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지지율 재추락에 ‘경제 방향키’ 고쳐잡은 文
최저임금 속도조절, 소득주도성장보다 경제활력에 방점
"문제 없다"→"보완조치 강구"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경제관련 부처 장관들이 모두 모여 내년 경제정책 기조를 논의하는 확대경제장관 회의를 주재했다. 취임 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경제정책의 수정을 예고하는 발언이다. 향후 경제정책 논의에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는 같은 날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경제활력 제고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세 차례의 경제정책방향은 소득주도성장 등을 앞세웠는데, 이번에는 기업투자 촉진을 포함한 경제 활성화를 강조했다. 정부는 기업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걸림돌이 된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민간 자본에 공공시설 사업을 전면 개방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공언했다. 또 핵심 규제를 개선하고 신기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서비스업을 육성하는 등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구조를 개혁하는 것을 정책 과제 중 두 번째로 제시했다.
소득주도성장에 해당하는 내용은 정책 과제에서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라는 이름으로 세 번째로 소개됐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표현은 경제정책의 비전·전략을 표기한 부분에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의 구성 요소로 혁신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기재됐고, 그 외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앞서 각계의 불만·비판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개 경제정책 기조 중 소득주도성장을 가장 우선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행사에서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임계점 이른 불만, 경제정책 수정 불가피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고용 쇼크, 소득 양극화 지표 심화, 부동산 시장 불안정 등 경제 위기는 원망으로 바뀌어 문재인 대통령을 향했다. 국정지지도는 직격탄을 맞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2월 10~14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9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자세한 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전주보다 1.0%포인트 내린 48.5%로 12월17일 집계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도 전주 대비 1.2%포인트 하락한 37.0%를 기록하며, 2017년 1월 4주차(34.5%) 이후 가장 낮았다.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10월 첫 주의 62.7%를 시작으로 9주 연속 하락해 5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주 소폭 반등했으나, 일주일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문재인 정부가 자랑하던 대북 정책 성과도 좀처럼 나지 않으면서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론은 갈수록 증폭됐다. 엄중한 경제상황에 맞는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경제정책과 관련해 '수용성'이란 단어를 최초로 언급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처음 제기할 당시 쓴 것이다. 김 전 부총리는 재임 당시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소득주도성장론에 혁신성장 기치를 끊임없이 들이밀며 제동을 건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보완책'을 언급하며 다소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도,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라는 비전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과거 정권과 다르게)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가고 있다"면서 "추진과정에서 의구심과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결실을 본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