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①] 미세먼지 세상에서 살아남기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마스크·공기청정기 효과 극대화 방법

2018-12-06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18년 최대 화두 중의 하나는 ‘미세먼지’였다. 미세먼지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꿔놓았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릴 정도로 국민들 건강을 해치는 심각한 재난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요원해 보인다. 현재로서는 개인이 각자 알아서 미세먼지를 피하는 방법만이 최선이다. 외출할 때는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보건용)를 착용하고,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를 틀어놓는 일이다. 그런데 답답한 노릇은,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효과조차도 제대로 보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화여대 의료원이 20~40대 일반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95%가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한 호흡기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하는 사람은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시민모임도 소비자 4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3%만이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40~50%는 일반 마스크를 사용하는 셈이다.

일반 마스크로는 미세먼지를 막을 수 없다. 미세먼지를 차단하려면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 보건용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인정한 의약외품이다. 마스크 포장지에 ‘의약외품’ 또는 ‘KF80’ 등의 표시가 있다. KF는 Korea Filter(한국 필터)의 약자다. 80은 평균 0.6μm(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입자를 80% 이상 차단하고, KF94는 0.4μm 입자를 94% 이상 차단한다는 의미다. 이 마스크에는 미세먼지를 흡착할 수 있는 특수 필터가 들어 있다. 미세먼지를 걸러내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 필터는 일회용이어서 마스크를 세탁하면 그 효과가 반감된다. 유한킴벌리 이노베이션센터가 보건용 마스크를 세탁기로 세탁한 후 미세먼지 차단 기능을 실험해보니 효과가 49% 정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개 한 번 사용하고 버리기가 아깝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손으로 툭툭 털거나 세탁해서 몇 차례 더 사용하는 데, 이는 잘못된 사용 방법이다.

마스크의 KF 숫자가 높을수록 미세먼지를 잘 걸러내지만, 그만큼 숨쉬기는 불편해진다. 그날의 미세먼지 발생 정도와 개인별 호흡 능력을 고려해 적당한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특히 임신부·어린이·노인·호흡기질환자 등 호흡이 곤란한 사람은 이 마스크를 착용할 때 유념할 점이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반인은 물론 임신부·어린이·노인·환자도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답답할 때만 잠시 벗고 다시 쓰는 게 좋다. 그렇지만 호흡기 질환이 아주 심한 사람은 마스크 착용을 의사와 상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미세먼지에 노출된 영유아, 성인 때 호흡기질환 위험

답답하다는 이유로 마스크로 입만 가리거나 얼굴에 완전히 밀착하지 않으면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볼 수 없다. 마스크는 얼굴에 완전히 밀착하는 게 관건이다. 마스크 윗부분에 철심이 들어 있는데, 이 부위를 눌러 코 윗부분에 밀착해야 한다. 여성은 화장이 묻을까 봐 마스크 안쪽에 휴지나 수건을 덧대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 마스크가 밀착되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최대한 바깥출입을 자제하는 게 상책이다. 매일 외부에서 운동하는 사람이라도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운동하지 않거나 실내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외부에서 운동하면 호흡이 가빠져 미세먼지를 더 많이 흡입할 수 있다. 특히 영유아와 임신부 등 호흡기 취약자는 되도록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 좋다. 폐가 충분히 발육하지 않은 어린이는 낮은 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돼도 성인기에 2차적인 만성 호흡기질환의 위험성이 커진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청소년 1800여 명을 8년간 추적했더니, 미세먼지가 심한 곳에 있는 아이들은 폐 성장이 좋지 않아 성인이 되었을 때 폐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기간에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2500g 이하 저체중아 출산과 37주 이내 조기 출산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체중아 출산은 태아 사망률을 증가시키고 장기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외출하더라도 그 시간을 짧게 하고, 가급적 도로변이나 공사장 주변에 오래 머물지 않아야 미세먼지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천식 환자는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있을 때는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 부득이 외출할 때는 기관지 확장제를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기청정기 사용해도 환기하라”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실내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만 틀어놓는 일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전문가들의 권고는 ‘공기청정기 효과는 크지 않다. 공기청정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헤파필터를 확인하라. 오래 사용하지 말고, 사용 후엔 반드시 환기하라’로 모아진다.

공기청정기에 헤파필터가 있어야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나는 공기청정기를 쓰지 않는다.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공기청정기가 있다면 그 필터를 자주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 공기청정기를 끄고 켜는 과정에서 필터에 붙은 먼지가 떨어져 나와 공기 중에 날린다”고 말했다.

