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의 비법 ‘바람을 막아라’
[이경제의 불로장생] 통증 일으키는 풍(風)을 다스리는 ‘방풍(防風)’
중국 옛날이야기다. 어느 해에 심한 가뭄으로 흉년이 들어 수확할 것이 없었다.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으니 무리를 지어 도적질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식량을 약탈했다. 나라에서 도적들을 잡아들이니, 대부분 붙잡히고 나머지 사람들은 도망가서 깊은 산속에 숨었다. 허물어진 사찰을 찾아 생활하는데 벽과 기둥도 제대로 서 있지 않아 바람을 막을 수 없었다. 근처에 많이 있는 풀을 뜯어 부드러운 것들로 벽을 메워 바람을 막고 바닥에 깔아 이불 대신 사용했다. 억센 것들은 땔감으로 이용했다. 사는 공간을 전부 이 풀로 채워 넣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니 사람들 모두 관절이 좋아지고 사소한 통증이 사라졌다. 관절이 좋아진다는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고, 바람을 막았던 풀을 달여 줬더니 다들 좋아졌다. 이 풀이 나중에 약재로 알려지고 바람을 막는 데 사용한다고 하여 방풍(防風)이라 이름 지어졌다. 방풍은 맛이 달고 성질은 따뜻하다. 뼈마디가 저릴 때 여러 가지 풍증을 없앤다. 말이 어눌하거나 머리가 어지러울 때 사용한다. 36가지 풍증을 치료하며 오장을 좋게 한다. 풍이라고 해서 무거운 중풍만이 아니라 가벼운 감기도 풍에 속한다.
방풍의 뿌리는 봄과 가을에 꽃대가 나오지 않은 것을 채취하여 줄기와 잎을 제거하고 말려서 사용한다. 풍사를 제거하고 땀을 내주는 거풍해표(祛風解表), 습기를 이기고 통증을 멈추는 승습지통(勝濕止痛)이 예전부터 알려진 효능이고, 현대에 와서 정유 성분의 옥타놀·노나놀·쿠페렌 등과 쿠마린·크로몬·데커신 등이 들어 있어 열을 내리며 염증을 줄이고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 성분이 밝혀졌다.
동의보감에 방풍을 쓴 처방 71가지
방풍의 이파리는 나물로 먹는다. 갯기름나물로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능이 탁월하다. 허균의 저서 《도문대작(屠門大嚼)》에 “쌀로 죽을 끓여 반쯤 익으면 방풍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차가운 사기그릇에 넣어 따뜻할 때 먹으면 입안에 단맛과 향기가 가득하여 3일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봄에 먹는 나물 3개를 고르라면 방풍·냉이·달래를 꼽을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방풍이 주약(主藥)으로 쓰인 처방이 71개나 된다. 눈의 질환과 풍 질환에 주로 사용하고 두통 관련 질환에도 쓰인다.
이제 120세를 사는 시대다. 살다 보면 관절통·근육통은 흔히 발생하며 원인은 해당 부위의 손상이다. 신경통은 척추 신경, 뇌신경, 정신적인 문제로 발생한다. 구별법은 간단하다. 관절통·근육통은 통증 부위를 눌러보면 아프다. 신경통은 통증 부위를 눌러봐도 아프지 않다. 신경통은 신경을 따라 아프다고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통증의 원인을 한의학에서는 풍(風)으로 본다. 풍은 국부에 해당하는 통증에서 신경통까지 다양하게 적용한다. 풍을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불로장생의 비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