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한 인천 중학생, 학교의 사전조치는 없었다
“외롭게 살던 다문화 아이, 초등학교 때부터 괴롭힘 당해”…가해학생은 학폭 특별교육 받은 적 없어
11월13일 집단폭행 당한 뒤 추락사한 인천의 중학생 A(14)군은 아버지 없이 러시아 출신 고려인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학생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평소에도 A군을 괴롭혔다고 한다. A군이 다문화 가정의 자녀란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단 적어도 다문화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부족했던 게 아니냐는 질타가 나오고 있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11월19일 시사저널에 “이주민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태도는 지난 10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다”며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2009년부터 다문화 가정에 대한 양적 연구를 진행해왔다.
“10년 동안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태도 안 바뀌었다”
다문화 학생이 한국사회의 일부를 차지한다는 건 이미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5년간 다문화 초중고 학생의 수는 매년 1만명 이상 증가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그 수는 2012년 4만 6900여명에서 지난해 10만 9300여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학생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따지면 0.7%에서 1.9%로 뛰었다. 이 비율은 앞으로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저출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인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서다.
추세가 이렇지만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인식은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여성가족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일반 국민의 열린 정도를 나타내는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2015년에 53.95점(100점 만점)으로 조사됐다. 2012년 51.17점과 비교했을 때 2.78점 증가했다. 그럼에도 수우미양가로 따지면 여전히 ‘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수·우·미·양·‘가’
청소년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2015년 67.63점으로 일반 국민보다는 높았다. 그런데 다문화와 관련해 청소년들 중 “이주민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15년 23.2%로 조사됐다. 향후 취업에 있어 약 4명 중 1명이 이주민을 위협요소로 생각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다문화 학생은 언어문제나 가정환경 등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비교적 어려움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며 “또 다문화 학생은 일반 학생에 비해 우울이나 불안감, 낮은 자존감 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숨진 A군과 같은 교회에 다닌다는 네티즌 B씨는 11월15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A군은 다문화 가정에서 힘들고 외롭게 살던 아이였다”고 썼다.
또 B씨는 “(A군이) 초등학교 때부터 괴롭힘으로 힘들어했다”면서 “가해자들은 (A군이)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또래 아이들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A군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11월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들은 지속적으로 (가해자들에게) 돈을 빼앗겨왔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이번 A군의 비극에 복선이 깔려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 측의 대응은 어땠을까. 교육부 교육기회보장과 관계자는 11월19일 “일선 학교는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따라 폭력 피해를 입은 다문화 학생들을 지원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조치 담은 가이드북은 올 9월 배포돼
해당 가이드북엔 “피해학생이 다문화 학생일 경우 자치위원회에 전문가를 참여시켜 그들의 문화적 특성 등에 대한 의견을 참고해야 한다” “가해학생이 일반 학생인 경우 다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이 가능한 내용을 포함한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런데 이 가이드북은 올해 초 개정돼 9월에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나눠줬다. 그 이전엔 다문화 학생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 게다가 A군 사건의 가해학생에 대한 자치위원회가 열린 적은 없고, 특별교육 프로그램이 시행된 적도 없다고 한다.
김성우 인천시교육청 장학사는 11월19일 “특별교육은 학교의 조치 이후에 실시되고, 그 조치는 자치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위원회는 학교폭력예방법에 규정된 조건에 따라 열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 조건이란 △피해학생 또는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학교폭력 발생 사실을 신고 받은 경우 △가해학생이 협박 또는 보복 사실을 신고 받은 경우 등 6가지다. 처벌이나 보복이 두려워 관계 학생들이 입 닫고 있으면 조치할 길이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