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식이 방지법’은 오너 갑질을 막을 수 있을까

또다시 일어난 오너가 폭행 갑질…교촌치킨 가맹점 직격타 우려

2018-11-01     조유빈 기자

또다시 ‘갑질’이다. 일명 ‘호식이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오너리스크 방지법 시행을 앞두고 프랜차이즈 오너가의 폭행 사건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에는 치킨업계 1위 교촌치킨이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 권원강 회장의 6촌인 권순철 상무의 폭행 동영상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교촌치킨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권 회장이 직접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풀리지 않았다.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는 사직했지만 분노의 여파는 잘못 없는 가맹점주들에게 미치고 있다.

이전에도 경비원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경영에서 물러난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등 프랜차이즈 오너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애꿎은 가맹점이 매출 하락 피해를 본 선례가 있었다. 오너리스크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이 법안이 실제로 가맹점주들을 지켜주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시사저널 우태윤



오너가 갑질, 가맹점 매출 하락으로 ‘불똥’

일명 호식이 방지법, 오너리스크 방지법이라 불리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가맹점주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하게 돼 있다. 또 가맹본부나 임원으로 인해 가맹점 매출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가맹점주가 본부나 임원에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즉 오너리스크로 인해 가맹점주가 손해를 입을 경우, 가맹점주가 본부나 임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 셈이다.

이 법이 발의된 배경에는 계속해서 자행되는 프랜차이즈 오너가의 비도덕적인 행위와 갑질이 있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던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지난해 20대 여직원을 강제 추행하고 호텔에 강제로 끌고 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 창업주 정우현 전 회장의 갑질도 논란을 불렀다. 2016년 4월 정 전 회장은 자신이 나가지 않았는데 건물 문을 닫았다는 이유로 60대 경비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했다. 정 전 회장은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를 끼워 넣어 가맹점에 치즈를 강매하고, 미스터피자를 탈퇴한 가맹점을 표적으로 그 옆에 직영점을 여는 등 갑질 행위도 저질렀다. 지난해 7월 검찰에 구속 기소된 정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6개월 만에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창업 신화’로까지 불렸던 오세린 봉구스밥버거 대표는 2015년과 2016년에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봉구스밥버거는 ‘뽕구스밥버거’라는 오명을 달아야 했다. 또 오 대표가 가맹점주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회사를 네네치킨에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이에 반발한 가맹점주협의회가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연이은 프랜차이즈 오너가의 비도덕적 행동에 성난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불매운동으로 인한 불똥은 죄 없는 가맹점으로 튀었다. 회사 이미지가 급락하면서 가맹점의 매출은 급감했다.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폭행 사건 이후 미스터피자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가맹점주들이 회장을 대신해 사과했지만 매출 하락을 막을 수 없었다. 미스터피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815억원으로 전년(970억원) 대비 16%나 감소했다. 2015년에 기록한 1103억에 비하면 288억원(26%)이나 감소한 것이다. 영업손실도 2015년 73억원, 2016년 89억원, 2017년 110억원에 달하는 등 매년 적자 폭을 키웠다.

호식이두마리치킨도 마찬가지였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 매출을 4대 카드사(신한·KB·현대·삼성) 매출액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가맹점 매출은 최대 40%까지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봉구스밥버거는 2016년 234억원에서 2017년 199억원으로 매출이 15% 줄어들었다. 그 불똥은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이 떠안아야 했다. ‘육촌(6촌)치킨 폭행 사건’으로 회자되는 권 상무의 폭행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교촌치킨 역시 브랜드 이미지 추락으로 인한 가맹점주들의 매출 하락이 예견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논란이 일자 “본부장의 사내 폭행 및 폭언으로 피해를 입은 직원분들과 고객, 전국 가맹점주분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점검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이미 권 상무가 해당 사건으로 회사를 퇴사한 후 다음 해 임원으로 재입사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오랜 기간 회사에 몸담으며 기여를 해 온 직원이라 복직을 허가했다”고 밝혔지만 폭행 사건의 당사자가 임원 자리로 복직한 것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컸다. 교촌치킨이 지난 4월 2000원의 배달료를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면서 사실상 ‘가격 인상’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된 가운데, 오너가의 폭행 갑질이 교촌치킨 불매운동에 불을 붙였다.

교촌에프앤비 측도 가맹점주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여론은 냉랭하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물의를 일으킨 임원은 모든 보직에서 해임됐다. 현재 법적 변경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교촌에프앤비는 긴급조치로 가맹점주들의 영업 지원을 위한 재원들을 마련하고 있다. 가맹점주들과 논의를 통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본사의 역량을 다해서 지원할 예정”이라며 “매출 하락에 따라 보상할 것인지, 일괄로 보상할 것인지는 향후 논의해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왼쪽)과 여직원 성추행으로 논란이 된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 시사저널 이종현·고성준



가맹점주 소송 제기해도 법원서 기각

그러나 지금까지 프랜차이즈 오너리스크로 피해를 입은 가맹점주들이 가맹본부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고자 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오너리스크로 인한 매출 하락에 대한 손해배상을 규정해 놓은 계약서나 법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약 사건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봉구스밥버거의 경우 가맹본부가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하지 않고, 오히려 매출 하락 피해를 입은 가맹점주들에게 광고비를 가중시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주협의회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은 최근 법원에서 기각됐다. 매출 하락으로 인한 피해가 오너리스크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내년 호식이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가맹점주들이 오너리스크로 인한 이미지 하락과 불매운동으로 인한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너리스크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 주는 계약이 이뤄지더라도 ‘오너리스크로 인해 매출이 하락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책임은 가맹점주에게 있기 때문이다.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운영위원은 “오너리스크나 본사의 문제점으로 인해 가맹점주의 매출이 줄어들 경우 전월, 전년 대비 금액을 분석해 그에 따라 보전해 준다는 내용의 자세한 입법이 필요하다”며 “가맹점주들이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증하기는 어렵다. 매출이 줄어들더라도 본사 측에서는 (오너리스크 때문이 아니라) 경제 상황, 물가 문제 때문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지자체가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너리스크로 인한 매출 하락을 입증하고 피해 구제 방안을 조정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호식이 방지법이라 불리는 개정안이 통과된 건 명백한 진전이다. 그러나 본사가 손해배상을 해 주지 않을 경우 결국 소송으로 가야 하는데, 소송에서 피해를 보전받기란 쉽지 않다”며 “호식이 방지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공정거래조정원이 매출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적극적으로 조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피해를 구제받기 어려웠지만, 규정이 생긴 만큼 법원에서도 적극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며 “프랜차이즈는 브랜드를 유지하는 경제 공동체다. 오너리스크로 인한 손해보전은 당연히 필요하고, 그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가맹점에 적자가 생겼을 때 최소 수익을 보장해 줘야 프랜차이즈가 상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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