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할인 못 받은 통신요금만 700억대”

요금제 개편·선택약정·저소득층 할인 홍보 안 돼…보편요금제 도입 목소리도 다시 커져

2018-11-16     조유빈 기자

자신의 휴대전화 요금제를 확인해 보자. 3만2890원에 통화와 문자 무제한, 300MB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SKT 이용자라면 110원을 더 내고 통화와 문자 무제한, 1.2GB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월 7만4800원을 내는 LG유플러스의 데이터스페셜 B 요금제는 1일 2GB, 월 16GB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그러나 추가요금 걱정 없는 데이터 69 요금제는 월 6만9000원에 매일 5GB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7만원 이상의 요금제를 내고 있는 ‘헤비 데이터 유저’라면 후자를 사용하는 것이 이득이다.

후자들은 이동통신3사의 요금제 개편 이후 나온 요금제들이다. 지난 8월까지 이통3사 요금제 개편이 마무리되면서 3만원대 저가요금제나 7만원대 이상 고가요금제를 쓰는 사용자들은 개편된 요금제로 바꾸는 것이 유리해졌다. 그러나 원래 쓰고 있던 요금제를 바꾸는 것이 이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통사에서 직접 고객들에게 요금제가 개편된 사실을 알리거나 요금제 변경 권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저소득층 할인제도, 선택약정 할인 폭 상향 역시 홍보가 되지 않아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통사의 저가요금제 출시와 대대적인 요금제 개편에도 불구하고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가 다시 불붙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편된 이통3사 요금제 홍보 안 돼

정부는 지난해부터 통신요금 인하를 추진해 왔다. 선택약정 할인 폭 상향(25%)과 저소득층 요금 할인 등은 가시적인 성과였으나, 결국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본료 폐지는 이통3사의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기본료 폐지 정책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보편요금제다. 당시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의 요금으로 음성 200분, 데이터 1GB의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했다. 당시 이통3사의 최저요금제(3만원대·음성 200분·데이터 300MB) 대비 1만원가량 저렴하면서도 데이터 제공량은 세 배 이상인 조건이었다. 이통3사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과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보편요금제 도입을 반대했다.

통신업계는 지난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보편요금제 시행으로 인한 통신비 인하 효과를 2조2000억원 수준으로 봤다. 이통3사의 연간 영업이익 중 약 60%가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해 실시된 선택약정 할인 폭 상향으로 인해 영업이익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새롭게 적용된 취약계층 추가 지원으로 인한 부담을 감안하면 정부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줄어드는 매출이 연간 3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이통사 연간 매출은 7812억원 정도 감소하고, 이용자 편익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판단했다. 기업 이익 감소보다 소비자의 인하 혜택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국회로 공이 넘어갔지만 아직 보편요금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통신비 인하에 대한 요구가 계속 이어지자 이통3사는 요금제를 개편했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개편 요금제 중 가장 주목된 것이 월 3만3000원에 전화와 문자 무제한, 데이터 1GB 정도를 제공하는 ‘저가요금제’였음은 당연하다. 선택약정 할인까지 받게 될 경우 2만원대에 데이터 1GB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라 보편요금제 도입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또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통신비 인하에 나서면서, 정부가 강제적으로 도입할 명분을 잃게 돼 보편요금제의 추진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요금제를 개편한 이통3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성토가 나오고 있다. 한동안 시들했던 보편요금제 도입 촉구 움직임도 다시 시작됐다. 10월31일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민생경제연구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시민단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에는 월 2만원에 데이터 2GB 이상을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포함,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을 제안했다.

