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앱 숨죽이고 있지만 “택시도 그 편리함 인정한다”

택시기사 분신 사망으로 눈치 보는 카풀앱들…하지만 “시장 확대 막기 힘들 것”

2018-12-12     공성윤 기자
 카카오가 택시기사의 분노를 유발한 촉매제가 됐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철회하라며 분신을 시도한 기사 최아무개(57)씨의 죽음으로 업계는 끓어올랐다. 카카오는 “현안에 관해 택시업계와 논의하겠다”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 와중에 숨죽이고 있는 또 다른 업체들이 있다. 카카오보다 먼저 카풀 서비스를 선보인 스타트업들이다.  현재 국내 카풀앱 점유율 1위인 ‘풀러스’는 2016년 5월 출범했다. 이 앱은 법적 문제로 이미 한차례 홍역을 겪었다. 출범 당시 국토교통부가 “친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카풀 서비스를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하는 건 법적 취지랑 맞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쟁점이 되는 법조항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81조다.  
지난 10일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분신해 사망한 택시기사 최아무개씨의 분향소가 12일 국회 앞에 설치돼 택시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여객자동차법’으로 발목 잡힌 카풀앱들

 여기에 따르면, 사업용이 아닌 자가용 자동차 운전자는 돈을 받고 사람을 태워줄 수 없다. 단 출퇴근 때 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유상 운송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11월 풀러스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출퇴근 시간’을 풀러스가 확대 해석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고발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후 풀러스의 성장세는 한풀 꺾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용자 수는 75만명에서 60만명으로 떨어졌고, 올 6월엔 김태호 대표가 사임했다.  풀러스 측은 서비스의 지속 여부에 관해 말을 아꼈다. 회사 관계자는 12월12일 “이번에 택시기사님이 돌아가신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택시업계나 국회에서 중재안을 내놓으면 우리도 거기에 맞춰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카풀업계 1위 풀러스, “중재안 나오면 입장 밝힐 것”

 다른 카풀앱들은 일찌감치 서비스를 접었다. 카풀앱의 원조격인 미국 우버는 2013년 국내에 진출했다. 그러나 2015년 3월 철수했다. 작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카풀앱 티티카카는 불과 5개월 만에 백기를 들었다. 택시업계의 반발도 있었지만, 둘 다 여객자동차법의 벽을 넘지 못했다.  또 다른 카풀앱 차차는 대리운전과 렌터카 서비스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여객자동차법을 피해갔다. 하지만 결국 국토부의 규제에 부딪혀 올 7월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그러나 카풀 시장이 완전히 잠식될 거란 전망은 이르다. 수요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10월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 중 “카카오 카풀이 시민 편익 증진에 도움이 되므로 찬성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56%(280명)로 집계됐다. 또 인도 시장조사기관 에너지아스 마켓리서치는 카풀 등 공유차량 시장의 글로벌 규모가 2024년까지 1487억 달러(약 168조원)로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면하기 힘든 카풀 수요… “시장 확대 막기 힘들다”

 게다가 택시업계의 반발은 오히려 카풀에 대한 수요를 촉진시켰다. 서울에서 택시 총파업이 있었던 10월18일 풀러스에 가입한 운전자 수는 전일 대비 10배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풀러스 관계자는 “결국 이쪽 시장을 키우는 쪽은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12월12일 “이번 택시기사님의 죽음은 안타깝다”면서도 “일부 카풀앱은 사업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계획을 짜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카풀 업계에 몸담았던 또 다른 전직 관계자는 “결국 카풀 시장의 확대를 막긴 힘들다고 본다”며 “택시기사님들 스스로도 카풀의 편리함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