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열받은 일본의 ‘쇼’가 또 시작된다
대법원 “일본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해야” 판결… 일본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홍보전 돌입
2018-11-02 공성윤 기자
이미 일본 매체의 영문판엔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비판하는 시각이 담겼다. 마이니치 신문 영문판은 10월31일 “이번 판결은 양국 관계를 흔들게 될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에 집중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게 있어 서먹해진 일·한 관계는 이득될 게 없다”고 썼다. 일본 최대 영자신문 재팬타임스는 11월1일 “일본이 전향적인 태도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쟁의 역사가 계속 먹구름을 몰고 온다”고 했다. 이 기사엔 일본의 입장에 동조하는 댓글도 일부 달렸다. ‘Walter Feldman’이란 해외 네티즌은 “한국은 1965년 (한일협정 당시) 받은 배상금을 전쟁 피해자를 위해 쓰기보다는 자국의 경제개발에 썼다”며 “따라서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배상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아사히신문도 가만있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의 책임을 지적할 만큼 진보적인 매체지만, 이번엔 결이 달랐다. 아사히신문 영문판은 11월1일 마치다 미쓰구(井田貢․83) 전 주한 일본대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외교적 고려대상에서 일본은 제외돼 있다”고 했다. 미쓰구 전 대사는 이 신문에 “사법부의 판단에 비춰 과거 합의를 뒤집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한국의 민족주의적 감상이 이번 강제징용 판결의 가장 큰 요소”라고 주장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시작된 일본의 홍보戰
일본의 해외 홍보활동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04년엔 일본 파나소닉 재단이 미국 내 아시아 교육자들을 위한 웹사이트를 후원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이트에 “한국이 식민지배를 받는 동안 한국에서 급격한 도시 성장 등 근대성의 특징들이 많이 나타났다”며 일본의 식민 통치를 정당화하는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 내용은 14년이 흐른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미국 NBC방송 해설자는 “일본이 한국을 강점했지만 모든 한국인들은 일본이 문화·기술·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본보기였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에선 공분이 들끓었고, NBC는 공식 사과했다. 꾸준하게 이어져온 일본의 홍보는 고질적인 관행마저 낳았다. 국내 지명에 대한 해외 언론의 잘못된 표기가 그것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선 “한국 해외문화홍보원이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는 해외 언론보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올해 국감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반복됐다. 10월7일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OECD 35개국 중 교과서에 동해를 ‘일본해’로 쓴 나라는 14개국이다. 그런데 ‘동해’로 쓴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개국뿐인 것으로 조사됐다."ICJ 제소" 주장마저 홍보 전략이란 분석도
일본의 해외홍보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 외무성은 영국 런던과 브라질 상파울로에 ‘재팬하우스’란 기관을 설립했다. 이곳의 공식적 역할은 일본의 예술, 음식, 기술 등 문화를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얽힌 과거사를 왜곡해 전달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올 8월엔 미국 LA에 세 번째 재팬하우스가 열렸다. 이번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오자 일본 자민당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쳤다. 그런데 이마저도 자국의 정당함을 인정받기 위한 대외홍보 전략이라는 분석이 있다. ICJ 제소는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ICJ 규정상 상대국(한국)의 동의 없이는 제소가 불가능하다. 또 ICJ에겐 당사국을 재판에 강제로 세울 권한(강제관할권)도 없다. 학계에선 “한국 정부가 일본의 홍보에 휘말리지 않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