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김씨’ 이어 친형 강제입원 의혹…산 넘어 산

숨 돌릴 틈 없이 쏟아지는 이재명 논란

2018-11-21     오종탁 기자

"'혜경궁 김씨' 사건이 끝이 아니다."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대권 잠룡' 중 이토록 위태하고 한 치 앞이 가늠 안 되는 정치인 말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풍운아 스타일의 정치 인생을 걸어왔다. 입지전적이고 드라마틱한 역정으로 구축한 팬덤은 이미 유명하다. 그러나 요즘은 '이슈메이커' 이미지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정치나 정책 이슈도 아닌, 개인 신상과 관련한 각종 논란·의혹·분란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고 있다.

 
ⓒ 연합뉴스

 

“친형 강제입원 의혹이야말로 스모킹건”

앞서 6·13 지방선거를 전후해 혜경궁 김씨 사건은 잠복해 있던 여러 리스크 중 하나였다. 부장판사 출신 이정렬 변호사가 6월11일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를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로 지목하며 경찰에 고발장을 낼 당시만 해도 이처럼 온 사회를 들썩이게 하는 사건이 되라라 내다본 이는 적었다.

다른 말로 하면, 아직 크게 불거지지 않은 다른 이슈들 역시 '혜경궁 김씨' 사건과 성남 조직폭력배 연루설, 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 의혹을 뒤따라갈 여지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근거는 '이재명'이다. 사실과 왜곡, 추측 등이 뒤섞인 이재명 지사 관련 사건은 그것이 무엇이든 시민사회, 정치권 모두의 핵폭탄급 뉴스가 되는 분위기다.

이 지사와 같은 민주당 소속 안민석 의원(4선)은 11월21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혜경궁 김씨 사건보다 더 큰 문제가 이 지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안 의원은 "스모킹건(범죄 또는 사건 등을 해결하는 데 사용되는 결정적이고 확실한 증거)이 존재할 수 있는 게 (이 지사) 형님(이재선씨, 작고) 문제"라고 밝혔다. 지방선거 기간 거론됐던 친형 강제입원 의혹이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이던 2012년 보건소장 등 성남시 소속 공무원들에게 의무에 없는 친형에 대한 강제입원을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 의원은 "'혜경궁 김씨' 사건은 (이 지사) 아내에 대한 문제다. 설사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이 지사가 법적인 처벌을 받진 않는다"며 "그런데 형님 문제는 이 지사의 시장 시절과 연관됐기 때문에 법적 처벌이 가능한, 굉장히 위태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죄 확정에 따른 지사직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경찰이 조사를 얼추 다 끝낸 것 같다. 어느 정도의 판단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고 본다"며 "경찰이 하고 있는 판단과 결론을 언제 공개할지 모르겠으나, 이를 검찰도 감추거나 발표 안 할 순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오후 검찰은 친형 강제입원, 검사 사칭,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등 3가지 혐의를 받는 이 지사를 11월24일 불러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1월1일 경찰로부터 이 지사를 기소의견으로 송치받은 검찰이 기소 여부 판단을 위해 보강 및 추가 조사를 진행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어느 리스크도 해소 안 된 채 산재

검찰은 3가지 혐의뿐 아니라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배우 김부선씨 스캔들, 조폭 연루설, 극우성향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가입 등 3건의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도 이재명 지사를 통해 확인할 전망이다. 어느 하나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채 산재해 있는 이슈들이다. 이 지사는 당장 '혜경궁 김씨' 사건 대응에 집중해도 모자랄 역량을 쪼개서 사용해야 할 형편이다.

지금껏 촉발된 논란 그 이상의 파괴력을 발휘할 거로 예상되는 친형 강제입원 의혹은 특히 부담이다. 이 지사는 이달 초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뒤 "경찰이 '대면 진찰 거부하는 환자(형)에 대한 강제대면 진찰 절차 진행'을 '대면 진찰 없이 대면 진찰을 시도했다'는 무지몽매한 순환 논리로 '직권남용죄'라 주장하고 그에 맞춰 사건을 조작했다"며 결백을 주장해 왔다.

일각에선 '혜경궁 김씨' 사건이 경기지사직 유지 여부와 관계없다는 분석에도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당선자 본인이 공직선거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 무효 처분을 받게 된다. 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 후보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등이 당선 목적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매수하거나 정치자금을 부정수수해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 등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배우자가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됐을 경우 당선자의 당선 무효에 대한 규정은 없다. 경찰은 지난 11월19일 김혜경씨를 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 즉, '혜경궁 김씨' 사건의 유·무죄 여부가 경기지사직과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면 반박했다. 하 의원은 "김씨가 유죄가 되더라도 이 지사가 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은 사실과 다르다"며 "현 시점에서 지사직 유지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이 지사에 대한 추가고발이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또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가 부인이 아니라고 줄곧 거짓말을 했다. 이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라며 "만약 (트위터 계정주가) 김씨라고 확정됐다면 이 지사는 경기지사가 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후보도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기에 (트위터 계정주가) 김씨인지 여부는 이 지사의 직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김씨가 해당 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 지사가 공모하거나 방조한 사실이 드러나면 당선이 취소될 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는 이 지사의 혐의와 거취 문제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혜경궁 김씨' 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와 사법부의 판단을 보고 종합적으로 결론 내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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