대부분 공기청정기는 전기식 집진 방식이다. 정전기가 생긴 옷에 먼지가 달라붙는 원리다. 전기식 집진기의 전기 방전 과정에서 공기 중 산소 분자가 깨지면서 오존이 만들어진다. 오존은 살균력과 탈취력이 있어서 각종 소독기 등에 사용한다. 그러나 건강에는 이롭지 않다. 여름철 강한 자외선 때문에 발생한 오존 농도가 0.12ppm을 넘어서면 ‘오존 경보’를 발령한다. 환경부가 다중이용시설의 오존 농도를 0.06ppm 이하로 권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오존이 발생하는 기계를 오존발생기(ozonizer)로 표기하고 사람이 없는 식품 보관시설에 사용하도록 제한한다. 사람이 그 시설에 들어갈 때는 보호 장비를 착용한다.

이 교수는 “실내 공기를 살균하겠다는 발상은 비현실적이고 위험한 것이다. 음이온 공기청정기를 보면 대부분 오존이 발생한다. 업체가 오존을 음이온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오존이 발생하는 공기청정기를 오래 틀어놓으면 비릿한 냄새가 나는데, 그 정도면 오존 농도가 매우 높다. 오존이 실내에 많아지면 호흡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한 아이와 노인이 폐렴 등 호흡기 질환에 걸린 사례가 있다”며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기보다 창문을 열고 환기하는 게 건강에 더 좋다. 바깥 공기가 너무 좋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공기청정기를 이용한다면, 오존(음이온) 발생 장치를 끄고 잠시만 사용하고 사용 후엔 반드시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환기하면 무슨 소용일까 싶겠지만, 공기청정기 사용으로 오존과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므로 실내 공기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깨끗하지 않다. 환기하지 않은 실내의 미세먼지 농도는 외부보다 최대 60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환경청(EPA)도 실내 미세먼지와 관련해 ‘외부 미세먼지와 공기 질보다 나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확률적으로 환기를 하지 않아서 생기는 피해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크다. 따라서 평소보다 횟수를 줄이더라도 환기를 하는 게 실내 공기 질 관리에 이롭다. 환기에도 요령이 있다. 밤이나 새벽엔 대기가 정체된 상태일 수 있으므로 이 시간을 피하고, 한 번에 3분 이내로 환기하면 된다. 다만, 가족 중에 천식 등 호흡기질환자가 있다면 창문을 열지 않는 게 좋다.

환기 후에는 먼지가 쌓이기 쉬운 바닥·벽·천장·창문틀 등을 물걸레로 청소한다. 미세먼지는 가라앉지 않고 떠다닐 수 있기 때문에 진공청소기보다는 물걸레 사용을 권장한다.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면 미세먼지는 더 많아진다. 바닥에 있던 먼지가 사방으로 퍼지고, 진공청소기 배출구에서 미세먼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요리할 땐 창문 열거나 환풍기 작동

외부의 미세먼지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지만, 실내 미세먼지는 줄일 수 있다. 사람의 움직임, 요리, 촛불, 전열 기구 사용을 줄이면 된다. 외출 뒤 집으로 들어갈 때 옷이나 가방에 묻은 미세먼지를 털어내고,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고 머리도 감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가스레인지·그릴·오븐 등으로 음식을 만들 때 미세먼지 농도는 급증한다. 기름을 사용해 굽거나 튀기기보다 삶은 방식이 미세먼지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실내·외 미세먼지 농도와 상관없이 조리할 때는 창문을 열거나 환풍기를 작동하고, 마스크도 착용하는 게 좋다. 조리 후에도 10분가량 환풍기를 켜둘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가 체내로 들어오면 전신에 염증을 일으킨다. 이를 조금이라도 막는 방법의 하나가 물을 마시는 것이다. 수분을 섭취하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하지 않아 미세먼지가 쉽게 침투하지 못한다. 또 혈액의 수분 비율이 높아져 체내 미세먼지 농도도 낮아진다.

체내로 들어온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없지만, 녹황색 채소·과일·해조류의 적당한 섭취가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소화기로 들어온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경로는 소변과 대변인데, 이때 수분이 중화작용과 배출작용을 돕는다. 미세먼지가 신체 염증을 일으키므로 항염증·항산화 물질이 있는 과일과 채소를 먹는 게 좋다. 미역과 다시마에 있는 끈적한 성분(알긴산)도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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