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망쳤다" KT 화재에 도심 마비
통신망 멈추자 카드결제 막히고, 예식장 못 찾고…간접피해 보상 어려울 듯
2018-11-25 이민우 기자
통신망 끊기자 도심 마비…시민들 불편 ‘상상 이상’
이날 화재로 관련 회선을 이용하던 서울시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 일대와 은평구·경기도 고양시 일대에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일대에선 KT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서비스 모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카드결제 단말기와 포스(POS·판매시점 정보관리 시스템)가 ‘먹통’이 되면서 커피전문점, 편의점, 식당 등 상인들이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예식장을 찾은 최동명씨(33)는 “모바일 청첩장을 들고 12시 예식을 왔는데, 근처에서 통신이 멈춰 예식장을 찾느라 고생했다”며 “주말을 망친 기분”이라고 전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박선영씨(37)도 “주말에 밀린 일을 처리하기 위해 출근했다가 인터넷이 끊겨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고 전했다. KT는 사고 직후 통신장애를 해소하기 위해 이동 기지국 15개를 현장에 투입했다. 황창규 KT회장도 급히 화재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보고 받고 복구를 독려했다. KT 측은 “11월25일까지 통신망 90%를 복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설비 복구 전 임시 우회망을 설치해 통신을 재개하는 가복구에 1∼2일, 완전 복구엔 일주일 가량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KT는 “11월25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이동전화기지국 60%, 카드결제를 포함한 일반인터넷 회선 70%, 기업용인터넷 회선의 50%를 복구했다”고 밝혔다. KT는 신속한 복구를 위해 케이블을 지하 통신구가 아닌 외부에서 건물 장비까지 연결하는 작업을 병행 중이다.
절반 이상 복구…피해보상 계획은 ‘아직’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1월25일 오전 9시 관계기관과 후속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통신자원정책과장이 과기정통부 대응 현황 등 상황을 보고하고 KT 측의 피해복구 현황 및 조치 계획을 보고한 뒤, 후속 조치방안을 논의하는 순으로 1시간여 진행됐다. 회의를 주재한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화재 이후 긴급복구를 시작했다지만 여전히 많은 불편을 드려 심히 유감이다”면서 “늦은 시간까지 화재 진압에 고생하신 소방당국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부처 및 관련사업자가 합심해 최대한 신속하게 화재 원인을 점검하고 복구하며 피해 보상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며 “어제(11월24일)와 같은 통신망 문제 발생 시 큰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재발 방지 대책도 논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피해보상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KT는 피해액 집계 후 약관과 절차에 따라 보상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KT 약관엔 고객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시간당 월정액과 부가사용료 6배를 기준으로 고객과 협의해 피해를 보상하게 돼 있다. 하지만 식당에서 카드결제가 안돼 고객이 떠나는 것 같은 간접피해는 보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T의 전신 한국통신은 1994년 종로5가 통신구 화재 당시 간접적 경제적 손실 부분과 관련한 보상규정이 없다며 보상하지 않았다. SK텔레콤도 2014년 휴대전화 불통사태 때 실제 피해 여부 확인이 어렵다며 대리기사나 퀵서비스 기사 등엔 보상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