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문화③] “지식 넘치는 시대, 소셜 살롱서 취향 꿰어 나간다”
[인터뷰] ‘소셜 살롱, 문토’ 운영하는 이미리 대표
개인주의, SNS, 불신. 이 키워드들이 관통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쉽지 않다. 비대면이 일상이 된 지금, 새로운 문화 현상이 나타났다.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맞대고 공통된 취향을 공유하는 ‘소셜 살롱’이 그것이다. 18세기 프랑스에서 각계의 사람들이 모여 예술과 문학을 나누던 사교 집회를 뜻하는 ‘살롱(salon)’이 유료 모임인 소셜 살롱의 형태로 한국에서 재탄생했다.
국내의 대표적인 소셜 살롱 중 하나가 ‘문토(munto)’다. 2017년 3월 2개의 모임으로 시작한 문토는 현재 27개 모임을 운영 중이다. 주제를 발제한 리더를 중심으로 격주마다 구성원들의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3개월 시즌제로 운영된다. 요리·영화·음악·글쓰기·경제 등 테마도 다양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지만 나이와 직업은 얘기하지 않는다. 각자의 콘텐츠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지식을 습득한다.
문토를 운영하는 이미리 대표는 사람들이 소셜 살롱에 오는 이유를 “현대사회의 불확실성과 자아를 찾고 싶어 하는 욕망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스스로에게 자신의 취향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는 것이다. 11월6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문토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나 문토의 성장 과정과 소셜 살롱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물었다.
문토를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문토는 제 필요에 의해 만든 서비스다. 직장생활만으로 살기에는 막막했고, 내 안의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영화와 연기 모임을 만들어 직접 구성원으로 참여하다 모델을 발전시켜 나갔고, 그것이 현재 소셜 살롱, 문토가 됐다.”
‘소셜 살롱, 문토’는 무슨 뜻인가.
“단순히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가 중심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서로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소셜 살롱’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얘기를 하는 공간을 뜻하는 고유명사를 만들었고, 그것이 ‘문토’다. 묻고 답한다는 의미도 있고, 문화와 토론이라는 의미도 있다.”
왜 취향이 통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게 됐나.
“내가 뭘 좋아하고 왜 좋아하는지, 그 선호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취향이다. 주어진 질문과 답에 발맞춰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취향’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창업 이후 성장 과정이 궁금하다.
“문토는 2017년 3월 열렸다. 초기 문토는 영화와 연기를 다루는 두 개의 모임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27개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미식·음악·경제·미술 등 다양하게 카테고리를 확장시켰다.”
타깃으로 하는 세대가 있나.
“처음에는 나와 같은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했다. 그러나 모임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범주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대학생부터 50대까지 실제로 문토를 찾는 연령층은 다양하다. 문토는 특정 연령과 직군이 아닌, 공통의 니즈가 있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의 모임으로 확장해 나갈 생각이다.”
한 모임의 구성원은 몇 명인가.
“모임은 최소 8명, 최대 20명으로 구성된다.”
사람들이 소셜 살롱을 찾는 현상이 왜 일어났다고 보나.
“하나의 삶의 경로만으로는 삶을 담보 받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이다. 과거에는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 등이 가치가 되는, 삶의 고정된 단계가 있었다. 지금은 그 단계들이 없어졌고, 모두가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지금은 직장이 나를 책임져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시대다. 또 다른 자아를 찾는 기회를 소셜 살롱은 제공해 주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나 워라밸 문화가 소셜 살롱의 성장을 이끈다는 분석도 있다.
“시간이 보장됐기 때문은 아니다. 시간이 많아지면 다른 일도 할 수 있다. 왜 문토에 오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내 안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하는 욕망들이 필요한 사회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더 맞겠다. 좀 더 쉽게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문토의 목표다.”
회비를 내는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모임은 3개월, 격주로 운영되고, 회비는 19~29만원이다. 저도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급여 생활자로서 부담할 수 있는 비용을 회비로 책정했다. 문토는 양질의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한다. 회비는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비용이다.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토 모임의 특색은 뭔가.
“문토는 나이와 직업을 얘기하지 않는다. 또 취향과 콘텐츠를 쌍방향으로 공유한다. 예를 들어 재즈 모임의 경우, 내가 좋아하는 재즈 음악을 가져와 얘기하면 리더가 그 음악의 시대사적 배경 등을 알려주는 식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한다. 과거에는 전문가의 권위가 살아 있고, 지식이 일방으로 흐르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다. SNS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정보들이 많다. 문토는 취향에 맞는 정보를 나에게 맞게 꿰어 나가는 공간이다.”
모임 구성원들의 만족도는 어떤가.
“취향이 통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참석률도 높다.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기획 단계에서도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오프라인 모임과 온라인을 접목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을 구분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온·오프를 넘어 경계 없이 상호 보완적인 경험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취향을 매개로 경험을 설계하는 데 배경이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다. 경험과 설계에 따라 맞는 채널을 선택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공간도 그런 의미에서 선택한 것이다.”
문토만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
“기술력은 아직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문토가 주목 받는 이유는 지식이나 취향 등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경험을 설계하고 확실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그 콘텐츠를 참여자 중심으로 누릴 수 있게 담보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문토만의 경쟁력이다.”
대기업에서 소셜 살롱을 만들어 운영할 경우, 지금의 문토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나.
“지금도 대기업들은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 유명한 연사를 초청해 강연을 하고 있고, 파워엘리트들이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그것은 일방적인 지식의 전달이다. 문토는 다르다. 사람들이 스스로 지식을 나누고 체험하고 공유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지, 우리는 함께 연구하고 고민한다. 그것이 현 시대에 훨씬 더 유효한 방식이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문토는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문토가 시도하지 않은 수많은 카테고리들이 있다. 음악이나 영화, 음식 등 이미 있는 카테고리도 세분화할 수 있다. 취향은 좀 더 정교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취향이라는 범주를 확장시켜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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