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비핵화 강조·北인권결의 동참…속도조절 나선 정부
국내외 비판, 文대통령 지지도 하락 속 위기 타개안 모색
2018-11-16 오종탁 기자
"본격 남북협력 核해결 이후" 속도조절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1월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우드로윌슨센터에서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한·미 협력 방안'을 주제로 열린 '2018 한반도 국제포럼'에 참석해 북핵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본격적인 남북 협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남북) 대화 과정에서 북한에 '남북 교류와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핵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남북 관계의 특수 상황 하에서 올해 들어 (협력을) 많이 진행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협력은 제재가 해제된 다음에 비핵화가 됐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현재 북한에 가해지는 대북 제재를 준수하면서 남북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은 같은 목표를 향해 보조를 맞추며 간다"고 부연했다. 앞서 정부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불신에 '제재 완화·경제 협력과 비핵화 프로세스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맞받아친 바 있다. 천재일우 (千載一遇)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쟁취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강공법'이 미국, 유럽 등 국제사회의 벽에 막히며 속도 조절론을 촉발시켰다. 비핵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11월11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제주산 귤 200톤을 선물한다고 하자 국내외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1월12일(현지시간) 발표한 북한 미사일 기지 관련 보고서를 놓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사태 진화 차원에서 입장을 밝힌 후론 '지나치게 북한을 옹호한다' '북한 대변인이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대북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견인하는 동시에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요즘은 후자의 분위기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월13~15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2%포인트 하락한 52%로 집계됐다. 5주째 하락세다. 부정 평가는 4%포인트 상승한 40%였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32%), '외교 잘함'(11%), '대북·안보 정책'(7%) 등이 꼽혔다. 부정 평가자들은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44%), '대북 관계·친북 성향'(21%), '최저임금 인상'(3%), '일자리 문제·고용 부족'(3%) 등을 이유로 들었다. 경제·민생 문제의 경우 사령탑 교체 후 개선 성과를 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유일한 '믿을맨'인 대북 정책이 삐걱대면서 청와대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북한 문제에 관해 속도 조절과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조명균 장관은 "비핵화는 진전이 없는데, 남북 관계만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 발 물러섰다. 이어 "여전히 북한 비핵화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며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이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말고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北 반발 속 인권결의 채택 동참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
한편, 외교부는 11월1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표결 없이 컨센서스(회원국들간의 합의)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된 것과 관련,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 나간다는 기본 입장 하에 컨센서스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11월16일 우리나라가 결의안 61개 공동 제안국의 일원으로 문안 작성 과정에서부터 참여한 사실을 확인하며 이같이 전했다. 북한인권결의안에는 북한의 인권 침해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즉각적인 중단과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외교부는 "이번 북한인권결의는 기존의 문안을 대체로 유지하는 가운데 현재 진행중인 외교적 노력을 환영하면서 북한 내 인권 및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한 대화와 관여의 중요성에 주목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11월11일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당국이 북인권결의안 채택 놀음에 가담하려는 동향이 나타나 온 겨레의 격분을 자아내고 있다"면서 "그러한 망동이 차후 어떤 파국적인 후과를 불러오겠는가 하는 데 대해 남조선 당국은 심고(深考)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