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 김성태, 바깥 투쟁 몰두하다 집안일 소홀”

[인물탐구] 1년 임기 마친 김성태 자유한국당 前 원내대표

2018-12-14     구민주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가 1년 임기 동안 언론 앞에서 가장 많이 강조했던 말 중 하나는 단연 “야당은 투쟁해야 하는 정당”이었다. “문재인 정부에 맞서는 ‘들개’가 되겠다”며 임기를 시작한 그는 마지막 원내대표회의에서도 한결같이 “정부·여당을 향한 투쟁”을 얘기했다. 여당 의원들은 그를 ‘가장 상대하기 힘든 원내대표’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원내대표는 스스로 “최고의 찬사”라고 답하기도 했다.

실제 민주당 입장에서 김 전 원내대표는 언제 어떤 발언과 행동을 할지 파악하기 힘든 ‘예측불가’ 존재였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무조건 지르고 보는 ‘무데뽀’식 말과 행동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1년 내내 정부를 꽤나 불편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원내대표가 정권교체 후 자취를 감춰버린 야당의 대여(對與) 투쟁력, 즉 야성(野性)을 되살려 냈다는 점은 당 안팎 의원들이 하나같이 주요 성과로 지목하는 부분이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던 시기에도 극한투쟁으로 끊임없이 나름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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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통합 토대 제대로 구축 못 해

대표적으로 꼽히는 사건은 단연 지난 5월 드루킹 특검을 촉구하며 진행한 국회 앞 무기한 단식투쟁이었다. 특검에 대해 야당의 무리한 요구라는 여론이 득세할 때도 그는 언론의 관심을 계속 자신에게로 향하게 했다. 단식 중 농성장을 기습한 일반인으로부터 일격을 당하면서, ‘개인플레이’성으로 시작한 단식을 당 차원의 집단 움직임으로 불붙게 했다. 막가파식 단식에 종종 희화화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실제 당시 정치권에선 “지금 김성태 원내대표만큼 야권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정치인이 누가 있느냐”는 얘기가 많이 돌았다.

김 전 원내대표 스스로 최고 성과 중 하나로 꼽는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국면에서도 그의 투쟁력은 많은 여당 의원들의 혀를 차게 했다. 지난 10월 서울시청 국정감사 도중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주장하며 시청 진입을 시도해, 국감을 중단시키고 물리적 충돌을 낳기도 했다. 같은 보수진영에서조차 그의 행동에 대한 비판이 나왔지만, 걸리면 끝까지 물어뜯는다는 그의 들개 이미지가 한층 굳건해진 계기가 됐다.

그러나 김 전 원내대표의 성과는 전투력, 투쟁력 그뿐이었다. 그의 투쟁이 얼마나 지지 세력을 확장시켰는지에 대해선 물음표다. 실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김 전 원내대표 체제에서 10%대 안팎에서 20%대 초반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일부 돌아온 것일 뿐, 김 전 원내대표가 임기 중 더 폭넓은 지지 세력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다고 보긴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작 김 전 원내대표가 ‘원내’를 수습하고 통솔해야 하는 원내대표로서의 본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센 언행 뒤 알맹이 있는 정책적인 성과도 없었으며, 부글부글한 계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당내에 고스란히 남겨뒀다.

시기상 본격 논의가 있기 전 임기를 마친 점은 있지만, 보수 통합을 위해서도 토대를 제대로 닦아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 성향 야당의 한 의원은 “태극기부대를 배척하는 듯한 입장을 내는 등 보수 통합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을 상의 없이 했던 모습들은 아쉽게 봤다”고 지적했다.

특히 총선이 다가오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는 당내 계파 갈등은 온전히 차기 원내대표 과제로 남겨뒀다. 자유한국당은 친박-비박에서 당 잔류파-탈당파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갈등이 끓고 있다. 12월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이 갈등이 가시화돼 당내 긴장감을 낳기도 했다. 바깥 투쟁에 몰두한 나머지 집안일에 소홀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그보단 어느 한 계파를 건드려 당내 갈등이 긁어 부스럼이 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을 거란 시각이 많다. 굳건한 당내 세력이 없는 자신의 입지를 좀 더 안정적으로 지키고자 택한 방법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그의 임기 초 기대를 모았던 친박 인적 청산 작업은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실제 당내 친박계로 불려온 의원들 사이에선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오랜 서운함이 쌓여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 역사는 2016년 총선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내 친박계 의원들이 주를 이루던 2016년 총선 당시, 서울 강서 을에 출마한 김 전 원내대표의 당선을 위해 당 차원에서 적잖은 지원을 해 줬다는 것이다. 총선 선거구 획정 과정을 지켜본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강서 지역의 선거구 획정을 두고 팽팽히 맞서다가 결국 김 전 원내대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게리맨더링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새누리당은 또 다른 쟁점 지역이던 수원의 선거구 획정을 민주당의 의사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당시 김 전 원내대표와 강서 을에서 맞붙었던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12월11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실제 그 당시 선거구 획정 위원회에서 강서 지역을 두고 막판 새벽까지 논쟁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새누리당에서 추천한 위원들이 ‘강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신의 존재감만 살렸던 것 아닌가”

그러나 총선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터진 국정농단 사태에서 김 전 원내대표는 국정농단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함께 목소리를 냈다. 탄핵 후엔 같은 당 김무성 의원과 함께 탈당에도 앞장서면서 친박계 의원들이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 적잖은 배신감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당내 김무성계라고 불리는 세가 아직 탄탄하고 김 전 원내대표가 여기에 포함돼 있으면서 지난 1년 알게 모르게 당 운영을 치우치게 해 왔다”며 “눈에 보이는 갈등은 없었을지라도 친박 의원들 사이에선 서운함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이 통화한 복수의 정치 평론가들은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해 “정책적으론 보여준 게 부족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상대를 끊임없이 공격했지만 정책적으로 그 대안을 마련해 주진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야당의 역할은 투쟁하는 것과 국민들에게 공감 내지 기대를 주는 것, 이 두 가지인데 김 전 원내대표의 투쟁이 얼마나 큰 공감을 얻었고 대안정당으로서 기대를 갖게 했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 역시 “요란했던 퍼포먼스에 비해 알맹이 있는 성과는 부족했다”며 “궁극적으로 당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만 살려왔던 건 아니었나 싶다”고 분석했다.

때로는 김 전 원내대표의 이런 강경한 발언과 행동이 정도가 지나쳐 당을 난처하게 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신년 특집 TV토론에 나와 다소 ‘무리수’로 보이는 발언을 연달아 해 새해부터 ‘혼수성태’라는 뼈아픈 별명을 얻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한 보좌관은 “본인이 대포처럼 강한 발언을 쏘곤 했지만 그 방향이 일관되지 못했으며 당 전체를 유기적으로 화합시키고 이끄는 데도 부족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원내 지도부 경험이 있는 한 여당 의원은 “민주당이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원내대표였다는 평가도 있는데, 반대로 자충수와 헛발질로 민주당에 반사이익을 준 원내대표이기도 하다”며 “(나경원)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가 이젠 좀 다른 모습을 보여줘서, 우리 당이 더 이상 반사이익에 취해 안일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긴장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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