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나경원 카드’로 계파 화합 이룰 수 있을까

당내 쇄신·화합 열망, '금수저' '온실 화초' 이미지 눌러

2018-12-11     오종탁 기자

보수 정당 역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가 탄생했다.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나경원(서울 동작을)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삼수 끝 승리, '변화' 책임지게 된 나경원

나경원 의원은 12월11일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총 103표 중 68표를 받아 김학용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앞서 박빙 혹은 김 의원 우세가 예상되기도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나 의원의 압승이었다. 그만큼 한국당 내에서 쇄신·화합에 대한 갈망이 컸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12월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 후보로 나선 김학용 의원과 나경원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정책위의장 후보 김종석 의원, 원내대표 후보 김학용 의원, 원내대표 후보 나경원 의원, 정책위의장 후보 정용기 의원. ⓒ 연합뉴스

  

한국당 전당대회는 내년 2월이다. 새 원내대표는 당장 원내 전략을 지휘해야 한다. 친박과 비박, 복당파 등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일도 시급하다. 새 대표와 함께 준비해 나갈 2020년 총선에는 한국당의 명운이 걸려 있다.

그간 화합하지 못한 한국당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참패한 데 이어 2017년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를 겪었다. 대선이 끝나고 구성된 비상대책위와 조직강화특위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혁신은 아직 멀기만 하고, 계파 벽도 그대로다.

보수 정당 첫 여성 원내대표란 상징성은 일단 당 안팎으로 '뭔가 변하겠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로 선출된 직후 인사말을 통해 "의원들께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선택했고,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선택했다"면서 "한국당은 지긋지긋한 계파 얘기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며, 하나로 나아가 여러분과 함께 총선에서 승리하고 정권교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착화된 이미지 끊어내고 한국당 구해낼까

당장은 긍정론이 우세해도,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로서 "어려운 시기에 먹고 사는 문제부터 챙기겠다"고 했지만, 그가 민생·서민 등 키워드와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사학재단 집안 딸로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나 의원은 그 유명한 '서울법대 82학번'이다. 판사를 거친 뒤 2002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대선후보 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나 의원은 이 후보의 대선 패배 뒤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4년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출했다. 18대 총선 때 서울 중구에서 당선되며 재선에 성공했다. 17~18대 의정 기간 대변인과 최고위원 등을 지내며 당의 간판 여성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시련도 있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른 보궐선거에서도 박원순 현 시장에게 패배했다.

이듬해 19대 총선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 공백기를 가졌다. 그러다 당의 요청으로 출마한 2014년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서 노회찬 야권 단일 후보와의 박빙 승부 끝에 승리하며 복귀했다. 이후 당 서울시당 위원장에 이어 2015년 여성 의원 최초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았다. 20대 총선에서도 배지를 달면서 4선 의원이 됐다.

완벽한 엘리트 이미지에 딱히 큰 굴곡이 없는 정치 경력은 나 의원에게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각각 두 번의 서울시장과 원내대표 도전에서 미끄러진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상대 진영으로부터는 '온실 속 화초'로, 유권자들로부터는 '서민 삶을 모르는 금수저'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뭘 해도 안 되는' 작금의 한국당은 여성 정치인으로서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나 의원을 선택했다. 서민 지지를 등에 업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 경제 정책 추진 등 과정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점도 나 의원에겐 기회다. 나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파괴하고, 판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정말 해야 할 일이 많고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정부의 실정을 막아내고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를 같이 지켜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당은 대한민국의 경제 기적을 이룬 당"이라면서 경제 문제를 꼼꼼히 챙겨 제2의 경제 기적을 위한 기반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