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듣고 주류회사도 고객 됐죠”

[인터뷰] 김연태 간만세 대표 “화장품 이은 제2 한류 제품 만드는 게 목표”

2018-12-17     이석 기자

시장조사 기관인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숙취해소 음료 시장은 1800억원대를 돌파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건강을 챙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숙취해소 음료 시장이 10년 사이 3배 가까이 몸집을 키운 것이다. 올해 숙취해소 음료 시장 규모는 2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환이나 겔 형태의 숙취해소제까지 더하면 시장 규모는 3000억원대까지 커질 수 있다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이 만만치 않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숙취해소제만 150여 가지에 이르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 대부분을 ‘빅3’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데다, 마케팅 비용 역시 한 해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시작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진입장벽이 높은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명의 중소기업이 숙취해소제 시장에 뛰어들어 주목된다. 김연태 ㈜간만세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올해 3월 숙취해소 음료인 ‘간만세(Brovo Liver)’를 출시했다. 제품 출시 8개월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 반응이 심상치 않다. 네이버 검색어 순위로만 치면 이미 ‘빅4’에 진입했을 정도다. 김 대표는 현재 이마트와 GS25, 현대백화점, 롯데면세점 등에도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11월에는 전국에 2000여 개 체인을 보유한 온누리약국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고, 12월초에는 CU나 신라면세점 입점을 위한 공장 실사를 받는 등 외연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11번가나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에 값싸게 제품을 론칭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누구나 하는 편의점의 1+1이나 2+1 행사도 않고 있어요.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물량 공세를 펼칠 경우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주류회사가 찾는 숙취해소제

대신 김 대표는 주류회사를 타깃으로 삼아 입소문 마케팅을 펼쳤다. 최근 들어 주류업계가 고객 서비스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숙취해소제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김 대표의 전략은 주효했다. 하이트진로와 대선소주, 금복주, 골든블루 등 국내 주요 주류회사들이 간만세를 내년도 상시 판촉물로 선정했다. 효과를 본 소비자들이 다시 간만세를 찾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대선소주를 제외하고 따로 판촉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이곳에서도 3개월 동안 써보고 효과가 없으면 계약을 파기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결과는 반대였어요. 입소문을 듣고 다른 주류회사에서 먼저 찾아왔어요. 부산의 한 주류회사에만 매월 30만 개씩 납품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이미 효과를 검증 받은 셈이죠.”

김 대표 역시 이 제품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한다.

“24세 때부터 사업을 했어요. 술 때문에 사업을 포기할까 생각할 정도로 숙취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좋다는 숙취해소제나 약을 모두 먹어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숙취해소제를 만든다는 사람을 소개받았고, 효과가 있어 상품화한 것이지요.”

알고 보니 그는 고종 황제의 어의를 지낸 조상의 후손이었다. 1930년대부터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고유의 비법을 계승한 뒤 간질환 치료로 이름을 떨친 최상훈 의원의 손자였다. 그가 할아버지로부터 제조법을 전수받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간질환에 효과가 좋은 건강기능식품이었다. 숙취해소 효과도 뛰어났기 때문에 숙취해소제를 별도로 만들어 출시했다.

“직접 먹어보고 효과를 보기는 했지만 사업까지 할 생각은 없었어요. 아버지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아 오랜 기간 사업을 했지만, 소비재는 처음이었으니까요. 주변 지인들도 저와 똑같이 효과를 봤다는 얘기를 듣고 결국 사업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저희 회사에 원료를 납품하는 회사는 최근 모 벤처캐피털로부터 거액을 투자받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테스트마켓, 중국이 목표”

그는 조만간 중국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최근 들어 여명808(그래미)과 컨디션(CJ헬스케어), 레디큐(한독) 등이 잇달아 중국에 진출하고 있다. 한국은 이들 회사와의 경쟁을 위한 테스트마켓이고, 주 타깃은 중국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최근 ‘유커’로 불리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에게 쿠폰을 제공하는 내용의 전략적 제휴를 알리페이와 체결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한국에 오면 꼭 사는 제품이 있습니다. 화장품이나 홍삼과 함께 간 관련 제품이 유커들의 필수 쇼핑 품목이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사드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국내 D사가 판매하는 간 관련 제품의 경우 연간 매출만 1000억원대를 찍었습니다. 중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화장품을 고르듯, 간만세를 사가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숙취해소제와 별도로 출시된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케이스를 빨간색으로 정했습니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식적인 간염 환자는 1억50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간 관련 질환자 수는 3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간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니만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중국 외에 필리핀에도 최근 제품을 수출했습니다. 필리핀에 위치한 카지노 종사자만 2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이곳에 중국인 VIP들이 많은데, 이들에게도 한국 제품의 인기가 높은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