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최대 뇌관…568만 자영업자의 위기

빅데이터로 본 국내 자영업 시장의 현주소…‘직장인’ 월급 밑도는 자영업 ‘사장님’ 수익

2018-11-30     송응철 기자

국내 568만 자영업자들이 신음을 넘어 절규하고 있다. 그야말로 한 줄기 희망도 비치지 않는 악화일로(惡化一路)의 터널을 지나는 모습이다. 물론 ‘자영업자 위기설’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국내 자영업 시장의 포화상태가 지속돼 온 결과다. 지난해 국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21.3%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5.8%)보다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국내 자영업 시장은 과당경쟁이 불가피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근래 자영업자들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폐업자 수가 2015년(79만50명)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90만8076명이 문을 닫았고, 올해 폐업자 수도 1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없다. 오히려 암울한 전망 일색이다. 내수시장 침체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내년 경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잖아도 과밀한 자영업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7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63년 출생자)가 은퇴하며 자영업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세대의 은퇴는 2023년까지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발표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들이 최근 피켓을 들고 광화문 거리로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8월29일 전국 소상공인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최저임금 인상의 즉각 중단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호전 기미 보이지 않고…암울한 전망 일색

전문가들은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이견이 없다. 실제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2008년 25.3%에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비율이 OECD 평균인 15%대까지는 계속해서 낮아질 것으로 분석한다. 자영업 비중은 대체로 국가의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영업자 몰락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당정도 마냥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최저임금 상승 이슈로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시작되자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지난 8월에는 자금지원과 세제혜택 등 37개 과제가 담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대책이 최저임금 충격파를 상쇄하기에 역부족인 데다 현실적인 지원책이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 대책이 현장과 겉돌고 있다. 이런 배경에 대해 전문가 상당수는 정부가 업종별 매출 등 자영업자들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시사저널은 자영업자들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원장 이형석)의 도움을 받아 신용평가사의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년 동안 축적된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자영업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도소매·서비스 부문에서 주요 업종 10개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서도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단연 요식업이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프랜차이즈를 통하면 창업 문턱은 한결 낮아진다. 이는 반대로 다른 업종에 비해 쉽게 시장이 포화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치킨전문점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치킨전문점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세계의 맥도날드 점포 수를 앞질렀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 치킨전문점 수는 총 3만4303곳이다. 그렇다면 치킨전문점의 수익은 얼마나 될까. 확인 결과, 빅데이터 내 3만3203개 점포의 월 평균 매출은 1419만1982원이었다. 여기에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치킨전문점의 영업이익률(17.4%)을 적용하면 점주의 몫은 247만원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6년 기준 직장인 평균 월급인 27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8월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부근 상가 모습. 임차인이 원하는 가격에 맞춰준다는 광고까지 등장했다. ⓒ 연합뉴스


소상공인 40% 최저생계비 못 미치는 소득

피자전문점과 한식·백반집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우선 피자전문점은 빅데이터 내 8052개 점포의 월 평균 매출이 2148만8026원이었다. 영업이익률 9.4%를 적용하면 점주의 수익은 202만원이었다. 한식·백반집의 경우 17만7166개 점포에서 2005만7328원의 월 평균 매출을 올렸다. 외식업의 영업이익률이 13.4%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점주 앞으로는 269만원 정도가 돌아간다.

커피전문점과 제과점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빅데이터 내 커피전문점 3만6134곳의 월 평균 매출은 1240만7902원이었다. 커피전문점의 영업이익률(13.1%)을 감안하면 점주의 수익은 162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커피전문점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커피전문점 수는 2011년 말 1만2381개에서 지난해 말 7만8843개로 6배 증가했다. 제과점도 마찬가지다. 제과점 8036곳의 월 평균 매출은 2307만9516원이었고, 점주 수익은 168만원가량이었다.

도·소매업종 중에서는 편의점 비중(3만2392개)이 높았다. 낮은 창업자금으로 비교적 손쉽게 창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들 편의점의 평균 매출은 3771만984원이었다. 조사 대상 업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편의점의 경우 각종 비용이 많아 수익률이 높지 않다. 일단 판매마진율 30%를 적용한 금액은 1131만원이다. 이 가운데 30~35%는 가맹본부에 납입해야 하고 임대료와 전기세를 비롯한 각종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인건비다. 24시간 운영한다는 점에서 다른 업종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점주가 하루 8시간을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을 고용인에게 맡길 경우 발생하는 인건비는 600만원에 달한다.

사실상 점주가 가져갈 몫은 크지 않은 셈이다. 편의점의 영업이익률 4.3%를 적용하면 점주의 수익은 162만원 정도로 나타난다. 편의점업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만큼 향후 최저임금 상승의 직격탄을 맞게 될 업종으로도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분이 반영될 경우 점주의 순수익은 13.3%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162만원이던 수익이 140만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도·소매업종 가운데 식료품점(2만798곳)의 경우는 월 평균 1613만5807원의 매출을 올렸다. 식료품점의 경우 집계된 영업이익률이 부재하다. 여기에 일반 소매업 영업이익률(6%)을 적용할 경우 수익은 97만원가량으로 집계된다.

서비스업의 경우 대체적으로 매출 규모가 작게 나타났다. 다른 업종에 비해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용실(6만7096곳)은 804만1179원, 네일케어숍(7304곳)은 867만2555원의 월 평균 매출을 기록했다. 어린이영어학원(6555곳)은 1608만2514원이었다. 서비스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서비스업은 모든 자영업 업종 가운데 단순노무직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는 경영난에 직면하거나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용인을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영업자 위기, 文정부 뇌관으로 급부상

이처럼 국내 자영업자들은 업종을 불문하고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은 중소기업연구원이 올해 6월 발표한 ‘소상공인 과밀, 어느 수준인가’ 보고서에도 담겨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내 소규모 자영업자 10명 중 7명가량은 같은 업종 임금노동자보다 소득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장님이 직원보다 벌어가는 돈이 적은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자영업자 가운데 40% 이상이 도시가구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위기가 국가 전체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올해 2분기 말 590조7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549조2000억원)보다 40조원 이상 증가한 규모다. 만일 자영업자들이 무너질 경우 천문학적인 대출금은 고스란히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는 최대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자영업자들에 대한 경영 컨설팅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 원장은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경제 개미’로 불리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생활비를 충당할 정도”라며 “이대로 방치하면 한국 경제의 기초가 무너질 수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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