩌둥은 고향을 찾아 쥔산인전을 다시 마셨다. 1966년 이후 마오쩌둥은 더 이상 고향을 찾지 않았지만 수많은 중국 명차 중에서도 쥔산인전을 평생 즐겨 찾았다.

쥔산인전은 맵기로 소문난 후난성 요리와 찰떡궁합이다. 쓰촨성(四川省) 못지않게 매운맛을 좋아하는 후난성 사람들의 기개가 살아 있는 일화가 있다. ‘부파라(不怕辣·매운맛이 무섭지 않다)’고 으쓱대는 쓰촨성 사람을 향해 후난성 사람이 ‘파부라(怕不辣·맵지 않은 것이 무섭다)’라고 글자 순서만 바꿔 설전에서 완승을 거뒀다는 유래가 있다. 찻잎이 바늘처럼 날렵한 모양으로 빛나는 쥔산인전은 70도 정도의 따뜻한 물로 차를 우려내면 맑은 향과 어우러진 등황색으로 빛나는 찻물이 눈과 코를 즐겁게 해 준다. 부드러운 맛은 혀와 입을 무장해제시켜 매운맛으로 입안이 얼얼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쥔산인전은 청명(淸明) 전후에 채취한 어린 찻잎을 원료로 12단계의 제조 과정을 거치는 동안 72가지 공정을 통해 88시간 만에 완성시키는 전통 방식과 발효 단계를 압축한 8단계 제조 과정으로 78시간에 만드는 단축공법이 있다. 쥔산인전의 핵심공정인 민황(悶黃) 과정은 찻잎을 채취한 시기와 찻잎의 상태에 따라 시간과 방법이 달라진다. 민황은 살청(殺靑)한 찻잎을 적당한 두께로 쌓아놓거나 우피지(牛皮紙)에 넣어 상자에 쌓아놓아 습열 작용과 미생물 발효를 유도하는 기법이다.

쥔산인전은 민황 과정을 통해 쓰고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이 일부 산화되며 찻잎이 누런색으로 변한다. 동시에 미생물이 관여하는 미세한 발효 과정이 진행돼 분해된 엽록소는 황색으로 변하고 단백질 분해로 생긴 당 성분이 증가해 녹차의 쌉쌀하고 떫은맛이 사라지고 부드러운 단맛이 증가한다. 민황 시간의 길고 짧음에 따라 녹차에 가깝거나 청차에 근접한 황차가 탄생한다. 황차는 완성된 찻잎이 황색을 띠고 물로 우려내면 밝은 등황색 찻물이 맑은 향과 부드럽고 달큰한 맛을 전해 준다. 차를 우려낸 엽저도 황색을 띤다.   

연간 생산량 400kg으로 g당 1만원 호가

쥔산인전이 생산되는 쥔산도는 커다란 호수에 둘러싸여 안개가 자주 생겨 직사광선을 막아주고 급경사를 이룬 산비탈 지형과 모래질 토양으로 차 품질이 좋다. 쥔산인전의 생산량은 연간 400kg에 불과하다. 등급이 떨어지는 쥔산차의 생산량을 합쳐도 2톤 정도인 데 반해 시장에서 요구하는 연간 물량은 80톤 이상이다. 쥔산도가 아닌 주변에서 생산되는 쥔산차도 35톤 정도여서 공급부족 현상이 매년 발생한다. 포장만 ‘쥔산인전’인 정체 모를 차가 더 많이 유통되고 있다. 이런 부조리를 타개할 목적으로 후난성 정부는 2012년 ‘쥔산인전황차산업단지’ 기공식에서 재배면적의 획기적인 증가를 위한 지원 대책과 정품 쥔산인전 유통을 위한 협약을 중국차 유통협회와 체결했다. 품질 좋은 정품 쥔산인전 1g은 1만원을 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