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고사시키는 이통3사의 탐욕 막아야”
알뜰폰 취지, 통신재벌 대안과 견제…정책 보완해 소비자 이익 확대해야
최근 과기부에 따르면, 이동통신 서비스 총 가입자(서비스 회선 가입 수)가 6500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인구가 5100만 명 정도인 것에 비춰보면 국민들이 이동통신 서비스를 생활필수품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이 강화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들이 통신비로 고충을 겪고 있다는 것은 2017년 통계청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전 가구 평균 통신비는 14만원에 달하고, 가계지출에서 통신비 비중도 5.4%에 이른다.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통신비는 16만7700원으로 2016년 14만4001원보다 16.5%나 더 늘었다. 3~4인 가구들 사이에서는 통신비가 집집마다 30만원 안팎에 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통신비가 큰 부담이 되다 보니, 통신비 연체로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이 정지된 국민이 무려 40만 명이 넘었다. 연체된 지 3년 지난 요금 채권도 무려 1조1915억원에 달한다.
그래서 국민들과 시민·소비자 단체들이 줄기차게 이통3사에 통신요금의 획기적 인하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양극화·불평등·민생고의 시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공공적·필수적 지출 비용만큼은 국가와 정부가 획기적으로 줄여나가야 하고, 그중 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는 결국 통신재벌 3사의 통신요금 인하와 단말기 제조 재벌기업들의 단말기 비용 거품 제거가 필수적이다.
이통3사 요금 인하했지만 알뜰폰에 타격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등장한 문재인 정부도 통신요금 인하를 강하게 추진했다. 이에 따라 이통3사가 중·저가 요금제를 잇달아 출시했고, 일부 요금이 인하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가계통신비는 더욱더 획기적으로 인하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가 선택약정 요금 할인율을 20%에서 25%로 올렸고, 저소득층 노인 세대 통신비 의무감면제도도 시행하고 있고, 국회에 보편요금제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해 월 2만원의 저렴한 요금제 출시 의무화를 요구하는 등 통신비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바로 알뜰폰의 고사(枯死) 위기다. 이통3사가 일부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요금제들이 어떤 경우에는 대안 시장인 알뜰폰보다 더 저렴해 알뜰폰 영업에 타격이 된 것이다. 이통3사 망을 빌려 사업을 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통3사와 통신 서비스는 동일하게 제공했지만, 그 요금은 절반 가까이 저렴했다(가입자 1인당 월 평균 매출이 통신 3사는 3만원대 초중반, 알뜰폰은 약 1만5000원). 최근 이통3사가 알뜰폰보다 더 저렴한 요금제를 일부 출시하면서 알뜰폰 가입자들 중 50만 명이 이통3사로 갔다.
현재 알뜰폰 업계 전체가 고사 위기의 격랑에 휩싸여 있다. 이통3사의 비싼 요금을 피해 국민 800만 명이 알뜰폰에 가입해 있는 상황과 알뜰폰 시장에 30개가 넘는 기업들이 있고 직간접적으로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이 수만 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알뜰폰도 꼭 살려내고, 그것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더욱 저렴한 요금제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알뜰폰을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이통3사가 내놓은 3만원대 초중반의 저가요금제를 알뜰폰에 반드시 도매로 판매하게 해야 한다. 해마다 4조원 가까운 엄청난 영업이익에 더해 막대한 자금력까지 갖춘 이통3사가 알뜰폰에 근접하거나 그보다 더 저렴한 소매요금을 내놓으면서도, 알뜰폰에는 그 서비스 회선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알뜰폰이 거대 이통3사랑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알뜰폰 회사들이 최근 이통3사가 내놓는 저가요금제 서비스를 도매로 구입할 수 있게 된다면, 알뜰폰 회사들은 이통3사보다 더 저렴한 소매요금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알뜰폰도 살고 우리 국민들의 통신비도 더욱 저렴해지는 1석2조가 가능해진다.
이통3사가 고의적으로 최근의 저가요금제를 알뜰폰 업체에 판매하지 않아 알뜰폰들이 시장 경쟁을 진행할 기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 행위이자 알뜰폰 고사 행위다. SK텔레콤이 자사의 서비스 상품을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제38조의 취지를 위반한 행위이기도 하다. 또 알뜰폰을 살리고 더 저렴한 요금제를 우리 국민들이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통신 3사의 알뜰폰 도매 대금 산정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처럼 통신 3사가 직접 소매를 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회피 비용) 일부만 빼고 도매 대금을 산정하면 알뜰폰 도매 대금이 과도하고 비쌀 수밖에 없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도매제공의무사업자가 도매제공의무서비스의 도매제공에 관한 협정을 체결할 때에 따라야 할 도매제공의 조건·절차·방법 및 대가의 산정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고시한다. 이 경우 대가의 산정은 도매제공의무서비스의 소매요금에서 회피가능비용(기간통신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아니할 때 회피할 수 있는 관련 비용을 말한다)을 차감하여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알뜰폰들이 더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반드시 이통3사가 원가 대비 소정의 최소 이윤만 붙여(이통3사는 그럼에도 이득이 된다) 알뜰폰에 판매하도록 법제화하고, 정부가 이를 강력하게 유도해야 한다. 마침 보편요금제를 규정한 정부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도 정부가 알뜰폰을 지원할 수 있도록 보장한 규정이 들어가 있다. 이 개정안이 반드시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알뜰폰 시장서 이통3사는 철수해야
알뜰폰 시장에는 현재 통신재벌 3사의 자회사가 모두 진출해 있다(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재벌 특혜 정책에 의해 SKT를 시작으로 이통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허용했다). 이는 기존 이통3사에 대한 대안과 견제라는 알뜰폰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다. 이통3사의 자회사들은 서둘러 알뜰폰에서 철수해야 한다. 특수한 허가 사업자에 거대한 장치 사업자로서의 이통3사의 독과점과 담합·폭리가 일상화된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을 개혁·개선하기 위해 알뜰폰이라는 대안 영역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망을 도매해 주는 재벌기업이 들어와서 소매 경쟁까지 한다는 것은 얼마나 불합리하고 몰상식한 일인가.
마지막으로 알뜰폰을 알뜰한 통신이 아니라 저렴한 단말기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다. 또 알뜰폰 가입이 어렵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알뜰폰 사업자들은 알뜰폰이 이통3사와 통신 서비스의 질은 같고, 요금만 저렴한 대안 서비스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또한 누구나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알뜰폰을 위한 정책들이 보완된다면 ‘알뜰폰 1천만 시대’가 충분히 가능하고, 알뜰폰 가입자들이 지금보다 더욱더 저렴하게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동시에 대안 시장인 알뜰폰의 성장을 통해 이통3사의 독과점·담합·폭리를 견제해 내고 요금도 더욱더 인하시키는 선순환 구조로 반드시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