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 60명 미만 유치원장 연봉이 ‘8300만원’?
서울 공영형 ‘한양제일유치원’ 세출결산표 분석해보니…“세금 먹는 하마”
2018-12-05 공성윤 기자
한양제일유치원 교직원 9명, 인건비 4억여원 지원돼
시사저널은 한양제일유치원의 '2017년 세출결산표'를 토대로 원장 연봉을 계산해봤다. 기본급은 5912만원. 이 외에 원장은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비를 받는다. 단 초과근무수당이나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사학연금료 등은 적용 여부가 불분명해 제외했다. 여기에 건강보험료 등 법정부담금을 더했다. 그 결과 연봉은 8297만원으로 산출됐다. 이를 포함해 교직원 9명에게 들어간 인건비는 총 4억 7042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업무추진비가 별도로 편성된다. 한양제일유치원의 재무현황을 두고 김주일 공인회계사는 12월4일 "원아 57명이 다니는 소규모 유치원에 왜 8000여만원의 연봉을 받는 교장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공영형 유치원을 세금 집어삼키는 하마라고 부르고 싶다"고 꼬집었다.“공영형 유치원 회계운용에 의혹 있다”
서울의 다른 공영형 유치원들은 원장의 급여를 따로 공시하지 않았다. 서울에는 한양제일유치원을 포함해 대유유치원, 영천유치원, 명신유치원 등 공영형 유치원 4곳이 운영 중이다. 시사저널이 나머지 3곳의 회계 자료를 유치원 알리미를 통해 찾아봤다. 모두 인건비 총액만 나와 있을 뿐, 직급별로 급여 액수가 적혀 있진 않았다. 이와 관련해 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 의원은 11월14일 시의회 행정감사에서 “공영형 유치원 회계운용의 적정성과 공정성에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영형 유치원 원장의 급여에 법적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 관계자는 “모든 교직원의 기본급과 수당, 복리후생비 등은 공무원보수규정이 정한 기준에 따라 받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립유치원의 경우 원장을 포함한 교직원의 급여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때문에 유치원 규모에 따라 더 많은 돈을 챙길 수도 있다.
“사립은 망해도 나라가 망하는 건 막아야”
다만 사립유치원은 재정 수입의 일부를 학부모에 의존하고 있다. 원아 수 감소로 원비가 줄어들면, 교직원 급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립유치원 원아 수는 최근 2년 사이 약 3만 명이 줄었다. 공영형 유치원은 학부모가 내야 하는 돈이 사립유치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대신 그만큼 많은 세금이 투입된다. 지난해 한양제일유치원 전체 세입 결산액 중 서울시와 교육청의 지원금은 약 95%를 차지했다. 전북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사립은 망해도 되는데 나라가 망하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국공립 단설유치원에 들어가는 돈은 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공공형 유치원과 같은 법인은 나름의 타당성을 갖추고 임직원 등의 보수를 산정할 것”이라면서도 “유치원 규모에 비해 급여가 과도한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