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란조끼 시위의 진짜 배경은 ‘전기차’?
표면적 이유는 ‘유류세 인상’, 하지만 전기차 뒷받침해 산업 활성화 꾀한다는 분석도
2018-12-08 공성윤 기자
유류세 인상 → 전기차 확대 → 경제 활성화?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르노에 남다른 집착을 보여왔다. 그는 경제장관 시절이던 2015년 르노에 대한 정부 의결권을 높이기 위해 관련법을 도입했다. 게다가 마크롱은 당시 카를로스 곤 르노 회장에게 “프랑스의 이익을 보호하려면 르노가 닛산을 완전히 흡수해야 한다”는 메시지까지 보냈다고 한다. 이러한 르노에게 있어 정부의 유류세 인상 방침은 기회다. 자신들의 주력 상품인 전기차의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2007년 국제 유가가 치솟았을 때 ‘전기차의 애플’로 불린 테슬라가 주목을 받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곤 회장 역시 올 10월 파리모터쇼에서 “유가가 올라갈수록 전기차를 개발하는 우리의 뒤엔 순풍이 분다”고 했다. 유류세 인상으로 뒤에서 웃음 짓는 건 르노만이 아니다. 프랑스의 또 다른 자동차 회사 푸조시트로엥(PSA)그룹 역시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이 회사는 2023년까지 전체 판매 차량의 80%를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카로 메울 예정이다. PSA그룹 역시 프랑스 정부가 13.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정부도 거들었다. 니콜라 윌로 프랑스 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7월 “2040년까지 모든 경유와 휘발유 차량의 판매를 중단하겠다”며 “르노와 푸조, 시트로엥 등 프랑스 자동차 회사들은 이런 전환을 이룰 충분한 기술력과 능력을 갖췄다”고 했다.정부가 지분 가진 회사 적극 지원해
하지만 서민에겐 시기상조다. 프랑스는 2010년 디젤차 비중이 70%가 넘었을 만큼 내연기관 자동차에 의존적이다. 특히 택시나 트럭 등 상용자동차를 모는 운송 사업자에겐 치명적이다. 이미 올해 들어 경유 가격은 작년에 비해 23% 올랐다. 15년 만에 최고가다. 유류세 인상이 극약 처방인 이유다. 무엇보다 전기차 가격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르노의 내연기관 소형차 ‘클리오’는 1만2800유로(약 163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소형 전기차 르노 조에는 세제 혜택을 받아도 2000만원 정도다. 노란조끼 시위에 참가한 소방관 조프르 데니스(33)는 12월3일 블룸버그에 “마크롱은 음식 살 돈도 없는 사람들에게 전기차를 사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기름값을 올리는 건 이들에게 말 그대로 ‘불에 기름을 붓는’ 조치인 셈이다.“음식 살 돈도 없는데 전기차 사라고 한다”
결국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12월5일(현지시각) 밤 “내년 예산안에서 유류세 인상안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현지방송 프랑스24는 “마크롱의 항복은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라며 “국민들의 분노는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마찬가지로 통제 불능이다”라고 전했다. 프랑스는 오랜 경기 침체로 인해 서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이후 법인세를 낮춰 뭇매를 맞기도 했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33.3%인 법인세를 2022년까지 유럽 평균인 2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자동차 회사 등 글로벌 대기업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계획과도 맞닿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자회사 BMI 리서치는 지난해 “마크롱이 대통령이 되면 법인세 인하를 통해 프랑스 자동차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