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11월22일 ‘생활방사선 제품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5월 이른바 ‘라돈 침대' 사건으로 촉발된 생활용품 방사능 공포를 해소하기 위한 종합 대책이다. 원안위는 올해 법률개정을 완료하고 2019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 그러나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안위는 "신체밀착제품(침대, 장신구, 의류, 생리대 등)에 모나자이트와 같은 천연방사성 원료물질(이하 원료물질)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신체밀착형' 제품뿐만 아니라 모든 공산품에 원료물질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도 의도적인 방사성물질 첨가로 생활용품의 방사능을 높이는 것은 피폭선량과는 무관하게 정당화 원칙에 위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신체밀착제품은 연간 1mSv(미리시버트) 기준에 상관없이 제조와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그러나 그 제품 범위를 '신체밀착형'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공산품에 원료물질의 사용과 광고·표시·홍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과 비과학 구분하는 능력 교육해야"
이번 '라돈 침대' 사건은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잘못된 인식이 배경에 깔려있다. 침대회사는 '음이온 침대'를 만들기 위해 원료물질을 사용했다. 그러나 음이온이 건강에 이롭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USNRC)는 음이온 팔찌와 목걸이 제품에 천연방사성핵종이 함유되어 있으면 무허가 판매금지 제품에 해당되며 소비자에게 폐기를 권고한다. 이 교수는 "음이온의 효능이 엉터리라는 사실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학교 교육을 통해 과학과 비과학을 구분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며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을 피하고 운동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싼값으로 내 건강을 지켜주는 기적'을 바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원안위는 '음이온' 목적으로 원료물질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물론 원료물질을 이용한 제품의 제조나 홍보도 금지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원안위의 결정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원료물질을 통제하고 관리할 게 아니라, 생활용품에 사용할 목적인 원료물질은 수입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 그러면 생활용품에 사용하는 원료물질을 관리할 필요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