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불신③] 정권 따라 요동친 입시제도, 학생·학부모 갈팡질팡

시대 상황에 따라 변천한 대학입시제도

2018-11-19     안성모 기자

한국에서 ‘교육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라는 말은 철 지난 옛 노래에 불과하다. 정권이 바뀌면 으레 교육 정책이 뒤집힌다. 한 정권 내에서도 입시 방식이 이랬다저랬다 요동친다. 100년은커녕 5년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자고 나면 달라지는 대입 정책에 학생과 학부모는 갈팡질팡 혼란에 빠져든다.

한국의 대학입시제도는 변천에 변천을 거듭해 왔다. 크게 분류하면 ‘대학별 단독시험제→대입예비고사·본고사→대입학력고사→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뀌었다.

저마다 변경 요인이 있었다. 대학별 단독시험제의 경우 부정입학 문제가 만연했고, 예비고사·본고사는 사교육 열풍을 양산했다. 학력고사의 경우 입시경쟁이 격화하고 중등교육을 획일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현재 수능 역시 여러 문제를 낳으면서 제도 보완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국회기록과 입법으로 본 대입제도의 변천’에 따르면, 대입제도가 법적인 근거를 가진 것은 1981년 학력고사가 실시될 때부터다. 그 이전까지는 법적 근거 없이 대학별 단독시험제(1945~68년)와 예비고사·본고사(1969~80년)로 입시가 치러졌다. 중간중간에 다른 제도가 도입되기도 했지만 1~2년을 못 버틴 채 제자리로 돌아갔다. 

 
ⓒ 연합뉴스·뉴스뱅크이미지

 

전두환·노태우 ‘학력고사’ 김영삼 이후 ‘수능’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쥔 전두환 정권은 1981년 교육법과 교육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입제도를 손질했다. 과외 금지와 맞물린 조치였다. 기존의 예비고사·본고사와 달리 학력고사와 출신 고등학교의 내신성적을 병합한 전형을 내놓았다. 이른바 ‘학력고사 시대’가 열린 것이다.

1981년부터 1986년까지는 ‘선(先)시험 후(後)지원’ 방식이었다. 학력고사를 본 후 점수를 확인하고 대학을 지원했다. 시험 성적이 먼저 나오다 보니 지원 대학을 두고 ‘눈치작전’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노태우 정권이 들어선 1987년 ‘선(先)지원 후(後)시험’으로 방식이 바뀌었다. 먼저 지원할 대학을 정한 후 학력고사 성적에 따라 당락이 결정됐다. 점수를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을 선택하다 보니 고득점 재수생이 대거 양산되기도 했다.

전기와 후기로 구분돼 각 한 군데씩 두 차례 기회가 주어졌다. 전기 모집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전·후기 분할모집을 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선시험 후지원’ 때는 1년에 한 번 11월에 시험을 봤고, ‘선지원 후시험’ 때는 12월(전기)과 다음 해 1월(후기) 두 차례 시험을 봤다.

김영삼 정권이 들어선 1993년 대입제도는 또 한 번 큰 변화를 맞이한다. 바로 수능의 도입이다. 초기에는 교육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립교육평가원에서 시험을 주관하다가, 1998년부터 현재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의 전반적인 사항을 관리하고 있다.

 
자료: 진학사

 

‘수능 시대’의 큰 흐름은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내신 비중을 확대했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것도 이때다. 이명박 정부는 입학사정관제를 더 확대하면서 대입완전자율화를 모색했다. 대학이 저마다의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형이 3000여 개에 이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복잡해졌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 대입전형을 간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복잡성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수시인 학생부 전형 비중을 대폭 확대한 반면 정시인 수능 전형 비중을 축소했다.

이처럼 매년 입시제도가 부분 수정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은 가중됐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내세웠지만 현실로 나타난 결과는 달랐다. 사교육비 부담은 오히려 증가했고, 대입선발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돼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입제도를 단순화하고 공정성을 제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공약이 제대로 이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교육부는 지난 8월17일 △수능 위주 전형 비율 30% 이상 확대 △수능 국어·수학 등 공통+선택형 구조 도입 △탐구 영역의 문·이과 구분 폐지 △제2외국어·한문 등 일부 과목 절대평가로 전환 등을 담은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 최종안을 발표했다.



 

※‘대입제도 불신’ 연관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