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아직도 개척 가능한 분야는 많다”

황재원 KOTRA 광저우무역관장 인터뷰

2018-12-17     모종혁 중국 통신원

최근 광둥성 경기가 좋지 못한 건 곳곳의 업계에서 들린다. 광둥의 한 민간은행 회장실에서 근무하는 리위광(가명)은 11월15일 “올해 우리 은행이 떠맡은 부실자산이 600억 위안(약 9조9000억원)인데 절반은 광둥에서 발생했다”면서 “경영 상황이 악화된 민간 기업이 계속 출현해 연말까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11월17일에 만난 기업청산 전문변호사인 장하이산(가명)은 “수년 전부터 중국 정부가 외국기업에 대한 혜택을 대폭 줄이고 있는 데다 노동자 임금이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어 외국기업의 중국 탈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광둥성 경제가 흔들리는 직접적인 원인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내수소비의 정체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 수출을 주도하는 광둥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광둥성 정부도 이런 현실을 솔직히 ‘고백’했다. 11월6일 발표한 ‘3분기 광둥성 거시경제운용 상황분석’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마찰이 끊임없이 상승해 가면서 미·중 사이 수출입 무역을 제외하고도 기업 생산, 투자 의향, 취업과 산업 클러스터의 안전 등에 불리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 본문 기사에서)​

    11월16일 황재원 KOTRA 광저우무역관장(50)을 만나 광둥성의 현실 및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황 관장은 1995년 입사 이래 본사 근무를 제외하고, 16년 동안 중국 각 지역 무역관을 거친 현장 전문가다. 2009년 지린(吉林省)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구파이기도 하다.
ⓒ 모종혁 제공


 

최근 광둥성 정부에서 이례적으로 지역경제와 무역 상황을 우려했다. 또한 현장에서 만난 기업 관계자와 상인도 최근 경기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황 관장이 체험하는 현실은 어떤가.

“아직은 불경기가 피부에 와 닿기보다 향후 경기불황 가능성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가열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이 양국 간 패권경쟁이기에, 단기간 내 해결될 전망이 낮기 때문이다. 무역분쟁은 중국 내 최대 수출 생산기지인 광둥성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안긴다. 이미 일부 수출기업들에서는 관세 폭탄 등을 우려해 동남아 등지로 생산라인 이전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결국 산업 공동화에 따른 고용 한파 및 소비시장 위축 등의 사태가 현실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광둥성의 경제산업이 지닌 장점은 무엇인가. 그 여력으로 무역전쟁 파고를 뛰어넘을 여력이 되는가.

“올해가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이다. 개혁·개방은 광둥성에서 시작됐다. 그만큼 광둥의 경제발전 역사나 깊이는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저부가가치 생산기지였던 선전(深)이 ICT(정보통신기술) 혁신의 메카로 부상한 것도 결국 광둥의 주강(珠江) 삼각주에 주요 산업의 밸류 체인이 폭넓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과의 통상 경험이 풍부해, 해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현지의 분위기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광둥-홍콩-마카오를 하나로 잇는 대만구(大灣區) 개발계획에 따라, 홍콩의 금융, 선전의 혁신 생태계, 광저우의 유통, 광둥인의 상업 DNA가 합쳐져 새로운 거대 경제권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황 관장은 KOTRA 직원 중 중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가장 길고, 다양한 중국인들과 교류해 인적 네트워크도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중국에 투자한 기업과 장사하는 교민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나.

“중국의 급속한 부상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차이나포비아 현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국만의 장점을 활용해 동반 성장의 파트너로 새로운 기회를 잡아갈 분야도 적지 않다. 우리가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즉, 반도체 등 앞선 분야에서 격차를 유지하면서 중국보다 앞서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강화해야 한다.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앞서고 빠르게 적응하는 트렌디함, 신명나게 노는 문화에서 나오는 엔터테인먼트, 중국의 환경문제와 대척되는 청정 이미지, 식품과 의료 분야에서의 안전 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중국과 협력한다면 아직도 개척 가능한 분야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