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상처에 “지겹다”고요? 폭력입니다.
[취재 비하인드 스토리] 포항 강진, 건물뿐 아니라 주민 사이도 갈랐다
2018-12-14 조문희 기자
손가락 끝을 베이게 되면 유독 아픕니다. 상처가 깊지도 않고 넓게 베인 것도 아닌데 너무 쓰라립니다. 하지만 티를 낼 순 없습니다. 그만한 상처로 아프다고 하면 ‘엄살 부린다’는 얘기가 나올 게 빤하니까요. 나는 정말 아픈데 말입니다.
아픔의 크기는 저마다 다른 법입니다. 내겐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누군가에겐 별거일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남의 상처를 함부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건 ‘폭력’입니다. 하물며 집이 크게 흔들리고, 벽엔 금이 가고, 바닥이 다 깨질 만큼 위험한 상처였다면 어떨까요.
경상북도 포항 흥해읍을 할퀸 5.4 규모의 강진은 이곳 주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곳곳에 금이 가고 부서졌습니다. 심지어 1년 하고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상처가 아물지 않았습니다. 벽이 무너지고 유리가 깨져 흉가가 된 아파트는 그대로 방치됐습니다. 그 옆에선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중엔 어린아이도 있었습니다. 책가방을 멘 아이가 잔해가 떨어질 걸 대비해 설치한 초록색 망 사이를 지나갔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돈 없는 서민들입니다. 수리 지원금을 받긴 했지만, 아파트 전체를 고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한 돈이었습니다. 이사를 하지도 못했습니다. 다른 집을 구할 돈도 없고 짐을 나를 형편도 안됐으니까요. 급하게 집을 팔고 나가려고 해도 6500만 원 하던 것이 4000만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소위 ‘똥값’이 된 겁니다. 당장 오갈 데가 없는 이들은 깨진 벽을 보며 위태롭게 생활하거나, 대피소 안 2평 남짓 텐트 안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피해 지역 주민들의 상처를 두고 “지겹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단 점입니다. 포항 내에서도 시선은 엇갈렸습니다. 포항역에서 이 동네로 가기 위해 잡은 택시에서 기사는 “유난 떤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심한 정도가 아닌데 괜히 매스컴을 타서 피해가 과장됐다”고 말했습니다. 시내에서 만난 한 시민도 “1년이나 지났고, 포항 시민 대부분은 ‘다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 지역 주민들도 이런 시각을 알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아파트에서 만난 한 주민은 “돈을 바라고 버티는 게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살 곳을 마련해주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 지금 당장 머물 곳이 없는데 어떻게 포기하느냐”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