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직과 연계한 필리핀 ‘메신저 피싱’ 조직
온라인 사기 수법이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나는 절대 안 당한다”고 자신했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꼼짝없이 사기의 덫에 걸리고 만다. 최근에는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한 ‘메신저 피싱 사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휴대전화에 깔려 있는 메신저의 아이디와 프로필을 똑같이 복제해 가족과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는 수법이다. 주로 ‘절박한 상황’인 것처럼 꾸며 접근한다. (☞‘가족·지인 사칭’에 꼼짝없이 당하는 ‘메신저 피싱’ 기사 참조)
메신저 피싱 조직은 주로 해외 계정을 이용하거나 해외 거점을 두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메신저 피싱을 통해 수억원을 가로챈 강아무개씨(24) 등 일당 6명을 붙잡았다. 필리핀 현지에서는 경찰청 인터폴 소속 코리안데스크와 현지 경찰이 합동으로 총책인 남아무개씨(39)를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필리핀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메신저 피싱과 보이스 피싱 범행을 통해 모두 58명으로부터 7억여원을 받아 가로챘다. 피해자 한 명당 최저 100만원에서 최고 77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는 중국에 있는 연계 조직으로부터 넘겨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다른 사람의 메신저에 무단으로 접속해 해당 계정에 등록된 지인들에게 병원비나 사업자금 등 급전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들은 가로챈 피해금을 대포통장을 통해 인출하는 수법으로 자금세탁을 진행했다.
총책 남씨는 지난해 초 같은 범행 전력으로 필리핀으로 도주한 이후 현지에 체류하고 있던 교도소 동기와 함께 메신저 피싱 콜센터를 만들었다.
이후 ‘필리핀 카지노 업체에서 환전 업무를 해 줄 사람을 구한다’는 스팸 문자를 무작위로 발송해 이것을 보고 연락한 사람들을 상대로 불법 대포통장을 수집했다. 대포통장 제공자나 국내 인출책들을 포섭해 조직원으로 범행에 끌어들였다. 총책 남씨 등은 “필리핀에서 제대로 일을 하면 수사기관에 검거되지 않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유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씨는 현재 국내 송환 절차를 밟고 있다.
경찰은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제공한 명의자 27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