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⑦] 이국종 “중증외상센터 문 닫을 판”
[과학·IT 분야] 병원 수익 없고, 정부 지원 미온적이고, 닥터헬기 운용 기피가 걸림돌
시사저널은 과학·IT 분야 올해의 인물로 2017년에 이어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 교수를 선정했다. 이 교수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과학 분야에 이바지한 일도 없는데 시사저널 올해의 인물로 선정돼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새기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내 한숨을 내쉬며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동네 병원에서도 하는 일을 우리는 하지 않고 있다. 중증외상센터 일 말이다.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병원은 중증외상센터 문을 닫으려고 한다. 정부는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만 중증외상센터를 지원할 것처럼 하지만 행동은 없다”며 하소연했다.
의료인도 고된 중증외상센터 기피
이 교수는 열악한 국내 외상 진료체계 개선을 주장하며 중증외상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병원엔 응급실이 있다. 매일 100~200명의 환자가 병원 응급실을 찾는다. 이 가운데 생명이 위급한 환자는 5% 정도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가 혼재하기 때문에 자칫 급한 환자에 대한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물론 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위급한 환자를 우선 치료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환자들을 내버려둘 수도 없다. 대부분 가벼운 환자를 치료하느라 정작 위급한 환자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현실에서 심한 외상 환자에 대한 조치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학병원 응급실에 환자가 넘쳐나기 때문에 구급차는 환자를 태우고 이 병원 저 병원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일이 생긴다.
그런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려면 외국과 같은 중증외상센터를 잘 갖춰야 한다. 중증외상 환자를 위한 긴급한 수술이나 치료를 담당하는 곳이 중증외상센터다. 중증외상센터를 갖추기 전과 후의 미국 외상 환자 사망률은 34%에서 15%로 줄었다. 50%였던 국내 외상 환자 사망률은 2000년대 초반 권역별 중증외상센터가 생기면서 낮아졌다. 정부는 2010년 35%인 사망률을 2020년까지 20% 미만으로 낮추는 목표를 잡았다.
그동안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 2011년 소말리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과 2017년 판문점으로 탈북하다 총격을 받은 북한 병사 사례로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다. 중증외상센터와 닥터헬기(의료용 헬기) 등 국내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늘었다. 2017년 11월엔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지원 관련 청원이 올라와 28만여 명의 동의를 얻은 바 있다. 청와대는 닥터헬기 야간 운영 및 중증외상센터와 소방헬기를 연동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예전과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이 교수는 10월 국정감사에서 “말만 하지 말고 제발 좀 도와달라”고 읍소했다.
“암 환자나 외상 환자나 생명은 소중하다”
“한 지자체에서 1800억원을 들여 안전체험 테마파크를 지어놨다. 하루 평균 입장객은 350여 명, 연간 적자 규모는 15억여원이라고 했다. 1800억원이면 중증외상센터 전체 건립비용을 상회하며, 소방 항공대 두세 곳을 창설할 수 있는 금액일 것이다.”
이 교수의 책 《골든아워》의 한 대목이다. 이 교수는 예산 부족 얘기를 자주 해 왔다. 권역 외상센터 중증외상 전문치료체계 구축 예산은 439억원(2017년)에서 2018년 601억원으로 늘었고 새해엔 646억원으로 잡혔다. 예산은 매년 늘지만 채 쓰지 못하는 불용(不用)예산이다. 2018년 발표된 ‘2017 회계연도 결산’에 따르면, 16개 권역 중증외상센터의 2017년 평균 예산 실제 집행률은 77.8%로, 쓰지 못한 돈이 68억8000만원이었다. 전담의료진 47명을 충원할 돈인데 전문인력을 구하지 못한 탓이다. 중증외상센터의 일은 고되고 의료사고 위험도 커 의료인들이 꺼리기 때문이다.
병원은 중증외상센터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중증외상센터 운영은 돈을 벌기는커녕 환자를 받을수록 적자가 나기 때문이다. 외상 환자보다 암 환자를 치료하는 게 병원 입장에서는 이롭다.
한 해 외상으로 사망하는 사람 3만 명 가운데 적어도 1만 명은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예방 가능 사망률(사망자 중 적정 진료를 받았을 경우 생존할 것으로 판단되는 사망자 비율)은 33%다. 일본이 10%, 캐나다 18%, 미국은 15%다. 외국에서는 죽지 않을 사람이 한국에서는 죽는 셈이다. 이 교수는 “외국이라면 죽지 않았을 외상 환자가 한국에서는 죽는다. 병원 입장에서 돈이 되는 암 환자나 돈이 안 되는 외상 환자나 생명은 소중하다. 누군가가 암 환자를 치료하는 것처럼 누군가는 외상 환자를 살려야 한다”며 “그러나 수익이 없으니 병원은 중증외상센터 문을 닫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중증 외상 환자는 1시간 이내에 병원 외상센터에 도착해 수술받을 확률이 82%다. 18%는 사막이나 동토 등 오지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다. 웬만한 곳에서는 100% 골든아워가 지켜지는 셈이다. 국내에서 같은 환자가 발생하면, 이 병원 저 병원 들렀다가 적절한 병원에서 치료받기까지 245분(약 4시간) 걸린다. 전체 외상 환자의 50%가 골든아워를 지키지 못하고 위급한 상황을 맞는다. 이 때문에 닥터헬기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 교수는 “현실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 닥터헬기가 한 번 뜨면 수백만원이 들기 때문에 헬기 운영업체는 웬만하면 헬기를 운항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정부도 닥터헬기 지원에 미온적이다. 만일 사고라도 나면 책임이 자신들에게 돌아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국종 교수는 누구?
이국종 아주대 외과 교수는 2010년부터 외상외과장이자 권역외상센터장으로 있다. 1995년 아주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2년 동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연수했다. 2004년 아주대 응급의학과 교수가 됐다. 2007년 영국 로열런던병원에서 외상 수술에 대해 연수했다. 2010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장, 2011년 국민포장, 2013년 안전행정부 장관 표창장을 받았다. 2011년 소말리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치료했다. 2017년 판문점으로 탈북하다 총격을 받은 북한 병사를 수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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