저소득층 요금감면제도의 홍보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2017년 말부터 빈곤층에게 1만1000원의 통신비 추가 감면이 시행됐고, 올해 7월13일부터 소득 하위 70% 노인 세대에게 1만1000원을 감면해 주는 제도가 시행 중이다. 그러나 해당 노인 세대 248만 명 중 20% 수준인 56만 명만이 이 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는 “제도가 홍보되지 않아 192만 명의 노인 세대들이 정책 시행 후 3개월 동안 1인당 최대 3만3000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받지 못했다. 총 금액은 700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대상자들이 이동통신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 세대가 많은 만큼, 가입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신청을 간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소득 하위 노인 세대 20%만 할인 혜택

선택약정 할인 역시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이 상당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2018년 5월 기준 이동전화 서비스 가입자 6500만 명 중 선택약정 할인을 받고 있는 2207만 명(20% 할인 798만 명, 25% 할인 1409만 명)만이 통신비 감면을 받고 있다. 또 기존의 20% 할인 제도를 이용하는 798만 명의 통신소비자들도 할인율을 25%로 상향할 수 있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이 역시 상당수가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가입 시 단말기 보조금(지원금)을 받은 경우라도 약정 기간이 끝났거나 약정 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남은 경우는 선택약정 할인율 25%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데, 1000만 명 안팎의 국민들이 이를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이통사가 대상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를 진행해, 고객이 원하는 경우 25%의 요금 할인을 받게 해야 한다. 이통3사가 4조원 가까이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할인율을 30%로 상향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생경제연구소,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0월31일 국회 정론관에서 통신요금 인하 관련 정책대안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연합뉴스


“고객들에게 요금 혜택 적극 안내해야”

보편요금제를 받아들이는 대신 요금제를 개편한 이후에도, 이통3사는 기존 고객들에게 바뀐 요금제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리점과 홈페이지 광고, 보도자료 등을 통해 홍보는 했지만, 정작 고객을 대상으로 한 요금제 개편 안내는 미진해 매출이 하락할 것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SKT 관계자는 “요금제 개편 한 달 이내에 저가요금제를 쓰는 가입자들에게 문자로 안내 공지를 했다”며 “선택약정 할인 폭 향상에 대해 작년 9월 개편 이후 2회,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는 1회 문자로 안내 공지를 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법무적으로 검토한 결과, 새로운 요금제를 안내하는 것은 광고성이 짙다고 판단돼 문자 발송을 하지 못한 것”이라며 “마케팅 수신에 동의한 분들께만 문자를 발송했다. 모든 고객들이 받는 청구서를 통해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 할인제도와 관련해서도 이 관계자는 “(취약 계층) 해당 여부가 계속 바뀌고,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관련 사항을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9~10월에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청구서를 통해 해당이 되는 경우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통사가 주장하는 ‘고객을 위한’ 요금제 개편이라면, 비슷한 가격 혹은 더 저렴한 요금으로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안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이통사가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특히 저소득층 할인 대상자들이 번거롭게 신청할 필요 없이 일괄 할인을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통사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바뀐 사항에 대해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혜택을 주기로 하고 합의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통신사들이 전향적으로 알려 소비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통사가 고가요금제를 유도한다는 주장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KT의 ‘갤럭시 S9 확판 위한 MGM 프로모션’ 문서를 공개하면서 이통사의 고가요금제 유도 정책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신제품인 갤럭시 S9 구매 고객들이 데이터 선택 87.8 요금제(월 8만7890원) 가입 후 90일을 유지할 경우 최대 10만원의 장려금을 대리점에 추가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추 의원은 “이통사가 앞에서는 저가요금제 혜택을 대폭 강화한 듯 홍보하면서 뒤에서는 유통망 관리수수료 정책을 반영해 고가요금제를 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KT 측은 “해당 문서는 본사 영업정책서가 아닌 유통점 차원의 프로모션 문서로, 본사에서는 전 요금제 가입자에 대해 6.15%의 장려금을 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본사가 장려금을 통해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전국이동 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신규 모델에 한정해 6만원 이상 고가요금제를 유치할 경우 건당 2만2000원을 추가 지급하는 방법으로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게 했다. 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지금도 이통사는 인센티브 형식으로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8만원 이상 고가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대리점이나 영업점이 일방적으로 하는 정책은 있을 수 없다. 본사의 지시 또는 유도 없이는 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했던 고가요금제 장려금 지급 사례 등 이통사 온라인 판매 실태 점검에 대한 1차 조사를 마무리하고 추가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1차 조사에서도 고가요금제를 유치할 경우 장려금을 추가로 지급한 정책들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본사 기본 방침으로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조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결과가 나오면 시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